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여권의 반발이냐’ ‘단순한 해프닝이냐’…갖가지 추측들만 무성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공지→연기→재공지’
국무총리로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지명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청와대에서 지난 21일 오전 10시 총리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시간을 2분 남겨두고 돌연 취소했다. 그러다 15분 뒤 공식 발표를 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반발’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후임 총리 인선과정에서 발생한 일은 의혹투성이다. 그 미스터리를 따라가 봤다.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 오전 9시 15분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시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었다고 한다. 방송사들은 생중계 준비까지 계획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해명, 논란 키워

하지만 엠바고 시간인 10시를 5분여 남겨두고 ‘총리 발표’가 연기됐다. 민 대변인은 춘추관으로 급하게 뛰어와 보도를 늦춰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후보자 교체, 무기한 연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도 잠시. 10시 5분경 민 대변인은 춘추관을 방문해 “10시 15분에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완구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예정대로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표됐지만 갖가지 의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적인 예가 청와대의 해명이다. 민 대변인은 “발표 문안을 수정하기 위해 시간이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총리 후보 발표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민 대변인에게 전달되지 않아, 춘추관장에게 급히 기자회견 요청을 했다. 이후 김 수석이 발표문을 전달받으면서 시간을 조정해 15분에 발표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던 총리 내정 발표가 막판에 발표 문구를 수정하기 위해 시간을 늦췄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갖가지 ‘설’이 제기됐다. 가장 먼저 인선 과정에서 여당 일부가 황 후보자를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공안 정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야당의 반대를 우려, 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고 필요성을 강하게 주문했다는 게 소문의 주된 골자다.

실제 정치권에선 국무총리 후보 발표가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국무총리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급속도록 퍼졌다.

더욱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오전 8시쯤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 해프닝이 있었다.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으로 들은 것이냐’는 질문에 유 원내대표는 “다시 확인해보고 이야기하겠다. 그 정도밖에 이야기 못하겠다. 내가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밝힌 것이 이 같은 논란을 부추겼다. 즉, 황 후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청와대까지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황 후보자가 아닌 황 사회부총리부로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황교안 카드’를 강행함으로써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여당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나온다.

일련의 과정으로 볼 때 당·청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새로 지명된 총리 후보자의 이름을 잘못 듣거나 착각하는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 반발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유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후보 중 황씨가 많았던 탓이라고 정리했다. 유 원내대표는 “내가 귀가 좀 안 좋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얘기다. 

TK의원 반발설 왜

또 황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발표함과 동시에 후임 법무부 장관도 발표하려 했다가 문제가 생겨 발표가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가 동시에 발표하려 했지만 법적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총리부터 발표했다는 것이다. 헌법 상 장관에 대한 제청권은 총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취임하지 않은 이상 제청권 행사가 불가했다는 게 요지다.

심지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된 한 인사가 새누리당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연기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 인사는 국정원 파견 때 국정원 내 TK인사 숙청 작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 TK의원들이 집단반발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는 게 TK 의원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론적으로 청와대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해명과 ‘공지→연기→재공지 과정이 반복되면서 갖가지 의혹을 키운 꼴이다.

한편, 현직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기용하면서 청와대가 ‘개혁’과 사정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부정부패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

야당 '반격' 매섭다

특히 황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이해가 깊다는 점도 한몫했다. 일례로 창조 금융에 걸림돌이 되는 법적 문제를 먼저 파악해 걷어내는 등 박 대통령으로부터 호감을 샀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통진당 해산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로 줄곧 거론되어 왔다. 야당의 공세에도 상황을 잘 관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황 후보자 내정 직후 “박 대통령이 공안 통치에 나섰다”고 선언하면서 순탄치 않은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돌파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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