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 “그곳에 가면 귀신이 있나?”

김홍기 법사는 나무가 병풍처럼 집을 감싸 음양의 조화가 무너졌다고 했다. (위) 진관동 폐가에는 집기류 등이 마구잡이로 방치돼 있었다.

‘공포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공포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포영화를 통한 간접적인 공포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서늘한 괴담이 나도는 흉가를 직접 찾아가 적극적으로 공포를 체험한다. 이 같은 흉가체험은 여름이 가장 절정이다. 무더운 여름, 흉가를 직접 찾아가 간담이 서늘할만한 공포를 느끼고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직접 가서 소문의 실체를 파헤쳐 보기도 하고 자신의 담력을 시험해 보기도 한다. 이들은 여름 피서로 ‘흉가체험’만한 것이 없다고 꼽는다. 흉가를 가서 귀신을 봤다는 글 역시 심심찮게 올라온다. 귀신을 만났다는 목격담도 줄을 잇는다. [일요서울]은 지난 15일 김홍기 법사와 동행해 직접 흉가를 찾아갔다.


음의 기운이 강한 진관동 폐가

김홍기 법사와 함께 폐가가 위치한 은평구의 진관동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무렵. 한창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헐리다 만 주택들이 즐비했다.

언덕을 따라 쭉 늘어선 주택들은 사람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벽을 따라 타고 올라간 무성한 담쟁이덩굴과 무너진 담벼락은 그 자체만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부분의 유리창이 깨지고 문은 부서져 있었다.

김 법사는 “언덕을 따라 세워져 있는 주택 중 중간에 위치한 폐가의 터가 유난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폐가를 찾은 지난 15일은 유난히도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이 폐가 가까이에 이르자 서늘한 느낌이 엄습했다. 폐가의 흉물스러운 모습 때문인지 흉흉하고 음침한 기분도 들었다.

이 폐가의 주차장에는 그림과 병풍이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고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또 담벼락에서 폐가 안을 들여다보니 부서진 유리 창틀 등 여러 자재들이 버려져 뒤엉켜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어디선가 귀신이 나올듯한 분위기였다.

김 법사는 “주택이 들어선 곳은 산의 끝자락에 가깝고 아래쪽에서 바람이 언덕이 타고 올라오는 길이라며 위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언덕 밑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귀신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곳은 음의 기운이 강하다. 이곳에 살면 터의 지방령들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헛것이 보이고 가위에 눌리는 현상들이 자주 발생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저택의 뒤로는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다. 이처럼 집 주위에 나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마치 병풍처럼 나무가 집을 감싸 따뜻한 기운을 가로막고 있다”며 “햇볕이 들지 않아 음양의 조화가 무너져 영이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누가 들어와도 아프거나 죽어서 나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런 터가 귀신들이 모여들기 쉬운 장소라고 한다. 연신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던 기자는 이 이야기를 듣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대문에서부터 돌이 굴러 떨어져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푸른 이끼가 잔뜩 낀 폐건물

이곳을 나서 이 동네 어귀에 위치한 2층짜리 폐건물로 향했다. 다른 폐가와는 달리 바닥이 물로 흥건했다. 천장에서는 계속해서 물이 떨어졌다. 고요한 가운데 떨어지는 물소리가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벽지가 마구잡이로 뜯겨 나간 벽에는 푸른 이끼가 무성히 끼어있었다. 여러 비닐들과 집기류들이 바닥에 버려져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또 안으로 들어갈수록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건물 안에 위치한 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니 마치 에어컨을 틀어놓은 듯 서늘했다. 심지어 춥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처럼 건물 바깥 기온과 확연히 온도 차이를 보였다. 그 때문인지 기자와 김 법사의 팔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김 법사는 “건조하고 맑은 날씨에도 폐허나 흉가들은 대부분 축축하게 젖어있다. 음습한 기운이 강해서 곰팡이가 피고 물에 젖어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 손꼽혔던 흉가들도 언급했다.

서울에는 흑석동, 면목동, 상계동 등 대표적으로 꼽히는 흉가가 6개가량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인이 바뀌고 개발이 이뤄져 폐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김 법사는 “음의 기운이 강한 터라도 집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풍수적인 것들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잘못됐던 집터에서 힘들었던 사람들이 예전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흉가 체험을 통해 귀신을 만날 수는 없었다. 다만 음습한 기운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기운을 느끼기 위해 젊은이들 사이에선 흉가체험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공중파를 비롯 케이블 채널에서 혼령, 빙의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방송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흉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BS의 ‘미스터리특공대’를 비롯, 캐이블 채널 tvN의 ‘엑소시스트’, 코메디 TV의 ‘고스트 스팟’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관심은 흉가관련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를 통해 실제 체험으로 옮겨지고 있다.

흉가체험 참여자들은 특별한 영적 능력의 소유자이기보다는 단순히 공포감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전쟁 당시 수 십 명이 학살당한 곳이나 과거 정신병원 터 등 낮에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을 체험장소로 선정한다. 이들의 흉가체험에는 스무살 이상의 성인만 참여할 수 있다.

‘흉가’에 대한 관심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대학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들과 다른 이색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흉가체험을 새로운 피서법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에 지나치게 휩쓸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확실히 시국이 어려울 경우 이러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좇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유행은 귀신, 접신, 빙의, 퇴마사 등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초자연적 현상을 마치 현실에서 늘 일어나는 일처럼 보편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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