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폭력으로 ‘코리아 드림’ 무너졌다

▶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여성의 유족들이 지난 15일 부산 영락공원에서 딸의 시신이 화장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열하고 있다. 고인이 된 베트남 여성은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코리아 드림’이 깨지고 있다. ‘코리아 드림’을 꿈꾸었던 베트남 여성들을 거처가 불분명한자나 출소자들을 소개해 위장결혼을 시키고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나아가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결혼한지 8일 만에 정신 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마저 일어났다. 때문에 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 간의 부적절한 국제결혼이 연일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 절차 없는 관행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베트남 언론은 한국 남성과의 결혼에 대한 위험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위장결혼 알선업자 곽모(51)씨와 성매매 업주 김모(40)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 현지 여성 공급책이었던 응웬(40)씨에 대해 인터폴에 수배 요청했다.


취업을 꿈꾸며 한국 왔지만 성매매 강요당해

경찰청 관계자는 “곽씨는 베트남에서 수년간 공장운영을 했다. 때문에 베트남어도 잘했고 베트남에 대한 정보도 풍부했다. 또 김씨는 아내가 베트남인이고 다문화가정 동호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처럼 베트남 현지 사정에 밝아 베트남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응웬씨는 대사관 인터뷰, 웨딩촬영, 숙식제공 등을 담당하며 총 26명의 베트남 여성을 모집했다. 경찰은 “응웬씨는 모집한 26명의 베트남 여성들로부터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1400만 원, 총 3억 6400만 원 상당의 돈을 받아 챙겼다”고 밝혔다.

곽씨 등은 위장결혼을 위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위장결혼 상대남성을 물색했다. 이처럼 위장결혼 상대남의 대부분은 무의탁 출소자들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구, 갱생보호공단) 시설에서 숙식을 하며 서로 알게 된 사람이었다. 곽씨 등은 위장결혼 상대남성들에게 대가로 400~500만 원 상당을 건넸는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큰 유혹으로 작용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쉽게 범죄의 유혹에 이끌려 일정 금액을 받고 위장결혼 상대남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씨 등은 베트남 여성들을 성매매 업주인 김씨에게 소개했다. 김씨는 베트남 여성들에게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1회 화대 15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총 2400회에 걸쳐 3억 6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했다. 또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아내와 김씨의 성매매업소 종업원 베트남 출신 레씨(25)에게 베트남 여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관리하게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베트남 여성 A씨의 사례를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주방 일을 하던 A씨에게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사실을 경찰에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계속되는 성매매 강요와 욕설·협박에 강요된 성매매를 하기에 이르렀다. 성매매하고 받는 15만 원의 화대 중 10만 원씩을 떼 주는 것이 월급의 전부였다.

김씨는 폭력으로 집행유예기간임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집행유예기간이었기 때문에 아내를 전면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했던 1400만 원과 위장결혼 등 신분상 약점이 베트남 여성들의 발목을 잡았다. 브로커들에게 알선 수수료를 만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류자로 신고 되어 베트남으로 추방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베트남 신부 8일만에 무너진 신혼의 꿈

지난 7월 8일 저녁. 갓 20살의 베트남 여성 탓티화앙응옥(20)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살해한 범인은 심각한 정신 병력을 가진 남편 장모(47)씨였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 7월 9일 이같은 짓을 저지른 장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탓티화앙응옥씨는 장씨를 국제결혼회사를 통해 만났다. 남편은 27살이나 나이가 많았지만 순조롭게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말이라곤 ‘오빠’와 간단한 인사말 밖에 할 줄 몰랐던 탓티화앙응옥씨는 지난 1일 한국으로 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기대에 부풀었던 결혼 생활은 곧 실체를 드러냈다.

장씨는 지난 8년간 57차례나 정신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등 정신 병력이 있었다. 2005년도부터는 ‘환청이 들린다’면서 주위 사람들을 폭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장씨는 결혼을 한 후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약을 먹지도 않았다.

결국 한국말에 서툰 아내와 벌어진 사소한 말다툼이 결국 살인으로 비화됐다. 8일 오후, 말다툼에 격분한 장씨는 마구잡이로 주먹과 발로 아내를 때리고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결국 탓티화앙응옥씨는 한국으로 온지 8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고 말았다.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귀신이 아내를 죽이라고 말하는 환청을 들었다”며 횡설수설했다.

결혼대행사 역시 남편의 정신병 전력을 몰랐다. 이 때문에 국제 결혼대행사의 검증절차 없는 관행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들끓는 여론…대책마련 고심

‘베트남넷’ 영문판에서는 ‘한마디로:젊은 여성들이여 조심하라(In a word: Girls-be careful!)’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 거주중인 베트남 여성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100명 중 만족할만한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경우는 2~3명에 불과하다”는 여성의 주장을 보도한 것이다. 또 탓티화앙응옥씨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또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박석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결혼 이주한 베트남 여성들과 한국 남성의 평균 연령차는 20살에 가깝고 한국 남성 가운데 65%가 초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법무부는 한국 남성과 동남아시아 여성 간의 무분별한 국제결혼을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은 출국 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사전소양교육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서기장에게 보낸 애도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설립을 허가하고, 국제결혼 신청자의 자격요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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