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만들어 지방검찰청·경찰청 ‘로비의혹’


최근 상이군경회에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MBC가 지난 8일 상이군경회 비리 의혹을 집중보도해 사실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상이군경회는 지난 10년간 부산지하철 2호선의 역사와 전동차 청소 업무를 도맡아왔다. 작은 용역일 같지만 실은 연간 사업비가 90억원이나 되는 사업이다. 상이군경회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상이군경회 회원들은 부산지부 간부들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상이군경회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상이군경회 측은 "예산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횡령은 있을 수 없다"며 근로자 411명에 대한 명단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부산MBC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명단은 엉터리였다. 잠깐 일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정식 근로자로 기록돼 있었고 퇴직한 사람이나 휴직자, 그리고 단순 모니터 요원까지도 근무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부산MBC는 “명부를 조작해 근로자 수를 허위로 늘린 뒤 임금을 실제보다 많이 지출한 것인데 초과된 임금의 행방은 묘연하다“며 ”설과 추석 상여금도 실제 지급액보다 두 배로 과다 계상됐는데 2중 장부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이군경회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시스템의 오류일 뿐 모든 게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는 것이 상이군경회의 입장이다. 조직 내 일부 반대 세력의 음해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상이군경회는 검찰·경찰의 고위인사들과 접촉해 횡령사실을 은폐하려한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이군경회 지하철사업본부 측은 “단순 착오나 실수일 뿐 문제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상이군경회 주변에서 나는 악취는 뭔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이군경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경찰에 진정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진정서는 부산에 거주하는 정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상이군경회의 비리 실태를 상세히 담고 있다.

정씨는 진정서에서 “현재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한전 검침 사업부에 대한 비리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부산지부도 얼마 전 상군터미널 비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 왔다”고 운을 땐 뒤 부산지하철 2호선 용역사업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눈에 보는 비리사실

정씨는 “상이군경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산지하철 2호선 청소용역 사업을 상이군경회 지하철 사업본부장인 이모씨가 5000여 회원들의 복리증진에 써야할 수익금을 착복하여 막대한 치부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정씨는 “연간 61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받아 집행하고 수익금은 극히 일부분만을 부산지부에 납입하고 대부분의 수익금은 상이군경회 이씨가 착복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의 시행자이고 계약 당사자인 상이군경회에 납입된 수익금은 부산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총 5억원이 안된다. 연간 60억원 이상을(최근 3년간의 계약금액 183억원)을 교통공사에서 받아가 지부에 납입된 수익금이 연간 1억원이 안된다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계약 당사자인 상이군경회와 이 사업을 개인 사업화 하고 있는 이씨와의 비호 및 묵시가 없었으면 가능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2호선은 객차와 역사가 1호선 보다 많아 계약금액이 연간 7억원 정도 많으므로 그 수익금도 당연히 더 많아야 한다. 그럼에도 99년부터 지금까지 총수익금이 5억원이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관리감독 기관이 비리 방치

정씨는 관리당국에도 일침을 가했다.

정씨는 “일반 사기업도 수익을 담당자가 착복을 하고 책임자가 눈을 감고 있다면 문제가 될것”이라며 “구멍가게도 아니고 공법인단체가 공법인 회원인 국가유공자를 위해 쓰겠다고 국가보훈처장에게 보고하여 승인받은 사업을 착복하고 횡령을 하였는데,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과 그 사업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시행책임자가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법이 있으며 윤리와 도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부산지하철 2호선 청소용역에 대한 비리 사항을 정씨가 국가보훈처에 국가 보훈처장 앞으로 진정을 냈으나 담당자의 답신은 “해당 비리는 비리 당사자가 알아서 처리할 일” 이라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정씨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이군경회 본부 한전 검침사업부도 상이군경회 자체 감사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된 것처럼 이 사건 역시 그동안의 상이군경회 자체 감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씨에 따르면 당초 이 사업은 국가 보훈처장의 승인 받을 당시 이 사업이 성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사업자금을 대는 일반 사업자와 49:51로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사업을 시행한다고 보고를 하여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 성사되자 상이군경회에서 회원들을 위하여 직영을 한다는 명목아래 일반 사업자의 권리는 묵살하고 투자금도 다음해에 1년에 걸쳐 원금만 상환했다. 또 정씨의 진정서에 따르면 수익금 역시 회원들을 위해 쓰이기는커녕 지부장과 지하철 사업 본부장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횡령한 돈 어떻게 쓰였나

이에 대해 부산MBC는 지난 12일 “상이군경회의 사업 책임자가 수익금을 빼돌렸는데, 돈을 세탁한 뒤 자신의 가족과 함께 나눠써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부산MBC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하철 청소사업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씨가 상이군경회 사업에 처음 손 댄 것은 지난 1999년부터다.

당시 재산은 2억9000만원 가량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는 동안 이씨는 부산 남천동에 아내와 아들 명의로 바닷가 전망의 대형 아파트 2채를 구입했다.

이는 시가로 10억원에 이른다. 이 외에도 경남 통영에 1억 5000만원짜리 땅을 샀고, 자신이 남긴 자필 확인서에는 2006년에 수억원의 주식과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씨가 6000만원대의 최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아들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가 주위의 이목을 고려해 최근 이씨와 같은 종류의 국산 승용차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이씨의 횡령 내역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씨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씨의 뒤를 봐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 때문이다. 이씨의 비리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이씨가 막강한 세력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경찰은 사건 초기 강한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점점 수사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해갔다”며 “이유를 따져 물으니 수사담당 경찰관이 ‘윗선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털어 놨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경찰은 ‘아무래도 이씨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주변에 정치인 등 권력을 가진 이가 있으면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조형식 기자] joh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