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 유혹에 빠져 노총각 전 재산 탕진했다”

한국 여성의 원정 성매매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미모의 여성 ‘꽃뱀’이 일본까지 원정을 가서 남성을 유혹, 결혼을 빙자해 사기를 친 사건이 발생한 것. 한국에서 변변한 직업이 없던 40대의 김모 여인은 지난 2007년 일본에 진출, 그곳에서 전화를 받고 성매매를 하는 델리바리(콜걸)로 활동했다. 김 여인은 성매매를 하다 만난 일본 남성 미야자키(60)씨와 사귀었고 이후 미야자키씨에게 결혼하자고 속여 수억 원을 갈취했다.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 남성을 울린 ‘원정 꽃뱀 사기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일본인 미야자키씨는 오랜 독신생활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우연히 전봇대에 붙은 ‘한국인 여성과의 은밀한 데이트’란 광고를 보게 됐다. 전화를 걸면 여성이 남성이 원하는 장소로 찾아와 쉽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일본의 섹스산업에선 ‘델리바리’(콜걸)섹스라고 한다. 그는 광고 속의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이 바로 김 여인. 둘은 하마마츠시 호텔에서 처음 관계를 맺었다.


한국과 일본 오가며 만남

그날 이후 둘의 관계는 지속됐다. 싹싹한 성격의 김 여인은 외로운 미야자키씨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여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미야자키씨에겐 김 여인은 마치 천사와 같았다. 미야자키 씨는 김 여인을 만날 때마다 관계를 갖고, 생활비 명목으로 20만엔(한화 약 200여만 원)을 따로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어느 날 김 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관광비자 기한 만료로 강제 출국을 당했다”고 알렸다.

사랑에 빠졌던 미야자키 씨는 회사를 휴가내고 김 여인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둘은 김 여인의 원룸에서 2박 3일간 함께 지냈다. 미야자키 씨는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김 여인에게 40만 엔(한화 약 400여만 원)을 생활비로 건네줬다. 이렇게 둘의 관계는 2년여 동안 지속됐다. 미야자키 씨는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번 꼴로 휴가를 내서 한국을 찾아 김 여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빙자로 수차례 돈 갈취

김 여인은 올 초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냈다.

지난 1월 15일께 미야자키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한국에 들어 왔다. 김 여인은 “퇴직하고 한국으로 와서 결혼해 함께 살자”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미야자키씨는 김 여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회사에 사표를 낸 후 일본 생활을 정리했다. 이때 김 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며칠 간 브라질에 요리 연수를 다녀 올 계획이다. 브라질 음식점을 내고 싶다. 처음 창업자금이 3000만 원 정도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그와의 행복한 한국 생활을 꿈꾸던 미야자키씨는 별 다른 의심 없이 퇴직금 중 일부인 300만엔(한화 약 3000만 원)을 송금해줬다.

일주일 후 김 여인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김 여인은 “언니에게 괜찮은 식당 자리를 알아보라고 했다. 때마침 좋은 가게를 발견했다”며 “계약을 해야 한다. 2000만 원이 더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김 여인은 자신은 브라질에 있어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언니 통장에 돈을 부쳐 달라고 했다. 미야자키씨는 언니 통장으로 200만엔(한화 약 2000여만 원)을 보냈다. 1주일쯤 지난 뒤, 김 여인은 잔금이 필요하다면서 1000만엔(한화 약 1억여 원)을 요구한다. 미야자키 씨는 아무 의심 없이 돈을 송금했다.

이때부터 김 여인의 태도는 조금씩 변했다.

하루 빨리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결혼을 해서 둘이 행복하게 살겠다는 단꿈에 잔뜩 부풀어 있던 미야자키씨에게 김 여인은 “사정이 생겨 귀국이 며칠 연기됐다”면서 정확한 귀국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게 인테리어 비용 500만엔(한화 약 5000여만 원)을 요구했다. 미야자키씨는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고 퇴직금으로 받은 500만엔까지 추가 송금했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여 동안 미야자키 씨가 김 여인에게 송금한 돈은 모두 2억여 원에 달했다.


전 재산 가로챈 후 잠적

마지막 송금 이후 김 여인은 행방을 감췄다. 연락처도 바꿨다. 휴대 전화는 이미 해지돼 있었다.

미야자키씨는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그는 곧바로 한국을 방문해 김 여인의 원룸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미 1개월 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없었다.

그의 부풀었던 신혼 단꿈은 순식간에 깨졌다. 한마디로 미야자키씨는 김 여인에게 속은 것이었다.

미야자키씨가 가진 김 여인에 대한 정보는 미흡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면서 전재산을 탕진했지만 김 씨에 대해 아는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 나이 뿐이었다.

현재 미야자키씨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김 여인의 행방을 쫓고 있다.

사건을 의뢰받은 민간조사원 박모씨는 “김 여인은 미야자키 씨와 오랫동안 사귀면서 재산등을 철저히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60이 넘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고 외롭게 독신으로 살아가는 미야자키씨에게 결혼하자고 속여 전 재산을 계획적으로 갈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 탐정의 자존심을 걸고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이른바 ‘원정 꽃뱀’ 김여인 사건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육순이 넘은 나이에 신혼단꿈에 빠졌던 미야자키씨가 느끼는 배신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장성철 기자] hansol56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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