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 핵심부 향해 칼끝 겨누나

지난 8월 2일자로 중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한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진용을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 I사가 납품 매출과 관련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지난 10일 이 회사와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께까지 경남 거제에 있는 이 회사와 계열사 G사ㆍD사의 사무실, 임직원 자택 등 10여곳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업무일지와 수첩, 자금 담당부서의 일일보고서 등 10여 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조선업 관련 부품 제조업체인 I사가 대우조선해양과 납품이나 시설공사 수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 ‘납품비리’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작심한 듯 수사에 착수하자 그 칼끝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회사 측이 2004∼2008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지급받은 선수금 500여억 원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6월부터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과 사용처 등을 파악해 왔다.

검찰은 회사 자금 관리에 관여한 임직원을 불러 비자금의 존재 여부와 조성 방법, 규모, 사용처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 의혹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I사가 대우조선해양에서 받은 거래자금의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남 사장의 ‘연임 로비’에 썼다는 의혹도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이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력실세 겨냥하나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초 공사를 해야 (그 위로) 올릴 수 있고, 확인할 부분이 있으면 확인하는 것”이라며 “I사의 비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혐의가 나오는 것은 다 들여다보고 위법사항이 있으면 확인해보겠다”고 말해 비자금 수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현재는 I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부분을 확인 중이며 이후 더 나아갈지 여부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끝나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작년 10월에는 하도급업체에서 납품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거액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의 전무 2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남 사장이 협력업체에 선수금을 지원한 대가로 비자금을 건네받아 정권 실세에 연임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 여부는 자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 8일 “일부 보도에서 거명된 정권 실세라는 인사가 자녀 명의로 당사 협력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 문제로 회사 측은 주식 보유 경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작년 10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세계적인 조선업체로 대외 신뢰도가 가장 큰 자산”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향후 수주 활동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사실과 다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회사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되고 수주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등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형·민사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조선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검찰이 어떤 성과를 올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자금 조성의 흔적

이번 조사는 계좌추적만 1년 넘게 끌어왔다. 이른바 ‘연임로비’ 의혹의 핵심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월 취임한 남 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에게 거액을 상납한 뒤 2009년 2월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어서 사실상 정부가 사장 임명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5~6월께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작고)씨의 친구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와도 친분이 있고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과 처남-매제 사이인 점 등을 감안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세 자녀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I사 계열사 주식 수십억원어치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 실세가 누군지 특정되고,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 이 밖에 검찰은 I사가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흔적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져 수사 결과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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