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귀신이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그의 두뇌나 몸을 지배하여 여러 가지 이상한 행동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빙의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심령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빙의를 소재로 한 케이블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빙의는 실제로 존재할까. [일요서울]은 자살한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 빙의를 경험한 최모(32·여)씨와 함께 유명 퇴마사 김영기 법사를 만나 빙의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장례식장에서 경험한 ‘순간빙의’

‘빙의’를 경험한 최모(32·여)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귀신이나 심령 세계에 대해 믿지 않았다. 그런 그의 빙의체험은 놀라움과 충격이었다.

그는 지난 7월 16일 오후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친구는 울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최씨는 그날 약속을 모두 포기하고 저녁 9시께 모 병원 문상차 장례식장에 갔다. 비극적인 소식에 슬프긴 했지만 눈물이 나거나 극도로 슬픈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회사에 두고 온 업무처리 때문에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새벽 2시에 다시 문상을 갔다. 갑작스레 어머니를 여읜 친구를 위로하고 문상 온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갑자기 이상증상이 발생했다. 자리를 지킨지 2시간 쯤 흐르자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천식 환자처럼 숨도 안 쉬어져 몸이 뒤로 넘어갔다.

계속되는 최씨의 호흡 곤란에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최씨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최씨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다. 소파에 누웠지만 증상은 더 심각해졌다.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을 마구 떨어댔다.

그렇게 몸을 떨다 결국 소파에서 떨어졌고 계속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 눈물을 자꾸 흘렸다. 결국 병원 응급차가 와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자 몸의 이상증상이 멈췄고 5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귀가했다.

최씨는 이 일이 있고 난 후 온화한 성격이 바뀌었다.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었는데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냈다. 정작 자신이 음악을 크게 틀고 있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가족들에게 시끄럽다고 텔레비전을 끄라며 소리를 지르는 등 히스테리가 늘어갔다.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가족 간 갈등도 커졌다.

그러던 중 같이 문상을 했던 친구 역시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 집에서 기절을 하는 등 똑같은 증상을 경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변 지인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빙의 현상일 수도 있다고 말해 불안감은 더 커졌다.

그러나 최씨에게 김법사는 순간 빙의라며 혼 자체가 신성을 갖고 있고 맑아서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경험한 이상 증상에 불안함을 느껴 잔뜩 경직됐던 표정이 풀렸다.

최씨에게 김 법사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오로라(aurora)가 있다”며 “일반 사람은 오로라가 단단하지만 영매 체질인 사람은 오로라가 약하고 찢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빙의가 된 사람은 이 오로라의 색깔부터가 확연히 틀리고, 눈에서부터 귀기가 나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며 “최씨의 경우 귀신이 치고 나간 흔적이 보인다”며 “한번 빙의되면 재빙의 되기 쉽다. 재빙의를 막기 위해 자기 혼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빙의를 경험해 불안한 최씨에게 김 법사는 안주머니에 꽃을 넣고 갈 것을 조언했다. 꽃은 민감한 생물이라 대신 빙의된다는 것. 문상하고 나오면 불과 몇 분 사이에 꽃이 시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랑한다며 쫓아다니는 스토커 귀신 있다

김 법사는 그동안 겪은 미스터리한 빙의 사건들도 들려줬다.

귀신 세계에도 스토커가 있다고 한다. 귀신이 살아 있는 사람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상사귀’가 바로 그것.

지난 2003년 30대 초반의 박모씨가 남편과 함께 김 법사의 법당을 찾았다.

우연히 사고현장을 지나던 중 교통사고로 죽은 10대 후반의 남자의 영혼이 박씨의 몸에 빙의된 것이었다. 귀신이 미인인 박씨에게 반해 박씨의 몸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고 한다.

김 법사가 이 귀신과 대화를 하니 “이 여자는 내 여자다. 내 여자 몸에 있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박씨의 남편이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갔다며 주장했다.

남편이 박씨의 옆에 앉아 있으면 갑자기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을 했으며 박씨의 친정어머니가 오면 벌떡 일어나 “장모님 오셨습니까”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김법사는 “퇴마식을 하자 이 귀신은 박씨의 몸에서 벗어나는 척 눈속임을 한 후 며칠 뒤 다시 박씨의 몸에 들어왔다. 귀신임에도 살아있는 여성에게 굉장한 집착을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김법사에게 귀신은 박씨를 정말 사랑한다며 제발 그냥 내버려달라며 애원했다. “노래도 잘하고, 섹시하면서 귀엽다고 이야기를 하는 등 집착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귀기부터 소멸시킨 후 퇴마를 한 끝에 완전히 떼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악령이 빙의되면 가정이 파괴된다”

빙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으면 단시간 내에 몸에 붙은 빙의령을 떼어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김 법사의 법당에 모 대기업 부사장 아들이 찾아왔다. 휴식을 취할 겸 지방의 한 콘도에 놀러갔다 공포에 질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성인임에도 밤마다 부모 방에 찾아와 공포를 호소했다.

김 법사가 그를 보자마자 자살한 남자 귀신에 빙의됐다는 것을 알아냈다. 살아 있을 때 강도행각을 벌이고 교도소에 가느니 죽겠다고 자살한 귀신이었다. 지독한 악령이라 빙의가 되자마자 찾아온 것임에도 법사와 귀신간의 힘겨루기는 오래 지속됐다. 완벽히 퇴마를 끝마치는데 걸린 시간만 3달이었다고 한다.

김 법사는 “악령이 빙의될 경우 가족 간 화합이 무너지고 불화가 생겨 가정을 파괴시킨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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