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어 朴대통령과 인연 검찰 내 ‘중국통’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에 임명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두고 하마평이 많았지만 결국 박근혜 정부는 김 고검장을 선택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 분야 경험이 많고 기획능력과 지휘통솔력을 겸비한 ‘안정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수역전 임명으로 향후 검찰 등에서 후속 인사가 이뤄질 수 있어 검찰 내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총리와 ‘환상궁합…검찰총장 위상 강화 조짐
 
김현웅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박근혜 정부 첫 호남 출신 법무장관이 된다. 이를 두고서는 지역안배를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 많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산·경남 출신이고, 김수남 대검차장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이 대구·경북 인사라는 점이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남 출신 장관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전북 전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전북 고창),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전남 완도), 이기권 고용부 장관(전남 함평) 등이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로펌 등 출신이 아니어서 전관예우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법무부 차관으로 손발을 맞춰왔던 경험이 있어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교육비리 수사
지난 2월 서울고검장 임명
 
김 후보자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광주제일고 시절에는 복싱 도장을 다닐 정도로 운동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는 친한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검사 생활은 부산지검에서 시작했다. 대검 검찰연구관과 광주지검 특수부장, 대검 공판송무과장,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등을 지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했던 2006년 법조비리 사건을 맡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구속기소하는 등 판·검사와 경찰 간부 등을 사법처리했다.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에는 교육종합정보망 구축 사업과 관련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영진 당시 전남도교육감을 구속했다.
 
2013년 12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총리와 함께 손발을 맞췄다. 이후 지난 2월 서울고검장에 올랐다.
 
현역 고검장이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김영삼 정부 임기 말 법무장관을 지낸 김종구 전 서울고검장 이후 처음이다.
 
김 후보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고 김수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1979년 총선 당시 전남 고흥·보성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과 대를 이어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부드러운 성품으로 선후배간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대에서 공부해 검찰 내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기독법조인 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은 부인 이상미 여사와 사이에 1남 2녀를 뒀다.
 
지휘 받다가
지휘하는 자리로 승진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내정은 기수역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인사를 찾다보니 결국 기수가 낮은 김 후보자가 선택됐다는 여론이 높다. 
 
김 후보자는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두 기수 낮다. 하룻밤 새 지위가 역전됐다. 기수와 서열이 중시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어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김진태 총장의 용퇴를 염두에 둔 인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올 연말까지인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와 달리 법무부 장관 인사로 인해 검찰총장을 교체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수역전 사례는 종종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총령 시절인 참여정부 초창기에는 13기였던 강금실 장관과 3기였던 송광수 검찰총장, 8기였던 천정배 장관과 5기였던 김종빈 검찰총장 전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12기였던 이귀남 장관과 11기였던 김준규 총장 사례도 있다.  
 
황교안-김현웅 라인
강력한 사정 바람 예고
 
황교안 총리와 김현웅 후보자의 조합으로 정부의 사정 기조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내면서 황 총리와 15개월 동안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두 사람은 황 총리가 법무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할 당시 차관으로서 호흡을 잘 맞춰 왔다. 자연스럽게 황 총리가 주장하는 정·재계 사정 드라이브에 힘을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황 총리의 검찰 장악력이 법무부장관 시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 수사와 부실 해외자원외교 수사 등 각종 사정 수사에 사실상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인 가운데 황 총리와 김 장관의 행보에 정재계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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