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E조 경기에서 스페인을 2대1로 꺾고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우리의 남자대표팀은 1954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후 2002년 16강에 오르기 까지 무려 48년이 걸렸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2003년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가기 시작, 12년만에 16강 위업을 달성했다. 비록 22일 프랑스와의 8강전에선 분패했지만, 우리 여자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온 국민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숨을 죽이고 지내던 때 메르스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환희를 안겨주었다.
이 자신감과 환희의 스페인 전 결승골 주인공은 김수연(KSPO) 선수이다. 그는 후반 33분 그림 같은 역전 골을 터트렸다. 동아일보는 ‘기적 같은 한 방 이었다.’고 썼다. 김수연의 ‘기적 같은 한 방’은 그녀가 겪어온 불운과 역경 그리고 지극한 효심으로 더욱 빗났다.

김수연은 중학교 3한년 때 부모를 잇따라 병으로 잃었다. 친할머니가 부모 없는 3자매를 키웠다. 그러나 할머니는 노환이 악화돼 올 1월 부터 강원도 강릉의 김수연 고모 집에 머물렀다. 때 마침 강릉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된 김수연은 하루종일 훈련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 고모 댁을 찾아가 한 시간씩 할머니를 돌보다 돌아가곤 했다. 심청 처럼 효성이 지극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4월 88세로 생을 마쳤다. 그로부터 얼마 안 된 4월30일 김수연은 대표팀으로 발탁되었다.

효녀 김수연은 대표팀으로 선발된 행운도 저 세상에 계신 할머니에게 돌렸다. 그는 큰 언니 김수민(35)씨에게 “할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주는 것 같아”라고 토로했다. 그에게는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잠시도 떠나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뛰어난 운동선수들 중에는 효성이 두터운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들 중 하나가 테니스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유리는 7세 딸을 위해 700달러를 손에 쥐고 미국 테니스 유학길에 올랐다. 유리는 딸의 테니스 훈련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접시닦이 등 막노동으로 버텼다. 결국 10년 뒤 인 2004년 7월4일 샤라포바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국 윔블던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3년 연속 트로피를 노리던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를 2대0으로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선 것이었다.

감격에 겨워 코트에서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던 샤라포바는 갑자기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갔다. 그리고 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그는 “아빠 이제 고생 안하셔도 되겠다고 생각해요”라며 속삭였다. 샤라포바의 마음속 깊이 간직한 효성이 복 바친 순간이었다.

샤라포바는 같은 해 10월3일 서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에서 우승한 후에도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그는 우승 후 곧장 어디론가 달려갔다. 어디에 갔었느냐는 한 기자 질문에 “미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 했다. 새벽이지만 주무시는 걸 깨워 우승했다고 알려드렸다. 기뻐서 좋은 꿈을 꾸실 것이다.”고 답했다. 진한 효심 표출이었다.

김수연은 전지 훈련중에도 매일 한 시간씩 할머니 병문안을 잊지 않았고 국가대표 발탁도 할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준 것이라며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한 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샤라포바도 그렇다. 둘은 효성이 지극하기에 “하늘”도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게 아닌가 싶다.

운동선수 아닌 사람들 중에도 효성이 극진한 이들이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착한 효심이 그들을 그토록 높이 밀어 올린 것 같다. 인간이 부모·자식·형제·자매 사이의 바른 도리 천륜(天倫)을 지키면 하늘도 돕는다는 천리(天理)를 김수연과 샤라포바에게서 재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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