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전모

30대 괴한이 침입해 40대 가장을 살해한 신정동 다세대 주택 옥탑방.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택에 괴한이 침입해 일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고 40대 가장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6시께 신정동 가정집에 30대 남성이 들이닥쳐 임모(42세)씨를 죽이고 아내 장모(42세)씨에게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른바 ‘신정동 살인사건’ 용의자의 모습이 찍힌 CCTV 및 범행도구 등을 확보하고 초기 검거를 위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용의자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서울 신정동에서 ‘신정동 40대 약사살해 사건’, ‘신정동 살인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어 민심이 흉흉하다. 신정동 살인사건 전모를 알아본다.

지난 8월 7일. 오후 6시경.

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의 초저녁, 서울 신정동의 단독주택가의 올망졸망한 다세대 주택들이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어 방안의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때, 파란색 모자를 눌러 쓰고 배낭을 멘 한 검은색 옷차림에 한 남자가 다세대 주택 옥탑 방에 다가섰다.

옥탑에 위치한 간이 주택에 사는 임씨 가족들도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현관문과 창문을 모두 열어 둔 상태였다. 열린 현관문을 밀고 들어온 남자는 거실에서 자녀와 TV를 보고 있던 임씨의 아내 장씨에게 느닷없이 공격을 가했다.

범인에게 둔기를 맞은 장씨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방어할 틈도 없었다. 더구나 함께 있던 자녀들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라 성인 남성의 거센 완력을 저지하기엔 무리였다.

당시 방안에 있던 임씨는 비명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장씨는 쓰러져 있었고, 자녀들은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임씨가 법인의 폭행을 제지했다. 그러자 남성은 소지하고 있는 흉기로 임씨의 양 옆구리를 찔러 살해한 후 순식간에 황급히 달아났다. 범인 도주 직후 임씨의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웃주민들은 임씨 집에서 난 ‘비명소리’를 듣고 처음엔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명소리를 듣고 창을 통해 임씨 집을 바라보다 아연실색을 했다. 장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잇달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그 뒤를 이어 구급대원들도 도착했다. 하지만 범인은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병원 이송 도중 숨졌고, 부인 장씨는 두부골절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며 곧 퇴원할 예정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둔기에 맞고 흉기에 찔리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묻지마 범행 아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용의자의 행방을 쫓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자녀들과 가족들의 진술에 의하면 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묻지마 범행’에 대한 시각에 대해 “아직 범인의 살해 동기는 모른다”며 “묻지마 범행의 경우 길거리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가하는 범죄행위다. 이 사건의 경우 특정 장소에 들어가서 살해한 것이라 ‘묻지마 범행’으로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임씨의 부인 장씨가 사채업에 근무한 점을 들어 채무관계로 인한 원한 관계에 의한 살해라는 소문에 대해 “살해된 임씨의 부인인 장씨가 대출 알선업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은행과 고객을 연계하는 브릿지 역할만 했기 때문에 고객과 1:1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장씨는 은행 수속 업무 및 등기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사채 채무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범인은 30대 중반 남성

지난 8월 13일, 경찰은 범인을 공개 수배를 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 CCTV카메라에는 범행 후 도주 모습이 찍혀 있었다.

범인은 30대 중반 남성으로 170㎝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에 피부는 가무잡잡한 편이다. 범행당일 검정색 트레이닝 복 바지, 검정색 계통의 사의에 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머리에는 오른쪽에 스테플러 4개를 찍어 꿰맨 청색 모자를 착용했다.

또 범인이 현장에 떨어뜨리고 간 청색 모자와 범행에 사용한 둔기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패닉상태 빠진 신정동

이 살인 사건으로 신정동 주택 밀집지역은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신정동 40대 약사 살해사건’에 이은 살인사건이 신정동에서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주택은 건너편에 공원이 위치하고 있어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이른 저녁에 다세대 주택 옥탑방까지 올라가 벌인 대담한 범죄행각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그동안 현관을 열고 지냈던 주민들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무방비하게 열려있는 현관문을 통해 침입, 살인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옥탑방은 더위에 취약해 문을 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건 발생 다세대주택의 경우 현관에는 별다른 잠금장치가 없어 범인이 옥탑방까지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동네주민 허모(65·여)씨는 “그동안 현관문을 열고 지냈다. 다세대 주택이라서 이웃과 친하게 지냈다. 이번 사건으로 무서워서 이웃과 왕래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하루빨리 범인이 검거되어 불안을 없애 좋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안에 휩싸인 주민들에게 방범을 위해 현관문 단속을 강조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안부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에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게 방범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