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실체 주 의원에 제보한 P씨의 정체는 과연 누구?

주성영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최근 허위 사실로 김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주 의원을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 의원은 2008년 10월 20일 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며 모 은행이 2006년 2월 8일 발행한 것으로 기재된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주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인지 확인해 달라”고 검찰에 넘겼으며 다음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 측은 주 의원을 즉각 고소했다.

주 의원에 대한 고소사건을 거의 2년 동안 조사 한 검찰은 김 전 대통령의 명예 훼손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조 원대 비자금 의혹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 결론을 내렸다. 라디오에 출연한 주 의원이 시중의 루머에 대한 앵커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변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을 할 적극적인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주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모 은행 설립 당시의 6조 원대 비자금이 이희호 여사쪽으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검찰이 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2008년 10월 24일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주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대검 중수부는 국감장에서 건네받은 CD사본에 기재된 내용과 작성 형태 등이 수사에 착수할 정도의 단서가 되는지 살펴본 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 보냈다.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 전 대통령 측은 주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공보실장은 지난해 3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 의원을 고소한 지 17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피고소인에 대한 소환을 미루고 있다”며 “당장 수사를 진행하고 주 의원을 소환해야 한다”고 검찰을 다그치기도 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마무리되자 정치권에서는 CD의 제공자가 누구였는지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주 의원이 DJ 비자금으로 거론한 100억원 CD의 발행 사실을 확인하고 현금으로 교환한 당사자를 불러 조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대검 중앙수사부는 주 의원에게 제보자를 소개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 파악이 안 되자 대검은 모든 조사 결과를 DJ 측에서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내려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주 의원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검찰의 입장은 CD 발행 자체는 맞는데, 이것이 DJ의 비자금이라는 주장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이 결정적인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초리도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주 의원이 제보자를 검찰에 제공하지 못하자 “제보자가 검찰 수사관이 아닌 정치권 인사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추측의 배경은 이렇다.

모 의원이 2~3년 전에 기자들에게 DJ 비자금이라며 CD를 보여줬던 적이 있는데, 이 CD가 주 의원이 공개한 CD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CD를 발행한 회사는 이스턴OO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주로 하는 업체이며 자본금이 3억 원이다. 2000년에 설립돼 지난해 5월 종로타워로 이전했으며 이모씨와 김모씨의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전직 검찰출신으로부터 받았다며 검찰에 제출한 100억 원 CD는 현대건설 사우디지점에서 근무했던 P씨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P씨는 지난 2007년 10월 주 의원실의 권태윤 보좌관에게 DJ 비자금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최근 이희호 여사 6억 원 인출설도 P씨로부터 나온 진술을 주 의원이 의혹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P씨는 사우디와 국내를 오가며 환경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 주성영 의원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지난 7월 30일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주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삶을 관통하는 화두는 광주민주항쟁을 포함하는 민주화운동, 햇볕정책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6.15선언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8월 29일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나서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다”고 운을 땠다.

이어 주 의원은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20억원은 어디로 갔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 민주화운동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숱한 광주시민의 생목숨을 앗아간 군사정권의 핵심이었던 노태우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DJ는 이와 관련해 단 한번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자서전에도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서해도발과 핵실험으로 6.15선언은 오래전에 폐기됐다’는 글을 통해서는 “지난 2000년 김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하여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은 역사의 정방향에 있었다고 나는 평가한다”며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02년 6월 29일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 서해에서 김정일은 ´제2연평해전´을 도발했다. 북한군과 교전 중 전사한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나라를 위해 산화한 이들에 대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조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주 의원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한 전몰장병을 홀대하고 외면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자서전을 통해 밝혔어야 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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