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배우 김무열은 2012년 병역면제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는 앞선 2010년 생계유지곤란을 이유로 병역감면 신청을 해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은 “김무열이 2001년 현역판정을 받은 뒤 2010년 생계유지곤란을 이유로 병역감면 신청을 해 면제를 받았다”며 “하지만 그는 이 기간 동안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각종 연예활동으로 생계 곤란 재산 기준액을 초과해 사실상 생계곤란자로 볼 수 없다”고 병역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열 측은 “감사원 보고서 내용은 사실”이라며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던 속내를 밝혔다. 이후 김무열은 자원입대를 통해 군복무를 마쳤다. 이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생계유지면제의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군 면제 중 19%…복잡한 절차에도 허점 있어
이혼소송에 法 악용 이미지 덧씌우기도

최근 법원은 부모의 재산이 충분할 경우 생계곤란 병역면제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지난달 세 자녀를 둔 가장 김모(29)씨가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낸 병역감면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김 씨의 부모가 보유한 1억 원 이상의 재산도 병역감면 요건으로 따져야 한다고 봤다.

김 씨는 2005년 현역병 입영대상자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10년간 입영을 연기해왔다. 2013년 상근예비역 입영통지를 받은 김 씨는 “처와 세 자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며 이듬해 1월 생계곤란을 사유로 병역감면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병역감면 처분 당시 김 씨 가족은 합계 2억4200여만 원의 재산을 보유 중”이라며 “이는 2014년 병역감면 해당 기준인 8085만원을 크게 초과해 재산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생계곤란 병역감면은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다. 부양비율, 재산액, 월수입액 등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할 때 병역감면 처분을 내리고 있다.

올 1분기만 400명 혜택
해마다 1000여명 군 복무 감면

2015년 기준으로 재산기준은 5600만 원이다. 부양의무자가 여성만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 장애 등급자, 미취학 영유아가 있을 시 기준액은 예외금액으로 적용된다. 월 수입액 역시 2015 보건복지부 최저생계비 기준을 따른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403명이 가결자로 기록됐다. 부양비 미달, 재산액 초과, 수입액 초과 등으로 부결된 인원도 42명이나 된다. 해마다 약 1000여명 정도가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생계곤란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수는 전체 인원의 19.1%에 달했다.

군 복무 감면을 받기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가사상황신고서, 재산·수입상황 및 금융거래정보 등 제공동의서 등 총 22개 항목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감면처리나 처리 후엔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재산과 소득을 국세청,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의 전산자료를 통해 확인받아야 한다. 신고 내용이 허위거나 고의 누락 시엔 병역법 제86조의 규정에 의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같은 법 제68조에 의거 병역감면 제한조치를 당하게 된다.

이 같은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도리어 이를 악용해 이혼소송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경우도 등장했다. 전직 프로게이머 박모씨는 2012년 중증근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여성과 결혼 후 생계형 병역면제를 받으려다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박 씨와 이혼 소송 중이던 김모 씨는 인터넷에 “내 병을 이유로 박씨가 군대를 가지 않으려 병무청에 생계유지 곤란 사유로 군 면제 상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씨는 “군면제를 받지 못하자 자신을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씨는 지난해 3월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현재 그는 김 씨를 상대로 무고죄와 위증죄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병무청은 2013년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부양자 기준을 상향조정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19세 이하 미성년, 65세 이상의 가족을 부양할 경우만 대상자가 된다. 이전에는 성별불문 19세 이하 미성년이나 60세 이상 남성, 50세 이상 여성 부양을 이유로 면제혜택을 부여했다. 더불어 2018년부터는 생계형 병역면제 제도의 완전 폐지 계획을 밝혔다.

생계곤란 병역면제
폐지 vs 유지

병무청의 제도폐지 발표에 여론은 엇갈렸다. 발표에 앞서 병무청은 2012년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제도 의견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8%는 제도 유지에 찬성했다. 찬성자 중 80.6%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17%는 면제제도에 반대했다. 응답자 중 59%가 제도를 악용해 병역을 면탈하는 사람이 있다고 꼬집었다.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생계곤란의 경우 재산을 타인 명의로 신탁하고 면제판결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군생활에서 얻은 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방법 등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악용 소지가 있으면 그것을 막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 폐지는 해결책이 아니다”며 “생계곤란을 철저히 가려낼 생각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병무청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에게 생계비 및 연금을 지원하는 정부의 복지제도 확대로 생계감면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뜻을 밝혔다. 

chocho62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