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관련 ‘폭탄발언’이후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을 국회로 넘겼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치권 속내는 복잡하다.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데 가만히 있는 대통령이 더 무섭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을 지키고 당 지도부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박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사정정국으로 몰아가 인적 쇄신을 이룰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적 교체를 통해 20대 총선에서 임기말 ‘박근혜 구하기 친박사단’을 구성해 레임덕을 막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근혜 정국 돌파 구상’을 추적해 봤다.

-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 ‘침묵’이 더 무섭다

▲ <뉴시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달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2일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새정치연합은 해당 발언이 선거법 9조 1항의 공무원의 중립 의무와 82조 1항의 선거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법위반 논란 ‘심판론’ 주장 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내년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배신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낙선·낙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발언이 야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될지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구태정치’로 여야 국회의원을 싸잡아 몰아세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자신의 지지층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에서 정치권 특히 여당 의원을 심판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기저에는 현재의 여당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때 주류세력이었던 친박계는 18,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쇠하고 당 지도부부터 국회의장까지 비주류가 전면에 등장, 위기감이 높아졌다. 여전히 임기가 2년반 이상 남았는데 국회법 개정안 같이 국정의 동반자인 여당마저 대통령 흔들기를 계속한다면 임기말은 걷잡을 수 없는 권력 누수 현상이 벌어질 게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친박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까지 부재한 상황은 더욱더 박 대통령을 고립하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을 대신해 친박계 구심점 역할을 할 인사로는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유기준 해수부장관, 윤상현 정무특보, 이정현 최고위원, 김재원 정무수석 등 1진에 있는 인사들이다. 2진에 포진한 친박계로는 황우여, 강창희, 이완구, 홍문종, 이주영, 이한구, 서상기, 노철래 의원, 유일호, 홍문종, 조원진, 안홍준, 한선교, 황진하, 김태환, 이학재, 김정훈, 정갑윤 의원 등 3진까지 합쳐야 30명이 약간 넘는 숫자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가 160석임을 감안하면 친박계가 ‘아 옛날이여’의 노래를 부를 만한 처지다.

‘믿을 수 있는 친박, 30여명 수준… 靑 위기감

▲ <정대웅 기자> ilyoseoul.co.kr
결국 박 대통령이 오는 20대 총선에서 확실한 친박 친위세력을 유지하거나 세를 불리기 위해서는 비박계 인사들과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현 비박계 지도부와 ‘모종의 딜’을 통해 공천 지분을 달라고 할 성향도 아니다.  이에 청와대 주변과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정국을 통해 인적 교체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검찰에서는 물증은 없고 진술만 난무하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계에 대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성동격서’ 전략으로 정치인에 대한 직접 수사보다는 경제계 수사를 통해 정치인들을 옭아매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언론에 드러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회사를 보면 포스코 건설을 비롯해 GS건설, 대림산업, sk이노베이션  sk증권 skc&c, sk인천석유화학에다 (주)준코, 신안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방산비리 업체까지 포함시킬 경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 경제계 인사는 현 정부의 재계 수사와 관련해 “수사 안 받는 기업 찾는 게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 선봉에는 단연 ‘공안총리’로 알려진 황교안 총리가 있다. 이미 황 총리가 들어선 이후 새정치연합 문희상, 김한길 의원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중진 의원 P의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통과가 유력한 김현웅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입각할 경우 정치인에 대한 사정 정국은 더욱더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 분야 경험이 많고 기획능력과 지휘통솔력을 겸비한 ‘안정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황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법무부 차관으로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어 ‘사정정국’을 위한 황금 콤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에 복무하고 있는 친박계 신진 인사들을 대거 차출해 내년 총선에 내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대선 공신들은 현재 청와대 및 정부 부처 그리고 정부 산하기관에 대거 포진해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선거 출마용으로 직을 이용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떠나지 않고 조용하게 복무한 인사들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의회 장악 구상의 일단이 표출되면서 차출되거나 직을 사퇴하고 선거 출마 채비에 나설 것이라는 후문이다.

황교안-김현웅 검찰 발 사정정국 '황금콤비'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친박계 인사들의 대한 명단작업에 착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직접 선거에 나설 수 없지만 ‘복심’으로 통하는 ‘7인회’나 ‘문고리 3인방’ 등이 나서서 선거를 지원할 경우 박 대통령의 선거 지원과 다름없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대통령 탈당 후 신당창당 시나리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탈당 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자신이 만들다시피한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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