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으론 20대 총선 어렵다!”

신당후보 지지 35%, 인물 보고 판단 27%, 새정연 후보 지지 25%
비노계 인사들 만나면 “신당갈래” 농담…“호남, 더 이상 텃밭이 아니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에서는 ‘호남 물갈이론’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공천과정에서 이른바 ‘교체지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호남 물갈이론’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으로 당에 대한 민심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러나 전북도당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함구하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서 새정치연합보다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표로 승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새정치연합 전남도당도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으로 불린 ‘호남’. 그중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이 최근 전북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도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20대 총선에 지지하겠느냐, 차기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등의 문항이 중심이 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관계자는 “전북 의석이 11석이다. 지역구당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역지지도 및 신당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새정치연합에 대한 당 지지도 조사 및 의원별 지지도 등이 담긴 여론조사 보고서를 의원별로 이메일을 통해 발송했으며, 모든 내용은 참고자료로 조사한 것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 친노 정서’ 여전해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차기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 하겠는가’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출범, 고강도 개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위에 대한 평가 및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 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시선이 모아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외부에 공개하려고 했으나 전북 지역 의원들이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며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전북도당은 당 안팎에서 호남신당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여론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는 전북의원을 비롯해 전남, 광주 지역 의원 일부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판단 하에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돌릴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주변에선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우선적으로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 상당수 의원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전북지역 한 의원은 “교체지수가 전북지역 도시지역이 농촌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면서도 “의정활동에 참고하기 위한 자료라는 점에서 내용을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당 창당 시 어느 후보를 찍겠느냐는 결과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이 새정치연합 한 의원을 통해 전해들은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신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가장 우세했고, 그 다음으로 후보를 보고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가장 낮게 조사됐던 것이다.

전북도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들은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고강도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호남 민심은 여전히 새정치연합에게 싸늘하다”며 “지지 순서는 신당 후보, 후보를 보고 선택, 새정치연합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신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35%로 가장 높았고, 후보를 보고 지지하겠다는 의견은 27%였다”며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은 가장 낮은 25%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4월 재보선 패배로 꼽혔던 ‘반 친노 정서’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표에게 이러한 기류는 ‘총선은 물론 대권 행보’에도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은 새정치연합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노리는 문 대표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지역이다. 호남발 신당 창당 동력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호남을 기반삼아 총선 승리와 더불어 대권 행보에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할 경우 대표로서 당을 이끌어갈 동력 확보에 실패,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비노계가 말하고 있는 신당 창당 동력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텃밭’에서조차 외면

상황이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내에선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 등 문 대표의 독단적 인사로 인해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갈등이 극심해지면서 ‘텃밭’에서조차 새정치연합을 외면하고 있는 추세다. 더 이상 ‘호남지역이 새정치연합의 텃밭이 아니다’는 얘기다. 문 대표가 호남 지역 현안 챙기기에 나선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문 대표는 지난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수도 광주 실현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했다. 주목할 점은 이 자리에 주승용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박주선 의원, 그리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참석했다는 점을 당내에서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만큼 호남 지역에서 문 대표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여기에 비노계 중심의 신당 창당설과 천정배 발 호남 신당설 역시 문 대표에겐 악재다. 이들이 사실상 친노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9일 정대철·김상현·이용희 상임고문과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등 당 원로 4명이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포함해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다음날에는 당내 비노계 의원 9명 모임에서도 신당론이 불거져 나왔다. 물론 아직 정가에서는 그 파괴력이 지금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노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신당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례로 비노계 의원들이 의원회관이나 국회에서 모임을 가지면 ‘신당 창당’에 대한 얘기가 꼭 나온다고 한다. 이를 테면 “신당 합류할 것이냐”고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노가 신당 창당 명분을 만들어준다면 서로 주고받던 농담이 ‘말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문 대표로서는 당대표직 유지는 물론 대권도전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비노계 한 의원은 지금 비노계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더 나아가 정권 교체도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힘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합류하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고민이다. 당을 살릴 대안이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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