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시절 노벨평화상로비 실제로 있었다” 문건 파장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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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정부시절 노벨상 로비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여러 장의 국정원 극비 문건을 공개했다. 현재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달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라는 책을 출판한데 이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포트리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극비 문건으로 알려진 일명 ’친전‘을 전격 공개했다. 김씨는 그동안 문건의 존재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외부에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문건 공개에 앞서 “비록 국정원을 떠나기는 했지만 전직 국정원 직원으로서 문건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지금 나라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지금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문건은 총 7개로 이중 5개는 2000년 당시 국정원이 작성했던 DJ 노벨상 공작관련 문서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문건 가운데는 ‘친전’이라 불리는 국정원 내부 문건이 포함돼 있다.

친전이라는 말은 “친히 펼침”라는 말인데, 이 표현은 민감한 전문을 보낼 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가 공개한 첫 번째 문건 <한상철 방한 계획 관련>은 국정원에서 전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해외에 주재하는 국정원의 파견관이 본부 데스크로 보내는 비밀 보고서다. 문서를 살펴보면 괄호 안에 ‘국장님 친전’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2, 3)


은밀한 초청

김씨는 이 문건에 대해 “한상철이라는 이름은 스웨덴 교포 의사인 한○○라는 사람의 가명이다. 그는 김대중 씨의 노벨상 공작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며 “지난 2005년도 경 한○○ 씨는 한국 정부가 황우석 박사의 노벨상을 추진할 때, 스웨덴의 노벨상 선정하는 기관에 50만 달러를 기부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전문의 내용을 보면, 한○○가 2000년 2월 26일부터 3월 3일 사이 방한하는 문제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김씨는 “먼저 방한 일정이 있는데, 그 아래 ‘김 교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김 교수는 청와대 핵심 실세였던 김○○씨를 지칭한다”며 “그가 공항 영접과 호텔 예약 등을 모두 책임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내용을 풀어냈다.

두 번째 문건에 대해 김씨는 “보고서의 형식으로 보아 국정원의 내부보고 문건”이라며 “제목이 ‘NB 사업 관련 보고’라고 되어 있다. 페이지 중간에 손표시로 지시된 부분을 읽어 보면, ‘스톨셋 주교 방한 초청은 당시 김○○ 책임 하에 이루어 졌으며, 상기 내용은 절대 보안이 요구됨’ 이라고 특별히 강조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김○○은 스톨셋 주교 가족을 초청하여 여행경비 일체를 지원하고 제주도 관광시키기도 했다.

이어 “노벨상위원회에서 알았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일이었지만,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방한한 것이었기에 그냥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노벨평화상을 위한 반역?

세 번째 문건(사진 1)은 <금년도 정세전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2000년 4월 21일 작성된 장문의 보고서다. 이 날은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지 10일 지난 시점이고, 2000년 4월 13일 총선이 끝나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문건의 ‘착안점 및 유의사항’이라는 부분을 보면, 노벨위원회 측의 대 한반도 시각을 분석하고 있다. 활동 방향 등을 보면, 로비를 했다는 추문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남북 공동수상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부분도 명시돼 있어 애초 남한은 노벨상 남북공동수상을 염두해 두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네 번째 자료는 <출장인사 지원 관련>이라고 돼 있다. 이는 “김 교수”의 노르웨이 출장에 대해 노르웨이 공관에서 지원을 잘 하라고 지시하는 지시전문이라고 김씨는 밝혔다.


노벨평화상 로비 있었다?

김씨는 문건을 설명하며 “방문일자가 6월 24일~ 27일인 것으로 미루어 김○○이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 후 노르웨이로 날아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문건은, 분데빅 노르웨이 전 총리 일행의 방한 행사 지원에 대한 국정원장 수신용 내부의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제 1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에 노르웨이의 전 총리 일행을 초청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종일 전 차장과 김상우 전 의원이 공항에 출영을 나갔고, 청와대 관계자가 신라호텔에서 만찬을 대접했다.

김씨는 “나의 견해로는, 이 행사가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의 하일라이트가 된 행사였다. 분데빅 총리는 이산가족 상봉현장을 직접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노벨위원회에게 그해 노벨상 후보로 DJ를 적극 추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회견문 서두에서 “과연 제가 공개하는 이 문건의 내용이 각 언론사들의 데스크를 통과하여 내일 보도나 될 수 있을지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김씨의 우려대로 단 한 군데의 모 인터넷 언론사만이 김씨의 기자회견을 보도했을 뿐이다.

한편 김씨의 기자회견 후 일각에서는 “노벨상 수상을 위한 일종의 노력일 뿐 로비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김씨가 공개한 문건이 실제 국정원 친전인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반역을 했다고 김씨는 주장하지만 반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찾기 어렵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이정도의 활동은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것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로비활동은 더 치밀하고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출신인 한 인사도 “김씨가 공개한 문건만 보면 노벨상 수상을 위한 반역이 있었다는 김씨의 주장은 오버센스”라며 “로비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반역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동교동측은 이에 대해 더 이상 대응할 가치가 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무슨 기자회견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한숨만 나온다”며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거부하고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이들에 일일이 대응해야 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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