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들’이 늘고 있다

영화 '폭력써클'의 한 장면

최근 들어 청소년 범죄는 단순 절도·폭행 등으로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훨씬 잔혹해지고 흉포화 되고 있다.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까지 잇따르고 있는데다 범행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더구나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져 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모방 심리가 강해 폭력성이 짙은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고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교화 프로그램도 시급한 실정이다. 제대로 된 교화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또 다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서운 10대’들의 범죄 실태를 짚어봤다.

10대들의 범죄는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적절히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해 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성폭행 후 친구 부모에 폭행

생활비 마련 목적으로 차량과 상가 등을 상습적으로 털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데 이어 여자친구 아버지까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엄모(16)군 등 2명을 특수절도와 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홍모(17)군 등 4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엄군 등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6시 20분께 안양시 안양 2동의 한 어린이집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현금 13만 원과 1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5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모두 13차례에 걸쳐 차량과 상가를 털어 2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엄군은 안양시 범계동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에 유모(15)양을 불러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엄군은 유양이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친구 두 명과 함께 성남시 신흥동에 있는 유양의 집에 지난 8월 15일 찾아가 5만 원을 갈취하고 유양의 아버지(59)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안양시 호계동 한 주차장에서 유양을 집단으로 구타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1년 전부터 집에서 나와 고시원 등을 전전하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훔친 버스로 광란 질주… 살인미수 10대 검거

앞서 지난 8월 10일에는 만취한 채 회사 통근버스를 훔쳐 타고 달아나다 이를 저지하는 시내버스 운전자를 다치게 해 중태에 빠트린 10대 청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살인 미수 와 도주차량 특가법 위반 혐의로 천모(17)군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군은 인천 서구 석남동 석남사거리 인근에 열쇠를 꽂아둔 채 세워져 있던 모 기업 빈 통근버스를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군은 훔친 통근버스를 2km 가량 운전하는 과정에서 시내버스를 추돌하자 이에 화가 난 시내버스 운전자 최모(44)씨가 통근버스 운전석 창문에 매달린 채로 항의했다.

하지만 천군은 최씨의 항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통근 버스를 후진시켜 승용차와 추돌사고를 낸 뒤 다시 시내버스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최씨는 시내버스와 통근버스 사이에 끼어 머리와 장기를 크게 다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천군은 중태에 빠진 최씨를 떨어뜨린 뒤에도 독골 사거리 방향으로 운전하다 차량 5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통근버스에서 내려 달아났다. 경찰은 시내버스 CCTV 등을 확인해 범행 4일 만에 천군을 검거했다.


청소년 강력범죄 매년 급증

최근 발생한 두 건의 청소년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더구나 청소년들의 강력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아 지난 8월 2일 공개한 ‘미성년자가 피의자인 5대 강력범죄 발생 현황’자료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 6월까지 매년 10만 건 이상 청소년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1만 5561건 이후 2008년 12만 3044건으로 증가했으며 2009년 11만8058건으로 다소 줄어들었으나 2007년 이후 연간 10만 건이 넘는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 방화 강력범죄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7년 2113건, 2008년 2322건, 2009년 2786건으로 해마다 청소년 범죄의 20~30%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살인사건도 23건이 발생했고 강도사건이 2007년 1399건에서 21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2만 8901건으로 가장 많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고 서울지역은 2만 4086건이 발생했다. 청소년 범죄 발생건수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로 1518건으로 나타났다.


분노·욕구 불만 심화가 원인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 강력범죄 증가와 관련해 “청소년들의 분노와 욕구불만이 점점 더 심해져 가기 때문이다”며 원인을 진단했다. “분노와 욕구불만은 가정에서 시작 된다. 부모의 과도한 학업 요구, 가정 불화, 가정 폭력과 같은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학교의 적응과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이 꺽여나가는 정도가 과거보다 심해져 청소년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탈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표 교수는 불만이 많고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상담기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청소년들을 조기 발견해 상담과 치료, 적절한 진로 모색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들이 일찍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정도 자녀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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