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행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과 개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6월25일 거부하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의외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불신을 표출하고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국회법 개악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겨냥, “여당의 원내 사령탑(유승민)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더 나아가 정치를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한다며 국민에게는 “배신의 정치”라고 질타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는 “배신의 정치”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도 “배신의 정치”를 한다는 데서는 똑 같다. 2012년 5월 새누리당이 국회법개정안(몸싸움방지법 또는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준 것도 국민에게는 ”배신의 정치“였다. 이 몸싸움방지법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과반수 의결 원칙을 5분의3(60%)으로 개정, 국회를 마비시켰다. “식물 국회”로 전락시킨 개악(改惡)이었고 국민에 대한 “배신의 정치”였다.
박 대통령은 몸싸움방지법 개악 당시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고 있었다. 그때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황우여 의원이었다. 박 대통령은 황 원내대표에게도 유 원내대표에 대한 것처럼 국회법 개악의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했음직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도리어 그를 작년 교육부장관에 임명했다. 그에 반해 유 원내대표에게는 사퇴를 압박했다. 황 원내대표는 “쓴소리”를 하지 않았는데 반해, 유 원내대표는 여러 번 “쓴소리”를 토해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2005년 초선 의원 시절 당시 박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 때 그는 박 대표에게 “쓴소리를 가감없이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고 박 대통령은 끄덕였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2012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박 비대위원장의 당명(黨名) 개정에 반대, “쓴소리“를 시작했다. 그의 “쓴소리”는 원내대표로 선출 된 뒤 더욱 날카로워졌다. 박 대통령이 중국의 눈치를 살피며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THAAD) 한국 내 배치와 관련 침묵하자, 유 원내대표는 올 3월 “야당은 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다며 “새누리당은 오로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가안보 보다는 중국의 반대 입장을 의식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였다. 또 그는 4월 국회연설에선 박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현정부의 창조경제는 경제성장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작년 12월 박 대통령을 거듭 “각하”라고 불러 빈축을 샀다. 박 대통령은 “각하“ 원내대표 이완구를 총리로 지명, 그에게 상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몸싸움방지법 개악을 주도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도 교육부장관 감투를 씌웠다.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에게는 나가라고 압박했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유 원내대표의 “쓴소리”를 자신에 대한 충언(忠言)이 아니라 절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데 있는 듯 싶다.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국민의 공당(公黨)을 사당(私黨)화 한다는 지적과 함께 “얼음 공주“ “불통의 정치”란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6월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사퇴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5%, 공감한다는 반응은 32.9%에 그쳤다. 지금은 대통령이 당직자들을 불러놓고 재떨이를 던지며 호령하는 시대가 아니다.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며 “쓴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때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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