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란 핵 폐기 협상이 13년 만에 타결되자 우리 정부와 언론매체들은 크게 고무돼 북핵 폐기 협상도 서둘러야 한다며 들뜬다. 그러나 이란과 북한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서둘면 또 북한에 속고 당할 수 밖에 없다. 원칙을 지키며 신중히 접근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14일 “이란 핵 협상 타결은 북한에도 압박 효과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북한이 하루빨리 당국간 대화에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주요 일간지들도 사설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할 것이고 우리 정부는 이란 핵 타결로 생긴 호기, 놓쳐선 안된다며 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핵과 경제 병진’에서 빨리 깨어나도록…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돌이켜 보건대 북한은 1994년 미국과 제네바핵협정을 체결, 핵폐기 대가로 경제지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북한은 숨어서 핵을 계속 개발했고 끝내 들통나고 말았다. 이어 북한은 6자회담(미국·중국·일본·러시아·한국·북한)을 열어 2005년 9월 ‘한반도 비핵화 9.19 공동성명’, 2007년 2월 ‘9.19 공동성명 이행 위한 2.13 합의’, 2007년 9월 ‘북핵 연내 불능화 합의’, 등에 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세 차례에 걸쳐 핵무기 폭발실험을 자행하였다.
미국은 30여년 동안 북한에 속으면서 기본 원칙을 세웠다. 작년 성김 주한미대사가 밝힌 대로 먼저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진지한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 10개 정도 갖고 있다.”고 미국의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작년 5월 밝혔다.
북한과 이란은 다음 일곱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 중인데 반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적 파탄을 무릅쓰고 수십년 개발해온 핵을 이란따라 쉽게 포기할 리는 없다.
둘째,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군사동맹국 중국의 지원을 받는다. 북한은 중국의 보호를 믿고 핵 공격 협박까지 일삼는다. 중국이 북한을 형님처럼 감싸고 있는 한 북한은 국제적 경제*군사압박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셋째, 북한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폐쇄정책을 고수한다. 폐쇄정책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힘을 쓰지 못한다. 어차피 가난한 북한은 경제제재를 겁낼 필요가 없다.
넷째,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면서 미국과 1대1 핵군축회담을 하자고 주장한다. 핵폐기가 아니라 핵을 보유한 채 일부 감축으로 끝내자는 심보다.
다섯째, 북한은 핵 폐기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건다. 주한미군철수처럼 미국과 한국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전제함으로써 핵을 유지해 가고자 한다.
여섯째, 북한은 핵을 가져야 경제원조도 뜯어낼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일곱째, 북한은 핵을 보유해야 만이 강국으로 대접받는다는 과대망상증에 갇혀 있다.
이란과 북한의 이같은 차이점으로 인해 홍 통일부장관과 언론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이란 핵 타결이 북한에 대한 ‘압박효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이란 핵 타결을 섣불리 ‘호기’라고 보며 서두른다면 북한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국제회담에서 서두르는 측이 반드시 손해본다는 협상원칙을 간과해선 안된다. 서두르면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과 돈만 보태줄 따름이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대북 군사경계를 강화하며 북한에 대한 경제·군사적 제재의 끈을 가일층 조여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언젠가 이란처럼 비핵화에 나설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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