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실종 하루 평균 12명 꼴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성인 실종자가 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성인은 모두 25만7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2만2800여 명을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 매일 12명에 달하는 성인들의 생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09년엔 4만6000여 명이던 실종인원은 2013년엔 5만7700여 명으로 늘었다. 미발견된 성인 실종인원도 2009년 2900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5300여 명으로 급증했다. 2009년 대비 210%가 증가한 셈이다.


 5년간 미발견 성인 210% 증가…변사자도 20% 늘어
‘자발적 가출’ 수사 난항 vs “범죄연관성 파악부터”


실종 성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경찰은 성인 실종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성인 실종자 수는 3만4천여 명이다. 이중 5천300여 명은 발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민모(44·여)씨는 지난해 6월 강원도 횡성의 휴게소 인근 하천 마대자루 속에서 발견됐다. 모임 장소의 답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던 A씨가 하천 옆에 있던 마대자루에서 심한 악취를 맡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지난해 4월 민씨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했지만 민씨는 두 달이 지나서야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민씨의 시신이 발견돼서야 주변인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부검을 통해 사인 규명에 나섰다.


신모(36)씨는 지난해 8월 강화도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나뭇가지와 흙으로 덮인 채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신씨는 그해 7월 토지 매매대금 1억1200만 원을 받기 위해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신씨는 미귀가자로 신고됐다. 경찰은 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인근 폐쇄회로 TV영상 등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시신 발견 이틀 후에야 용의자로 추정되는 권모(62)씨를 긴급체포했다.  

실종 아닌 단순가출 처리 많아

자기 방어능력과 판단력이 있는 성인이 이유 없이 사라졌다면 흉악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경찰은 18세 이상 성년자의 경우 범죄 연관성이 없을 시 대부분 실종이 아닌 단순가출로 처리하고 있다.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죽어서야 발견되는 실정이다.


성인 실종 미발견자가 매년 증가하는 것만큼 변사자의 발견도 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변사자는 2009년 2만5000여 명에서 2013년 3만600여 명으로 20%가량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범죄여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아 실종과는 달리 성인 실종은 대부분 가족 간 불화, 남녀 간의 애정 문제 등으로 인한 자발적 가출이 많다. 실종자를 찾아도 실종 당사자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찰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실종 성인이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종사건 접수 뒤엔 CCTV 분석과 주변인물 탐색 등을 통해 범죄 연관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저조한 합동심의위원회의 개최율을 문제로 꼽는다. 합동심의위원회에서는 성인실종 및 가출에 대한 범죄연관성을 검토한다. 최근 5년간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성인실종자는 16만1200여 명이다. 그렇지만 합동심의위원회가 열린 횟수는 2만8600여 건에 불과했다.

이 기간 부산에서는 2만 여명의 실종 성인 미발견자가 나왔지만 합동심의위원회는 2천300여 건만 개최됐다. 대구에서도 1만1000여 명의 미발견자가 나왔지만 위원회는 2천800여회뿐이었다. 1만3900여 명의 미발견자가 나온 인천도 2천600여 회만이 열렸다. 경찰이 성인 실종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장기실종자 추적팀을 신설했다. 추적팀은 실종아동찾기센터에서 3년 이상 전문 상담역할을 수행하며 실종자 발견에 경험이 있는 5명의 베테랑 경찰관으로 구성됐다. 추적팀은 대상자 개별 프로파일링시스템을 비롯해 자료 분석, 현장 조사, 일선 경찰서와의 공조 등으로 수사를 병행한다. 경찰은 향후 5년에 걸쳐 아동전담 경찰관 178명, 실종수사 경찰관 277명으로 구성되는 ‘장기실종자 수사·추적팀’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실종추적팀
성인실종자는 대상 제외

그러나 이는 실종당시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가 대상이다. 성인 실종자는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 실종자는 무관심 속에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성인실종자도 아동실종에 준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실종예방과 신속한 발견을 위해 실시 중인 ‘사전 등록제’에서 성인은 빠져 있는 점을 지적한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측은 “실종인 가족들의 고통은 성인이나 아동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를 떠나 실종인에 대한 빠른 대처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성인 실종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 인력 지원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실종사건이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집중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전담 인력만으로는 방대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업무 효율을 위해 경찰은 2013년부터 건강보험공단과 연금공단 등과 상시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경찰은 실종자의 의료와 연금 수급정보를 통해 행적을 쫓고 있다. 시행 첫해에만 7900여 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는 같은 해 전체 실종인원 5만7700여 명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경찰은 성인의 실종을 단순가출과 미귀가로 분류하고 범죄 관련성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국민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인 실종자가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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