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시장의 한류, 그 끝은 나락


성매매와 관련된 ‘풍선효과’는 한 국가 내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한 국가에서 성매매를 단속하고 억누르면 다른 국가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종의 ‘글로벌 풍선효과’다. 그리고 이 글로벌 풍선효과의 가장 중심지에 한국이 있다. 우리나라는 수년전부터 시행된 지속적인 성매매 단속으로 많은 여성들이 해외로 이동해 성매매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이러한 국제 성매매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국내의 경기 한파와 더불어 해외로 나가는 여성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한국을 ‘성매매 단속의 선진국가’라고 평하지만 실제 그 이면에는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NGO들은 심지어 ‘한국 여성들의 성매매를 막아야 한다’고 성토할 정도다. 한국 여성들의 ‘국경 없는 성매매’를 집중 취재했다.

한국 여성들의 해외 성매매는 이제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홍콩, 대만,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미주 지역에까지 퍼져있다. 남자가 있는 곳에 한국 여자가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성매매를 통해 자신의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이야기다. 경찰 당국은 해외에서 체류를 하며 마약을 하고 성매매를 하는 젊은 여성들을 꾸준히 단속해 왔다. 그들은 2~3개월 정도 해외에 단기 체류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성매매를 하곤 한다. 대부분은 유흥업소 종업원, 혹은 집창촌 여성들이지만 유치원 교사, 전직 회사원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놀라운 얘기도 들린다. 이제 더 이상 해외 성매매가 특정 부류의 여성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해외에서 성매매를 할 경우 수입은 꽤 짭짤하다. 2~3개월 정도만 체류를 해도 1인당 2~3천만 원 정도는 거뜬히 벌어들인다고 하니 고수익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하려는 여성을 구하는 사이트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일본, 호주의 룸살롱이나 마사지숍, 가라오케 등으로 송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들을 송출하는 업주들은 ‘그럴 듯한 조건’을 내세운다. 선불금을 준다거나 직업학교 입학 보장, 또는 랭귀지 스쿨을 옵션으로 주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문제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학생비자가 가능하다고 속이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안이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외국어도 배우도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메리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한국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여성들일수록 더욱 강렬하게 끌리게 된다. 희망 없는 한국에 있느니 차라리 외국으로 가서 낭만도 즐기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조건들 ‘다 거짓’

외국으로 갈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한 강북 룸살롱 나가요 A양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사실 외국 유학을 가보고 싶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하지만 대학도 가지 못할 가정환경에서 유학을 꿈이라도 꿀 수 있겠는가.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본 구인광고를 보면서 새롭게 예전의 꿈이 떠올랐다. 비록 예전보다 나이는 더 들었지만 이제는 그곳에 가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비록 지금 나가요걸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고,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차피 한국에 있어봐야 비전이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차라리 이 생활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나갈까 생각 중이다. 운이 좋으면 외국인 남자와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 남성들은 한국 남성들보다 덜 보수적일 뿐 아니라 한국 상황을 잘 모르니까 나의 과거를 쉽게 들킬 일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할 뿐이다.”

그러나 그녀들에게 장밋빛 꿈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송출업체가 제시하는 조건 자체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그들은 단순한 브로커들에 불과하다. 그녀들을 한국에서 해당 국가로 입국할 수 있도록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외국으로 나간 그녀들이 실제 랭귀지 스쿨을 다니는지, 직업학교에 입학을 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가씨를 송출받은 해당 업소에서 이를 실천하면 다행이지만 그럴 리는 만무하다. 이를 위해서는 업주가 별도의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의 이러한 성매매 업소의 업주는 상당수가 중국인들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입장에서 랭귀기 스쿨이나 직업학교 등의 다양한 조건들은 그저 귀찮고 돈이 들어가는 일일 뿐이다.


글로벌 풍선 효과

이렇게 한인 여성들이 일을 하는 업소들은 이제 특정 도시만을 공략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역에 성매매 업소가 퍼져있는 형국이다. 성매매 여성을 위한 국제단체인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뉴욕, LA 등 미국 전역에 약 100개의 업소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도 400여 곳의 마사지 업소에서 한국인 여성들이 주를 이루며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해당 국가의 시골로까지 침투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한 군데에서 장기적으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성매매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만큼 단속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짧게는 2~3개월, 길어야 6개월을 넘기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 한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해당 업소의 출현에 대한 첩보 입수와 사전 조사, 단속에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본격적인 단속을 하려고 하면 그녀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이다.

국제단체인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성매매가 ‘국제적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단속이 심한 나라에서 단속이 약한 나라로 성매매 여성이 이동하면서 해당 국가의 성매매 범죄를 늘리고 있다는 것.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여성들은 가장 유력한 피의자로 지목받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전문적인 성매매 여성들만이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만의 한 TV에서는 심지어 ‘성매매 시장에 불고 있는 한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해외의 한국여성 성매매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기도 했다. 어학연수를 간다고 떠났던 여대생들이 여행 경비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직업적인 성매매 여성이라면 또 모를까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이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교민들까지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의 룸살롱 등지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어느 정도 돈을 벌었다 싶으면 곧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일부 여학생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일을 할 수 있는 업소의 명단이 떠돌아다니고, 한국 남학생들이 많은 시드니가 그 중심지가 되고 있다. 때론 처음에 유학생 신분으로 해당 국가를 찾았다가 결국에는 ‘나가요 걸’로 눌러앉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차피 학생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자로 인한 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영어가 되지 않아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경우에도 그냥 삶의 방향 자체를 바꾼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런 여성들이 마약에 빠지는 경우도 상당수다.


한국인 모두 이상하게 보기도

글로벌 성매매는 한국의 이미지를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호주 당국의 경우 여성 관광객의 입국 허가를 까다롭게 하면서 국제적인 망신이 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일단 여성이 혼자 입국을 하게 되면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성매매는 한 개인의 삶에 있어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여성들이 각종 성병과 에이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며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해 가며 성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욕심에 사로잡혀 불법체류를 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약점이 되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장 눈앞에 돈은 보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영민·헤이맨라이프 대표]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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