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랩 가사…산부인과의사회서 항의 성명 발표  
‘된장녀·보슬아치·김치녀·상폐녀’ 한국 여성 매도 심각

문제의 가사는 여성을 문란한 대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MINO 딸내미 저격'은 MINO가(자신이) 여성들을 저격하겠다는 것이며,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는 자신이 저격한 여성들이 자기 앞에서 산부인과처럼 다리를 다 벌린다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방송 직후인 지난 13일 여성과 산부인과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대한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에게 성적인 모욕감을 줬다”며 “4000여 산부인과 의사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 등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10대 청소년들에게만 잘못된 성적 가치관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회 측은 “젊은 여성의 산부인과 방문 자체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인식 탓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며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해 산부인과 문턱 낮추기 운동을 실시해온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노했다. 또한 “이 가사로 인해 산부인과를 여성들이 남성들을 향해 다리 벌리는 공간으로 모욕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과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여성·산부인과 의사
모욕감 준 표현

문제가 확산되자 송민호는 같은 날 오후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쟁쟁한 래퍼들과의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 더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며 “방송에 나온 제 모습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한없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썼다. 또한 “잘못된 표현으로 불쾌하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의사회 측은 성명 발표 다음날인 지난 14일 Mnet과 송민호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으로부터 사과 공문이 발송됐다고 알렸다. Mnet은 “적절한 사전 심의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제작진의 실수임을 인정한다”며 “시청자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가치관과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고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부분은 삭제할 뜻도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 측도 “대한민국 여성 또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모욕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향후 창작활동에서 이 같은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의사회 측은 사과 공문의 내용에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판단해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달 22일 진행되는 방송심의 소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쇼미더머니4’를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송민호의 여성비하 랩 외에도 방송 내용에 욕설 등 부적절한 표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소위원회에서 법정제재가 필요하다 판단될 시 전체회의에 안건이 상정되며 이후 법정제재에 대한 최종결과가 나온다.

여성혐오의 표출인가

논란은 일단락지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만연한 여성혐오가 표출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여성혐오가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남성의 우월권이 위협받는 현상이 여성 혐오를 심화시켰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한국 청년들이 경제적 성취를 얻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불안감도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온라인 상에서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대다수는 젊은 남성층이다. 이들은 주로 데이트 비용이나 군 입대로 인한 고용 불평등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경기 침체와 같은 사회 구조적인 요인보다 약자인 여성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

대학생 박모(25)씨는 “여성혐오를 내비치지는 않아도 여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불만을 표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모(33)씨는 “결혼할 때 남자는 집 한 채씩은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혐오는 ▲외모 ▲성과 여성성 ▲여성의 연령 ▲여성의 능력 등을 소재로 비하하거나 멸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이 쓰였다. 또한 여성의 신체와 성적 폭력과 위협 등의 표현도 비일비재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 여성 전체를 된장녀부터 보슬아치, 김치녀, 상폐녀 등의 표현으로 매도하고 있는 셈이다.

‘아몰랑’에 담긴
 차별과 비하

최근에는 ‘아몰랑’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잘 모르겠다’는 맥락에서 시작된 이 단어는 세태를 풍자하는 뜻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일부에서 이것을 여성 혐오와 비하 발언으로 연결해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성학 연구자는 “인터넷 은어에 머물렀던 ‘아몰랑’이 생활 속 유행어가 된 것은 이 단어가 여성에 대해 갖는 편견과 합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회적 공론으로 이끌어내기보다 성차별 구도로 단순 치환시켜버렸다”며 “이것은 문제해결 방안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평등연구소 측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유머처럼 취급하며 가볍게 만들고 있다”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온라인 공간에서의 혐오정서로 대표되고 있는 현재의 젠더 질서 재구성과 온라인 공간 활용의 대안에 대한 협력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