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최고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두권 전 경남지사(왼족부터)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이 270일 남았다. 통상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 인사의 경우 1년 전부터 지역구를 본격적으로 누빈다. 출마자들에겐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상황은 불투명하다. 여야 모두 친노 비노에 친박 비박으로 정파별 갈등이 극심해 ‘분당설’ ‘신당설’에 ‘4자 필승론’까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유명한 별들이 나가떨어지고 샛별이 혜성처럼 나타난다는 점이다. 별들의 고향이자 무덤인 총선에서 주목받는 3인방이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리고 새누리당의 이정현 최고위원이다. 당선되면 대선으로 가는 꽃길이 열릴 세 사람이다. 반대로 떨어지면 ‘권불십년’을 절실하게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3인방의 정치 미래를 점쳐봤다.

- 이정현 당선땐 날개 달고 떨어져도 ‘보은입각’
- 김부겸 ‘킹’이냐 ‘킹메이커’냐 김두관, ‘배지부터…’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지난 7.30 재보선에서 당선돼 지역구도 타파의 상징이 된 이 최고위원. 당시 ‘예산폭탄론’에 ‘한 번 쓰고 버려달라’는 획기적인 슬로건으로 화제를 낳았던 ‘왕의 남자’다.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당선된 이 최고는 매주 주말이면 지역구로 내려가 주민들과 함께 1박을 하며 지역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야당 의원보다 더 열심히 호남정치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다.

“27년만의 이변…20대 총선 통할까”

과연 20대 총선에서 이 최고위원의 화려한 재선은 가능할까. 일단 경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새정치연합에서는 현역 국회의원부터 과거 경쟁후보에 제3후보까지 난립하고 있다. 먼저 순천 출신의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김광진 의원이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표밭을 갈고 있다. 국회 국방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김 의원은 야당 텃밭 탈환을 목표로 수도권 출마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재보선 경선에서 서갑원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노관규 전 순천시장은 바닥민심을 다지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노 전 시장은 ‘순천 700년의 꿈’이라는 시민포럼 상임고문을 맡아 조직을 다지며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이 최고위원에게 패한 뒤 자숙 시간을 보내 서 전 의원도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게 지역정서다.

이에 고재경 전 강기정 의원 보좌관부터 정표수 예비역 공군 소장, 구희승 변호사 등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여차하면 현 조충훈 순천시장을 내세워 선거구를 탈환하겠다고 벼를 정도로 야권의 반격은 세다. 게다가 순천·곡성이 선거구 분구 예상지역에다 야권 발 신당창당 출현까지 변수가 많다. 후보가 누가 되느냐, 분구가 되느냐 나아가 야권 분열이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이 최고위원의 당락은 결정될 전망이다. 이 최고가 만약 당선된다면 박근혜 정권의 명실상부한 호남정치의 대변자로 꽃가마를 타고 급부상할 공산이 높다.

또한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치적 성과물은 대권 주자 레이스에 참여할 티켓을 거머쥐게 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역시 ‘자수성가한 왕의 남자’에게 장관 자리 하나 주는 것에 대해 흔쾌히 수용할 공산도 높다. 혹자는 임기말 마지막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떨어진다고 해도 이 최고위원은 잃을 게 별로 없다.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데다 여권내 동정론을 등에 업고 ‘보은 인사’차원에서 입각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 이 최고위원에겐 내년 총선은 ‘꽃놀이패’와 같다.

“새누리당 심장  대구 화살을 꽂을까.”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을 향하는 뜨거운 시선이다. 19대 총선과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야당 간판으로 대구 출마에 나서 40%이상 득표를 받으면서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호남에서 당선된 이 최고위원보다 김 전 의원이 더 주목받은 것은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과 12일 이틀간 조원씨앤아이에서 조사한 차기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17년 대선에서 야권 정치인 중 김 전 의원은 문재인(17.0%), 박원순(15.6%)에 이어 11.6%를 차지해 안철수 의원(9.5%)를 제치고 3위에 등극했다. 명실상부하게 야권 대선주자 레이스에서 4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이처럼 여야를 넘나들며 주목받는 것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헌신하는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당시 3선으로 당선이 유력한 군포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4년동안 대구에 머물며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 이런 김 전 의원의 행보는 지난 2.8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에 맞설 비노진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대구에 올인하겠다고 고사할 정도로 당내 입지도 탄탄해졌다.

이런 김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TK 정치1번지인 수성갑에서 당선될 경우 부동의 1위인 문재인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여당 잠룡인 김문순 전 경기도지사가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승리는 단숨에 유력한 야권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한 줄로 남을 전망이다. 1996년 자유민주연합이 대구에서 8석을 차지한 지 20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 깃발’을 올리게 된다. 민주당계 야당으로는 중선구제였던 1985년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유성환(대구 서구·중구). 신도환(수성구·남구) 의원이 선출된 이후 31년 만이다.

“리틀 노무현 ‘포스트 문재인’ 될 수 있나”

반대로 패배할 경우 김 전 의원은 차차기를 노려 야하는 신세가 될 공산이 높다. 그렇다고 김 전 의원의 도전 실패가 곧 정치적 사망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영남의 심장인 대구의 지역적 정치적 특성에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인 김 전 지사에게 패했다는 점에서 ‘동정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TK지역 내 야권 맹주로서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들로부터 러브콜은 쇄도할 전망이다. ‘킹’은 될 수 없지만 ‘킹메이커’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김부겸 역할론’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을 두고 여전히 회자되는 말이 있다. 하나는 “만약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됐더라면…”과 또 하나는 “김두관 전 지사가 안 나왔더라면…” 두 가지 가정이다. 김 전 지사는 이장에서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여당 텃밭인 경남도지사를 지낼 정도로 외연확대가 큰 후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머슴 대 공주’ 구도는 어느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이에 김 전 후보는 1년6개월이나 남은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야인으로 살아야 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그의 칭호처럼 친노 ‘맏형 문재인’을 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김 전 지사는 그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다시 지난 7.30재보선에서 경남을 버리고 경기도 김포에 출마했지만 무명의 신인에게 패하면서 대중들로부터 멀어졌다.

그런 김 전 지사가 재차 주목을 받는 것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전국신당을 외치면서 김 전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문 대표가 대권에서 멀어질 경우 ‘포스트 문재인’을 이을 인사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 전 지사다. 안 지사는 임기를 중도에 마치고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럴 경우 김 전 지사가 친노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공산이 높다.

문제는 내년 20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아야 한다. 금배지를 달고 중앙정치무대에서 ‘포스트 문재인’의 후계자로 길을 걸을 경우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역시 관건은 문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 엮여 있다는 점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라는 한계다. 반면 차기 총선에서 떨어질 경우 정치적 생명은 끝날 공산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의미 없는 패배에다 무명의 신인에게 분루를 마신 김 전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재차 낙선할 경우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가 신당창당에도 선을 긋고 전국 순회 특강을 하면서 “김포에 뼈를 묻겠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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