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연합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안으로는 혁신위가 주간 단위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확 바꾸고 있다. 그리고 밖으로는 야권 발 정계개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노 진영에 있던 당원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혁신위가 당을 새롭게 바꾸겠다고 발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당 외풍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노 진영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문재인 아바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위가 성공해도 당이 분열하고 실패해도 당이 깨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실체를 따라가봤다.

- 당권 견제 아닌 당권 강화…친노 입지만 넓어져
- 오픈프라이머리는 친노 현역 기득권 유지의 장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김상곤 전 경기도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할 당시 친노나 비노 진영 모두 쌍수를 들면서 환영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단지 비노 이종걸 원내대표가 추천하고 친노 문재인 대표가 추인했다는 점에서 ‘무난한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로 김 위원장이 요청받은 적도 있어 당내 다양한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文 왼팔 내주고 적장 목을 베는 격”

일단 김 위원장이 4차 혁신안까지 발표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진영은 아무래도 친노무현계 그중에서도 정확히 친문재인 세력이다. 비록 친노 최재성 의원이 맡고 있는 사무총장 폐지안이 당무위를 통과해 20일부터 없어지지만 공천을 좌지우지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과 사무총장직을 대신할 5개본부장 인선에 당 대표의 권한을 높여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평가위원장뿐만 아니라 위원까지 당대표가 임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비노 진영에서 크게 반발했고 혁신위는 ‘최고위 의결을 받아 당대표가 임명한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비노 진영에서 ‘평가위’를 통해 친문 세력이 ‘공천 살생부’를 작성할 것이라는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왼팔’(사무총장직)을 내놓고 적장(비노) 목을 베는 격‘이라고 분노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갈등 청산을 위해 최고위 폐지안을 내놓았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 최고위원은 주승용(김한길계), 정청래(옛 정동영계), 전병헌(정세균계), 오영식(정세균계), 유승희(민평련) 의원 등 5명이다. 이 중 주승용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계파별 구성을 보면 오히려 친문은 문 대표 혼자이고 범친노라고 해야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전병헌, 오영식 두 명이다. 그동안 친노를 대표해 목소리를 낸 정 최고위원이 사실상 역할을 못하면서 힘이 빠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최고위 폐지는 친노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잘 아는 최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직을 한 달밖에 수행하지 못하게 됐지만 선뜻 “혁신위안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결국 사무총장직 폐지안과 기타 덜 민감한 혁신안은 오는 20일 중앙위에 회부돼 통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출직공직자평가위 구성안과 최고위 폐지안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내달 20일 중앙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특히 최고위 폐지안의 경우 내달 통과되더라도 당장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은 내년 총신이후에 적용되도록 돼 있어 실제 실천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혁신위원 내 친노성향 인사 목소리 커

이처럼 김상곤 혁신위가 ‘친노와 비노’ 사이에서 친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내부 혁신위원들의 면면과도 상관 있다. 현재 김 위원장을 비롯해 혁신위원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대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정채웅 변호사, 임미애 경상북도 FTA 대책특별위원 등 외부인사와 내부 인사로는 우원식 의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 이동학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장)이 있다.

계파별 안배보다는 김 위원장과 가치와 이념을 공유해온 인사들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혁신위 내에서 목소리가 큰 인사들을 보면 김 위원장을 비롯해 조국 교수, 최대욱 교수, 우원식 의원 정도로 성향 상 친문은 아니지만 친노 성향의 인사들로 주류의 입장을 무시하기 힘든 인적 구성이다.

실제로 지난 2.8전당대회에서 구청장 출신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비노계 박우섭 구청장의 경우 혁신위 내에서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 경력으로 보나 당내 현안에 대해서 누구보다 혁신을 앞장서서 주장할 만 하지만 오히려 ‘관전자’ 입장으로 있었고 ‘강남 좌파’로 불리는 조 교수가 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노 진영에서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 상실은 출발선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곤호가 출범하게 된 계기는 문 대표가 지난 4.29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후 책임론이 일면서 비노와 갈등이 고조되자 급조돼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문 대표에 쏟아진 책임론 화살을 대신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비노 진영에 속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한 인사는 “지금 김상곤 위원장은 이해찬·문재인의 아바타 아니냐”며 일갈했다.

또한 조 교수의 경우도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을 너무 높여놨다는 점에서 혁신위가 냉소적인 시선을 받는 데 한몫하고 있다. 조 교수는 혁신위원이 되기 전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 공천 20~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 네 가지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혁신위에 들어오기 전 주장으로 혁신안이 이 이상을 넘지 않으면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다.

조 교수가 주장한 비현실적인 안 중에서 그나마 실천가능한 것은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와 전략공천 지역을 제외한 완전국민경선제라 할 수 있다. 나머지는 혁신위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안이 아니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자칫하면 혁신위가 당을 깨는 데 일조해 내년 총선을 망친 일등 공신이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친노·친문 ‘쾌재’

특히 완전국민경선제의 경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야 동시에 실시하자며 선수를 치고 나온 안이다. 분위기 상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받지 않을 수 없고 혁신위 분위기 역시 완전국민경선제를 중앙위에 회부할 공산이 높다. 완전국민경선제는 한마디로 당원을 배제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것이다. 현재 당내 상황으로는 친노가 중앙에서 주류지만 당원·대의원의 표를 보면 비주류 전락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부터 그 조짐은 나타났다. 대선후보 선출 당시 손학규 후보는 전국 순회 투표에서 1위를 달렸지만 문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1위에 올라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한 이해찬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맞붙었던 민주통합당 당 대표 선거당시에도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김 의원이 앞섰지만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 밀려 당 대표가 되지 못했다. 지난 문재인 대표가 대표 최고위원이 될 당시에도 박우섭 최고위원 후보가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는 1위를 했지만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조사에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낙선한 바 있다.

결국 완전국민경선제 역시 비주류보다는 주류 비노보다는 친노와 친문 세력이 유리할 수 있다. 비노 진영에서 김상곤 혁신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정하고 친노 아바타라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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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 본격 다룬 드라마 ‘어셈블리’ 화제

- 국회보좌진 “여의도 정치 편견 없이 묘사하길…”

지난주 15일과 16일 방송된 본격 정치드라마 ‘어셈블리’(의회, 국회)가 화제다. 방영 전부터 국회 의원회관 내부가 고스란히 공중파 방송을 탄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반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과거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여의도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정 작가가 과거 10년 동안 국회 보좌진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여의도 정치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높았다.

일단 국회 보좌진들의 경우 정치 드라마로서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했다. 뉴스에 나오는 내용보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반응이다. 반면 보좌진들은 국회의원의 손발로 머슴처럼 묘사된 점에 대해서는 불만도 나왔다. 물론 일부 가부장적 스타일의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머슴 다루듯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원실의 공통점은 의원 능력이 출중하거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경우다. 보좌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 자문그룹과 정무적 조언을 담당하는 그룹이 주위에 많아 굳이 보좌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과거 의원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정몽준 전 의원 등이 이런 경우다.

또 다른 아쉬움은 국회의원 300명이 머물고 취재기자만 천 명이 넘고 정부나 기업 심지어 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서 파견나와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한명의 정치인생만 집중 조명한 것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인 정재영(진상필역)씨는 무식하지만 용감한 용접공 출신으로 해고당한 노동자로 나온다. 해고를 당하고 복직투쟁을 하다 국회의원이 된 케이스다. 기존 정치드라마가 ‘엘리트 출신’을 내세웠다면 이번 작품은 서민 출신을 내세워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휴먼드라마다.

이제 두 편이 방영되었을 뿐이다. 국회 여야 보좌진들은 한결같이 “요즘처럼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던 적이 없다”며 “정 작가가 국민들에게 정치가 무엇인가를 생생하고 편견없이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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