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법대로 하세요”라는 이런 얘기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법적 절차에 호소하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잘 따져 보고 법적 분쟁을 시작해야 한다.

얼마 전 법원에서 조정위원을 하시는 분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다. 개를 산 사람은 화가 나서 개를 판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서울에서 개를 사온 사람이 개를 판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이야기다. 개 값으로 30만원을 줬는데 개를 사온 후에 개가 피부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 피부병 치료를 위해 병원비 등으로 61만원이 들어갔다.

청구취지는 매도자가 병원비 등과 위자료를 합친 2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정에 회부된 이 사건에서 조정위원회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61만 원의 치료비를 배상하고 나머지는 없었던 것으로 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이 사건은 매도인 부부가 61만 원을 매수인에게 배상하는 것으로 끝났다. 매도인 부부는 서울에서 재판에 몇 차례 출석하느라 교통비가 수십만 원 들어갔다. 개 값으로 받은 30만원에 추가해 31만 원을 더 물어줬다. 그러나 매수인은 병원비를 제외하고 소장을 작성하는 데 법무사 수수료로 30만 원을 이미 지급했고 재판에 오가느라고 교통비를 소비했다.

법원의 판사, 직원, 조정위원들도 재판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매수인은 61만 원을 지급받았지만 재판을 하지 않는 것과 달라진 것은 없게 된 것이다.

법이란 것도 사람의 마음과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섞인 법률적인 분쟁은 시간이 오래갈수록 사람 마음을 병들게 한다. 2만원 때문에 싸움이 돼 사람이 다쳐 해 몇 천만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요즘 법원에서는 판결보다는 조정이나 화해를 많이 권유하고 있다. 전부 승소하거나 전부 패소하게 되면 일도양단의 결론이 나 시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패소한 쪽과 승소한 쪽이 모두 감정의 골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법적분쟁에는 잠 못 이루는 걱정과 근심이 뒤따른다. 법적인 분쟁에 휩싸인 사람들의 심적 고통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길 것인지, 질 것인지를 예측하게 하고, 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이미 법적 분쟁의 반은 해결한 것과 같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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