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천정배 발 신당 창당’을 두고 천정배와 당산동팀이 미묘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염동연·이철 전 의원 등이 포함된 ‘당산동팀’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천 의원은 신당 창당에 대해 “결심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선 천 의원의 신당창당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신당창당 여부에 대해 천 의원이 미온적 입장을 취해, 이 같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이다. 이철·염동연 전 의원 등이 당산동에 사무실을 차려 천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일명 ‘당산동팀’은 신당창당에 방점을 찍고 있다. 천 의원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천 의원과 당산동팀 간의 신당창당 여부를 놓고 견해차가 있음을 시사한다. 

- “생각까지 같을 수는…”   민낯의 신당, 서로 다른 ‘접근법’
- 천정배 “인물영입 우선” vs 염동연 등 “신당창당 군불 때야”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얼마 전 국회에서 천정배 신당 창당 로드맵과 관련된 정체불명의 문서가 돌았다. 신당 전략팀인 ‘(가칭)정치 세력 교체 추친단’이 작성한 것으로 ‘1월 신당창당’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추진단은 “신당의 명분이 축적되지 않았고 기존 정치인과 신진 인사 영입이라는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공식 창당 선언을 할 타이밍은 아니다”며 “명분 축적과 세력 확장이라는 두 조건이 성숙한 뒤 창당 선언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신당창당 5단계 창당 로드맵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1단계, 창당 명분 축적(8월까지)→2단계, 창당 주비위 결성(9월까지)→3단계, 전국 정당화 조직 체계 구축(11월까지)→4단계, 비전과 정책 완비(12월)→5단계, 창당 및 공천 심사(2016년 1월) 등 5단계로 분류한 것.

상종가 치는 천정배

문건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문건을 보고받거나 내용을 구두로 보고받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신당창당 문건이 공개된 후 당산동팀 등 내부에서는 ‘초등학교 수준의 문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신당창당 작업에 합류하고 있는 한 인사는 “회의를 하고나면 문서를 파기한다. 천 의원에게 충성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런 문건을 언론에 흘린 것 같다”면서도 “시기적으로 1월 신당창당은 늦다. 천 의원이 말하는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영입되면 신당창당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더라도 1월 이전에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당창당’ 여부를 두고 천 의원이 주목을 받는 것은 ‘야권 발 신당창당론’의 진원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호남 내에서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 전북·남 자체조사에서 신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천 의원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야권 중도신당파들은 ‘천정배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구민주계와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고, 탈당한 비노계와 천 의원이 손을 잡고 신당창당을 주도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천 의원 측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 전 지사와 박주선 의원 등에서 흘리는 것일 뿐 (우리는 아니다)”이라고 말한다.

이들과는 선을 긋는 대신 뉴DJ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염동연·이철 전 의원이 속한 ‘당산동팀’과 천 의원 등 역시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미 30, 40, 50대 중심의 뉴DJ들에 대한 영입을 어느 정도 마쳤으며, 그 수도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당 둘러싼 시각차

인물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신당창당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천 의원은 신당창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신당창당 움직임에 회의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 천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 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면서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심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다. 더구나 신당창당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면서도 전국 정당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신당창당에 대한 가능성만 열어 두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신당창당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한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박준영 전 지사 등이 연대해 신당창당을 하고 천정배 신당은 창준위까지만 발족, 이들과 합당할 수도 있다는 그럴 듯한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철·염동연 전 의원 등이 합류한 당산동팀은 ‘신당창당→인물영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무조건 신당창당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염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의 계획은 마련됐고 조직 작업을 하고 있으며 지금 외부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며 “교감을 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실명을 밝힐 수 없지만 이미 결심을 하신 분이 몇 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신당창당을 하지 않는다면 염동연 전 의원 등이 천 의원을 돕겠느냐”고 되물었다. 신당창당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신당창당을 놓고 당산동팀과 천 의원 간의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천 의원 측근들 사이에서 “(당산동팀과) 의논을 같이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생각까지 똑같을 순 없지 않나”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 나아가 측근들 사이에서 당산동팀과 엮지 말라는 얘기도 나왔다는 후문이다.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한 인사는 신당창당을 둘러싼 시각차는 있지만 갈등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우선 염 전 의원은 ‘신당창당’에 대한 군불을 지펴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당창당에 대한 여론이 높은 만큼 이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게 주된 골자다.

반면, 천 의원은 신당창당을 하겠다고 먼저 주장하게 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안철수 신당의 실패사례와 맞물리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안철수 의원은 사실상 신당창당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인물 영입 실패로 신당창당은 무산됐고, 민주당과 제3지대에서 합당하는 방식으로 통합했다. 따라서 천 의원은 인물영입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신당을 거론하면 신당창당 일정에 끌려다녀 실패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당창당을 두고 당산동팀과 천 의원 간의 시각차에 대해 한 핵심인사는 이렇게 촌평했다.
“천 의원은 ‘화장을 하고 예쁘게 꾸민 뒤’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반면, ‘당산동팀’은 화장하는 과정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어야만 신당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미묘한 온도차는 있지만 결국 신당창당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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