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처벌로 교직 신뢰 회복해야”

 

▲<뉴시스>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경기도 광주의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9명은 지난 6월 이 학교 남자 교사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신체접촉을 하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여학생 10명이 성추행 사실을 알려오자 경찰에 해당 교사를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 10명 중 9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교사의 성범죄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성년자와 성매매 해도 정직 3개월
교원평가·교직복무심의위원회 대안 제시 


‘키스하면 기말고사 시험문제 알려줄게’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16)은 이 학교 기간제 교사 B씨에게서 이러한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포옹 한 번에 문제 하나’라는 메시지를 보낸 다음날 교내에서 A양을 끌어안으며 강제 추행했다. A양이 부모와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말하고 나서야 B씨의 행각이 알려졌다. B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B씨는 이 학교 다른 여학생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학생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학생들이 귀여워서, 좋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학교 측은 B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교사 성범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성범죄로 인해 징계를 받은 초·중·고 교원은 240명이다. 하지만 B씨처럼 해직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일부에서는 B씨가 기간제 교사였기 때문에 학교를 떠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발생했던 부산시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가 성범죄, 금품수수, 성적조작 등에 연루되면 계약 해지 및 고발 조치하고 근무활동 평가에 이를 기록하도록 했다”며 “기간제 교사 선발 시 관련 내용 조회를 의무화하고, 타 학교 근무경력을 빼는 등 허위로 서류를 기재하면 곧바로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했다.

정교사 처벌…정직 3개월

정교사의 경우 대부분 정직이나 감봉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민현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 중 47.9%인 115명이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132명 중 82명이 교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파면이나 해임된 것은 37명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도 108명이나 됐다. 이 경우엔 67명이 해임·파면을 당했다. 그러나 여전히 33명은 교단에 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C씨는 2008년 중학교 3학년이던 가출 여중생에게 20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 경북 포항의 초등학교 교사 D씨도 2009년 여고생에게 11만 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에게 성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육청도 각각 정직 3개월과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C씨와 D씨 모두 현재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로 교사가 파면·해임되거나, 100만 원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교원 지위를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이 나올 시엔 계속 교단에 설 수 있다.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돼도 이전 학교에서의 전력이 공개되지 않아 동료 교사나 학생들은 성범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의 행정 징계에서 정직, 감봉, 견책처분을 받으면 교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진행되는 행정 징계에 따라 교사의 향방이 갈리는 형국이다. 교사에 대한 징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징계처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의 취업제한 조항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자는 10년간 학교나 유치원 등 아동·청소년 기관에서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교단에서 그대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현행법상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처벌 강화책 마련

성범죄 교사가 줄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4월부터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폭력, 미성년자 및 장애인 대상 성매매 비위를 저지른 교육공무원은 최소 해임에서 파면까지 징계 기준을 강화했다.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일 경우에도 최소 해임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 14일 성범죄로 수사를 받는 사립학교 교원을 직위해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이 성 관련 비위 행위 등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교원은 직위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정치권에서도 성범죄 교사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지난 4월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교육공무원법 개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교사가 성폭력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신고돼 당장 피해 학생과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교장이 가해 교사를 직위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교사가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교육공무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교육부 장관이 교원 자격도 취소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포함했다.

교사 성범죄 근절 위해서는

교원단체들은 성범죄 교원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 식구 감싸기로 미미한 처벌을 거듭할수록 교직원 전체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은 교원평가를 성범죄 예방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교원평가는 해당 교사만이 열람하고 있다. 이를 다른 교사들과 공유해 교사들이 공동으로 학생들의 반응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예방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부활해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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