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로열 웨딩’ 영국 또 달아오르다

지난 11월 16일 영국 윌리엄 왕자와 여자 친구 캐서린 미들턴이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전에서 약혼 발표를 한 뒤 언론 사진촬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2011년 4월 29일 결혼할 예정이다. [AP-뉴시스]

영국이 로열 웨딩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28)가 동갑내기 여자 친구 케이트 미들턴과 내년 4월 결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은 지난 11월 23일 두 사람의 결혼식이 내년 4월 29일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여왕의 모친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며 지난 1997년 윌리엄의 모친인 고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치러져 수많은 영국인들의 마음에 남은 곳이기도 하다.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 두 사람은 결혼한 뒤 윌리엄 왕자가 공군 조종사로 복무 중인 웨일스 북부에 거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호사가들은 29년 전인 1981년 윌리엄 왕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어머니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한편으로는 감회에 젖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월의 흐름에 놀라기도 한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풀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윌리엄 왕자는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에 이어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다. 가만히만 있어도 언젠가는 아버지 뒤를 이어 영국 왕이 될 몸이다. 더구나 훤칠한 키에 어머니를 닮아 준수한 얼굴은 로열 프린스 중의 프린스로서 그리고 유럽 1등 신랑감으로서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그러니 그동안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 온 것은 당연한 일.

윌리엄 왕자의 결혼 소식이 나오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함께 예비신부 케이트 미들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케이트 미들턴은 평민 출신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82년생인 미들턴은 엄격한 귀족 가문 출신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과는 달리 완구업으로 자수성가한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케이트의 아버지는 우편으로 파티용품을 배달하는 ‘파티 피시스’를 창업해 백만장자가 됐고, 어머니는 항공 승무원 출신이라고 한다.

케이트 미들턴은 한 살 아래인 샬롯, 다섯 살 아래인 제임스 윌리엄 두 동생이 있다. 케이트 미들턴은 또 대학에서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패션 브랜드인 ‘지그소우(jigsaw )’의 악세사리 바이어를 하다가, 2007년 포토그래퍼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사생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은 셈이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지난 2001년 9월 처음 만났다.

그 뒤 2002년, 윌리엄 왕자가 주선하는 자선 패션쇼에 케이트가 모델로 나서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가까워졌다.

이후 다른 친구 2명과 숙소를 함께 쓰며 급속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2003년 크리스마스경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2학년이 되던 해 대학이 있던 파이프 시내의 방 4개짜리 집에서 다른 2명의 학생들과 함께 거주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발모랄 영지 안에 있는 외딴 주택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오붓한 만남을 이어왔다고 전해진다.

윌리엄 왕자가 케이트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된 건 그녀의 패션 감각 때문이라고 한다. 케이트는 학교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2007년 한때 결별했다. 그러나 몇 주 뒤 함께 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다시 포착됐다. 당시 결별 원인은 윌리엄 왕자의 미온적인 태도와 그의 군 복무로 인한 관계 유지 어려움, 언론의 관심에 대한 부담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지금 동화 같은 꿈 속에

이들의 약혼 발표는 별로 이야기 거리가 없던 영국 내에 동화 같은 극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국은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다.

윌리엄 왕자는 약혼 발표 직후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결혼할) 적기”라며 “(장인이 왕실과의 결혼을 꺼릴까 봐) 케이트에게 청혼을 먼저 할지 장인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자는 또 연애 기간이 8년이나 된 것에 대한 질문에 “그녀가 원할 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청혼은 최근 함께 여행을 갔던 케냐에서 했다고 한다. 그는 “3주 동안 배낭에 반지를 넣고 다니면서 기회를 노렸다”고 했다. 반지는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비가 1981년 찰스 왕세자로부터 받았던 것.

윌리엄 왕자는 “비록 이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나눌 수는 없지만 반지를 통해 함께하고 싶었다”면서 “케이트에게 어머니와 비교되는 압박감을 주기 싫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케이트는 약혼식 발표 날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이 반지를 끼고, 색깔을 맞춘 파란색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자신의 벽에 윌리엄 왕자의 사진을 10장 넘게 붙여놨던 일, 윌리엄 왕자가 요리를 해주려다 몽땅 태워버린 에피소드, 자신들끼리 서로 놀리는 습관들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했다.

또 청혼이 “아주 로맨틱했다”고 소개했다. 케이트는 대학 졸업 후 패션 액세서리 회사에서 일했으나 최근 파티용품과 장난감 주문 제작으로 큰돈을 번 아버지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이번 결혼 발표로 영국 전역은 기쁨에 휩싸여 있다. 영국 시민들은 왕실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이들의 기념품을 구입하고 이들과 관련한 관광 명소를 찾고 있다.

영국의 왕위 계승 예정자가 평민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1660년 제임스 2세가 앤 하이드와 결혼한 이후 350년 만이라고 한다.

특히 비운의 주인공인 어머니의 죽음을 딛고 잘 자라준 윌리엄 왕자에 대한 애정에다 케이트가 생전의 다이애나 비를 연상시키는 세련되고 우아한 미모와 패션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국민들이 보내는 관심은 남다르다.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케이트가 “새로운 패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벌써부터 결혼식장, 웨딩드레스, 예복에 관한 추측이 넘쳐난다. 왕실이 다시 조명받으면서 관광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윌리엄 왕자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전하며 “정부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 여성들 아쉬움 속 한숨

한편 영국 정부가 이들의 결혼식 날을 공휴일로 정함에 따라 영국 노동자들은 내년 4월 22일부터 5월1일 사이에 단 3일만 근무하게 됐다며 즐거워 하고 있기도 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 11월 23일, 결혼식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의 결혼은 행복하고 감동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가적인 축하의 날로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내년 4월 22일은 성주간중 금요일(Good Friday)이고, 그 다음주 월요일인 25일은 부활주일의 다음날 월요일(Easter Monday)로 휴일이다.

26일부터 28일까지 근무를 한 뒤 29일은 결혼식 당일로 휴무인 데다 5월 1일은 노동절로 공식적인 휴일이다. 이때가 영국인들에게 황금연휴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여행업체들은 휴가 상품을 준비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윌리엄 왕자의 결혼 발표 뉴스를 접한 세계의 여성 팬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아쉬움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필리핀의 한 23세 여성 네티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의 윌리엄 왕자가 결혼한다”며 “(내) 상처를 더하기라도 하듯이 (그는) 어머니의 약혼반지를 (약혼녀 케이트 케이트에게) 줬다. 내가 가장 탐내던 것을”이라고 한탄했다.

미국 뉴저지의 한 27세 여성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실에서 나는 (윌리엄 왕자와 결혼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왕세자비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은 재미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미국의 소셜 미디어 블로그 매셔블(Mashable.com)이 지난 11월 18일 블로그, 트위터 등의 윌리엄 왕자 관련 게시물들을 집계, 분류한 결과 대다수는 기뻐하거나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16%는 부정적이었으며 이 중 많은 숫자가 낙담한 여성들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왕자

한편 공군 조종사로 복무 중인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약혼 발표 이틀만에 악천후 속에서 헬리콥터로 조난객의 생명을 구해 또다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18일 체육시설 직원인 그레그 왓킨스는 친구 6명과 함께 웨일스의 스노든 산을 오르다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조난신고를 받은 당국은 이를 왕립공군(RAF)에 알렸고 공군은 윌리엄 왕자를 포함한 4명의 구조대를 현장에 급파했다. 현역 공군 중위인 윌리엄 왕자는 지난 9월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다.

당시 산에는 안개가 심하게 끼는 등 구조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왓킨스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윌리엄 왕자가 TV에 나와 케이트와 약혼 사실을 발표하는 장면을 봤다”면서 “살아난 것도 운이 좋지만 ‘미래의 왕’이 될 분에게 구조된 것은 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조작업은 윌리엄 왕자가 약혼을 발표한 뒤 부대로 복귀해 맡은 첫 임무였다.

윌리엄 왕자는 2006년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해·공군 등 전군을 순환하며 장교로 복무해왔다. 공수특전단(SAS), 해병특수부대(SBS), 특수정찰연대(SRR) 등 3개 특수부대의 훈련도 모두 거쳤다. 윌리엄 왕자가 왕위를 계승할 경우 군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기 때문에 전군을 거치며 장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윌리엄 왕자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졌던 날 한 다리 근처에서 노숙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윌리엄 왕자는 자신이 2005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노숙인 구호단체인 ‘센터포인트’의 세이 오바킨 대표와 함께 밤을 보냈는데 “가난과 가정불화, 마약, 정신질환 등이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돕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튿날 오전 6시께 일어나 노숙자들을 위한 아침을 직접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킨 대표는 “윌리엄 왕자가 10대 노숙자들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체험해 보기를 요청했고 그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영국 다음 국왕은 누구?

윌리엄 왕자가 국왕 돼야 55%

윌리엄 왕자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을 달아오르게 한 또하나의 이슈는 차기 영국의 왕위가 아버지 찰스 왕세자에게 넘어갈지 윌리엄 왕자에게 넘어갈지에 대한 추측이다.

찰스 왕세자는 지난 8월 촬영했다가 11월 19일 공개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왕위를 계승하면 카밀라 콘월 부인이 왕비가 되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카밀라 콘월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한 뒤 8년 만인 2005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다. 영국 언론들은 찰스 왕세자가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자신이 왕위 계승 1순위라는 점을 처음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찰스 왕세자 재혼 당시 영국 헌법부는 “콘월 공작부인은 왕비 칭호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콘월 공작부인도 스스로 “절대 왕비가 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찰스 왕세자가 처음으로 그에 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영국 왕실은 공식 입장이 달라지진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 법이 규정한 왕위 계승 서열은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 해리 왕자(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 앤드루 왕자(찰스의 동생), 베아트리스 공주(앤드루 왕자의 딸) 순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찰스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부정적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21일 “여론조사기관 ICM이 영국민 2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가 윌리엄 왕자가 아버지 찰스를 건너뛰고 왕위를 바로 이어받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의 왕위 계승 찬성률은 16%였다.

영국민들이 찰스보다 윌리엄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도덕성과 카리스마다. 윌리엄 왕자는 어머니 다이애나를 연상시키는 카리스마에다 평민인 케이트를 약혼자로 택했다. 반면 찰스 왕세자는 대중적 흡인력이 떨어지는 데다 다이애나와 이혼하고 카밀라와의 불륜 관계가 공개됐을 때부터 이미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이다. 또 62세인 찰스 왕세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망 뒤 왕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84세의 엘리자베스 2세가 매우 건강하기 때문에 찰스 왕세자의 나이에 대한 우려가 ‘의미 있다’는 것.

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왕위 계승 서열은 여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왕위 계승 서열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왕위 계승을 바꾸기 위해서는 영국 의회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의회 등 영연방 의회 전체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 근대 영국 역사에서 왕위 계승 예정자가 아들에게 왕위 계승을 양보한 적은 없다. 다만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슨과 결혼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 퇴위한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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