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우리 국민은 비좁은 10만210 ㎢ 영토에 천연자원마저 넉넉지 못한 땅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인구밀도는 1㎢ 당 486명으로 세계 3위이고 미국 33.7명의 14배나 된다.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고 삶은 더 팍팍하다. 늘 무엇에 쫓기는 듯 불안하고 피곤하기 그지없다.

집권여당과 야당은 경기 침체 속에 메르스 전염 공포까지 겹쳐 나라가 휘청대고 있었는데도 아랑곳없이 당내 파벌들 간에 싸움질만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원내총무 사퇴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욕설을 퍼부으며 패싸움으로 날을 지새웠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친노와 비노가 맞대결하며 당무를 마비시키는 등 내분으로 들끓었다.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와 메르스 등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서로 똘똘 뭉쳐도 어려운 판에 여야는 각기 패거리 싸움판이었다.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납고 시끄러운 시위가 벌어져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살벌하기 그지없다.

휴전선 넘어 북한에서는 거듭 핵폭탄을 실험하고 최신형 미사일을 실험 발사하며 “전쟁은 시간 문제”라고 협박한다. 우리 5000만 국민은 북한의 핵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산다.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불안하고 피곤하다.

그렇지만 눈을 세계로 돌려 들여다보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크나큰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유엔의 6월18일자 발표에 의하면, 6000만 명이 국가 간의 전쟁, 내전, 정치적 박해, 인종 차별, 종교 갈등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제3국을 떠돌며 사선을 헤맨다.

내전과 빈곤에 시달리는 북아프리카 주민들의 생명을 건 유럽으로의 탈출은 처참하다. 1993년-2012년 사이 북아프리카에서 남유럽으로 밀입국하던 중 1만4600명이 지중해에서 선박 침몰로 숨졌다. 리비아, 시리아, 튀니지 등의 불법 탈출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돈을 주고 낡은 배에 생명을 맡긴다. 못 된 선박주들은 승객들을 바다 가운데에 띄워놓고 도망쳐버린다. 그들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다 굶어죽거나 전복돼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한 해 3400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수장되었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갱단에 의해 2007년 이후 10만명이 피살되었고 수만명이 행방불명상태다. 북한 주민들은 정치적 탄압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감시와 처형이 두려워 탈출조차 못하고 앉은 채로 굶어죽는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은 4년 계속되고 있으며 15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900만명이 조국을 탈출, 해외 난민 캠프에 갇혀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IS 또는 IS)는 이라크 영토의 3분의1과 시리아의 절반을 점령,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IS는 점령지에 들어가면 피의 보복에 착수한다. 작년 6월 IS는 티크리트를 점령하고는 이라크 정부군과 민병대 1700명을 처형했다고 자랑삼아 발표했다. 당시 참혹한 학살에서 살아남은 한 이라크 포로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IS가 “죽이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며 땅 바닥에 무릎 꿇게 하고는 총알을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또 다른 극단주의 테러 집단 보코하람이 작년 4월 대낮에 한 여학교를 습격, 276명의 학생들을 납치해갔다. 아직도 그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보코하람에 의해 작년 1월 이후 지금 까지 5500여 명이 살해되었고 2000여 명이 납치되었다.

지구 저쪽을 들여다보면 이 순간에도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권의 소모적 싸움질과 불법·폭력시위로 짜증스럽기는 해도 자유와 번영을 누린다. 후진 국가들의 “경제발전 모델”로 부러움도 산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큰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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