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때 아닌 서예바람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서예실에 친박계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국론을 논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서예를 좋아하는 중진급 이상 되는 친박계 의원들이 식사 후 모여 누가 더 명필인지 대결하기도 합니다. 그때 정치권에서 나도는 얘기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할 사안도 조율한다고 합니다. 유승민 사퇴 건도 여기서 논의됐다는 후문입니다. 국회 내 최고 명필로 알려진 모 의원의 주도 하에 이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당내에서 사실상 소외

유승민 사태 이후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끝까지 대립각을 세웠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당내에서 사실상 소외당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 의장과 엮일 경우 공천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친박근혜 정서가 강한 지역구의 의원들은 더더욱 정 의장과의 만남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 의장이 당장 내년 총선 공천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6급 주사’ 변호사 시대

‘5급 별정직 공무원’이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연수생들의 법률상 신분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변호사를 공무원으로 채용할 때 직급은 5급이 기준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 시행 이후 매년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5급’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합니다.
변화의 바람은 중앙부처에서부터 먼저 불었습니다. 2012년 국가권익위원회가 6급 주무관으로 사시 출신 변호사를 채용한 게 신호탄이 됐습니다. 사법연수원 자치회 측은 “연수원 출신을 행정고시 출신 5급 사무관 아래에 두는 것은 공개적 모욕”이라며 발끈했지만 물길을 되돌릴 순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앙부처에선 변호사를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게 일반적이고 최근에는 7급 채용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17 일 “변호사 8명을 6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키로 했으며 원서 접수 및 전형을 거쳐 10월 초에 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노동개혁 임무 떠맡은 사연

박근혜 정부가 4대개혁 중 핵심으로 꼽은 노동개혁을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떠안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지인들에게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입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2일 밤 당정청 회의 소식에 대해 언론을 통해 자신이 특별위원장에 추대된 사실을 알게 됐고 직접 통보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일방적인 추대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지만 결국 이날 당정청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십자가를 짊어진’ 이유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 지난 201 년 총선 당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정부패 척결’의 대상인 셈이어서 관련 혐의를 벗고자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선택했다는 게 골자입니다.
결국 당정청이 이 최고위원의 약점을 쥐고, 임금결정과 고용여부에 대해 사용자 측에 힘을 실어주는 노동시장구조개혁에 YS 정부서 최연소 노동장관을 지낸 이 최고위원을 기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한은, 브랜드의 힘(?)

한국은행이 지난 6월 채용공고를 낸 C3(일반 사무직) 20명 채용에 3400명이 지원해 곤혹스러운 분위기라고 합니다. 무려 170대 1이라는 막대한 경쟁률도 경쟁률이지만 지원자 면면을 본 한은 인사 담당자는 머리를 감싸쥘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채용공고는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지원자 중에는 서울 중상위권 경제학과 졸업생은 물론 서울대, 연고대 인문계 졸업자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사무직 업무는 높은 학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주로 채용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업계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와 장애인, 일반지원자 등 3개 부문에서 지원자를 모집했고, 일반지원자 부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고 합니다. 일반지원자 부문으로는 채용계획이 1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여기에 서울 주요 대학 졸업생까지 지원서를 낸 것입니다.
C3 직의 초임 급여는 연 2800만 원 수준이고, 채용 후 G5 직급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고학력자들을 포함한 많은 청년 구직자가 몰린 것은 그만큼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하지만 한은 일반사무직으로 입사했을 때 ‘한국은행 직원이 됐다’는 타이틀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업이 배우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입사 후 업무 내용을 따지기보다 취업 ‘간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청와대 모임 빠진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담기업을 맡고 있는 총수와 오너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이 아닌 김상헌 대표이사가 초청됐습니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다음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이 직접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각 혁신센터를 지원하는 총수와 오너 대부분이 초청됐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나 구본무 LG 그룹 회장도 이번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고, 박 대통령이 대규모로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됐거나 재판중인 총수를 제외하면 모두 참석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서는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손경식 CJ 그룹 회장이 각각 초청됐고, 조석래 회장 역시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대신해서 청와대 오찬에 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이 의장이 청와대 초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초청대상 명단에 이 의장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전담센터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도 김상헌 대표가 직접 챙기면서 이 의장을 대신해 김 대표를 초청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지난번 네이버가 지원하는 강원혁신센터 출범식 때에도 이 의장을 대신해 김 대표가 박 대통령 등 외부인사를 영접했는데, 당시에도 출범식 전날까지 이 의장의 참석은 불투명했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이 강원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지만 출범식 당일 이 의장은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행사를 참관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치·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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