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튀는 신조어(新造語)가 자주 뜬다. 인상적인 신조어는 시대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풍자해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후 그 해 ‘놈현스럽다’는 신조어가 떴다. ‘논현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말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 원수 모독‘이라며 항의했지만, ’놈현스럽다‘는 신조어는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들불처럼 번져갔다.

한창 우리나라가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2005년 등장하기 시작해 2006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른 신조어가 있다. ‘된장녀’였다. 과시적 과소비에 빠진 사치 여성을 말한다. ‘된장녀’는 수입 명품 가방을 들고 고급 승용차를 몰며 과시한다. 부자 행세하기 위해 골프장에도 자주 나간다. 그러나 ‘된장녀’는 아무리 외제로 돈을 처발라도 어딘가 어색하고 즐겨먹는 토종 된장 모습을 피할 수 없다고 비꼰 신조어였다.

2008년 국제금융 위기가 닥쳤다. 이 때 ‘간장녀’란 신조어가 등장, 박수를 받았다. ‘간장녀’는 수입 명품 가방 대신 활인 매점에서 구입한 실용적인 가방을 멘다. 고급 승용차 대신 버스·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골프장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고 골프치는 남녀를 ‘된장녀’ ‘된장남’이라고 비웃는다. 간장처럼 짜게 소비한다고 해서 ‘간장녀’라고 했다. 구미(歐美) 선진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여성들이 ‘간장녀’처럼 실용적으로 산다. 남자들도 그렇다.

‘간장녀’가 뜨면서 몇 년 후 ‘운도녀’가 뒤를 이었다.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도시 여성들이 정장하거나 하이힐 구두를 신지 않으며 간편하게 차려입고 운동화를 신는다고 해서 ‘운도녀’라고 했다. 오늘 날엔 ‘운도녀’가 ‘오피스 룩 (사무실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사무실 근무 여성 패션으로 자리 잡았음을 말한다.

좌편향적인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나고 보수적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 논쟁이 가열되었다. 여기에 등장한 신조어가 ‘개념녀’였다. 2011년 레이싱 모델 김나나 씨는 트위터에 북한 인권과 안보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면서 ‘애국소녀’ ‘우파 개념녀’로 떴다. 2012년 가수 이효리 씨는 4집 앨범을 냈는데 일부 외국 곡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표절녀’로 전락했다.

2014년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여성의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경단녀’라는 신조어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경단녀’는 경력이 단절된 여자를 뜻한다, 2014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결혼, 출산, 자녀 양육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둔 수는 무려 200만명을 넘어섰다. 직장 없는 기혼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단녀’로 분류되었다. ‘경단녀’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이 시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올 들어 ‘마운팅녀’ 신조어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운팅이란 단어는 동물이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상대를 타고 오르는 공격적 행동을 말한다. ‘마운팅녀’는 엄마가 아이에게 상대보다 우위에 서도록 의식화하는 것을 지칭한다. 구미 선진 국가에서는 엄마는 자식에게 “법과 질서를 지켜라” “정정당당하게 살라”며 올바른 인성교육에 나선다. 그러나 우리나라 ‘마운팅녀‘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우위에 서라고 볶아댄다. ’마운팅녀‘의 아이는 남보다 앞서기 위해 법과 질서 대신 편법으로 빠져들고 협동 대신 유아독존(唯我獨尊)에 갇혀 결국 낙오된다.

‘된장녀’로부터 ‘마운팅녀’에 이르는 신조어를 떠올리면서 시대적 여성상을 읽게 된다. 신조어들 중 가장 바람직한 여성상은 ‘간장녀’이다. 국가와 가정이 요구하는 올바른 여성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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