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검찰발 여의도 사정칼날이 여당보다는 야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기소 5년, 대법원 상고 20개월 만에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전 의원에 대해 8월 20일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백합’을 들고 무죄를 주장했던 한 전 의원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고 야당은 ‘신공안정국’이라고 성토를 하고 있다. 야당의 검찰에 대한 반발은 한 전 의원만 검풍 대상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절박하다. 언론에 공개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재판을 받는 정치인외에도 야권에서는 수도권 출신 L의원 역시 불법후원금 모집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정태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진급이 다수인 야당의 경우 ‘중진 퇴진론’과 함께 ‘현역 물갈이론’으로 이어지는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 ‘백합’들고 무죄 주장한 한명숙  ‘중진 퇴진론’ 단초
- 야당 수도권 L의원 후원금 관련 수사 단독 포착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3선의 한명숙 의원이 9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의원직 상실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공직에 나설 수 없다. 한 전 의원을 제외하고도 현재 검찰에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여야 의원은 총 17명에 달한다. 그중에서 새정치연합 출신은 12명으로 70% 가까이 야권 인사들이다. 나머지 5명은 새누리당 소속이거나 출신이다. 무엇보다 이중 3선 이상 중진급 인사가 13명에 달한다. 20대 총선에서 검찰 발 대폭 ‘물갈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법부에 코꿰인 현역 17명 중 12명 야당

무엇보다 야당 소속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로는 서울예술종합학교 입법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이 있다. 이미 김 의원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 형이 유지될 경우 의원직 상실은 불가피하다. 나머지 두 의원은 1심 재판 중으로 시간이 걸린다. 저축은행 두 곳에서 금품을 받은 박지원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금품 일부를 받은 사실이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역시 실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 상실뿐만 아니라 정치인생도 끝날 공산이 높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재판에 넘겨진 야당 의원도 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혐의로 기소된 새정연 이종걸·문병호·강기정·김현 의원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의원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19일 기소됐다. 최근 분양대행업자로부터 3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새정연 출신 무소속 박기춘 의원 역시 곧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이상 10명은 재판을 통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만큼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한 전 의원처럼 금품 공여자의 진술에 의존해 판결이 결정나면 유죄를 받는 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의원도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은 비대위원장 시절 채무관계가 있는 처남을 경복고 선후배지간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소개해 2004~2012년 8년간 대한항공이 미국에 세운 컨테이너 항구회사 컨설턴트 직함으로 총 74만7000달러(약 8억1027만원)의 보수를 받게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문제는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4선의 김한길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수도권 소재 지역구를 가진 새정치연합 L 의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돌면서 야당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야당 고위 당직을 맞고 있는 비노 출신의 이 인사는 지역 사무국장을 포함해 후원인 4명 등이 신고되지 않은 후원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고위당직자 현역 후원금 수사중

여당보다 야당에 대한 검풍이 몰아치고 다수의 인사들이 중진급이라는 점에서 20대 총선에서 중진 퇴진론 목소리와 현역 물갈이 폭이 예상 외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새정연 혁신위에서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에 대해 지역을 불문하고 공천에서 원천배제하기로 하는 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의원 상당수는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한 전 의원 유죄판결 직후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형사적인 처벌을 받거나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도덕성이라든가 이런 것에 문제가 있는 의원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현역 물갈이론에 힘을 보탰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현재 사법적 판단을 남겨두고 있거나 구설수에 오른 의원들 관련 “후진을 위해서 본인들이 불출마를 한다든지 또는 다른 역할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과거 60년 전통을 가진 정당으로서 헌신과 기여를 해왔고 또 많은 분들이 헌신적인 결단을 하시리라 본다”고 사실상 후진들을 위해 불출마를 종용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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