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아 도박 사이트 운영

수의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건설업자들에게 돈을 뜯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11일 스포츠토토 온라인 사이트를 모방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건설업자 20여 명에게 1억여 원을 받은 서귀포시청 6급 공무원인 양모(40)씨에 대해 도박 개장·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양씨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 추종세력인 김모(32)씨에 대해 도박사이트 운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직폭력배 추종세력과 유착하고 건설업자들의 뇌물까지 받은 공무원의 엇나간 행각 속으로 들어가 봤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11월 2일 서귀포 조직폭력 추정세력인 김씨 등 3명과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양씨와 김씨 등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한 달 여간 범행 모의를 하다 48㎡(14평) 규모의 아파트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2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운영됐다.


도박에 빠진 지인이 회원

이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한 방법에 골몰했다. 우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서버를 임대해 사이트를 관리했다. 서버운영자가 도박에 빠진 주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연락해 회원을 한두 명씩 끌어 모았다. 비밀리에 운영해 경찰 적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를 이용한 회원은 3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양씨는 서귀포지역 조직폭력배 추종세력으로 활동하는 김씨 등 2명에게 사이트 관리를 하도록 지시한 다음, 운영자금을 본인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는 게임의 결과에 따라서 당첨금을 배당하는 시스템으로 ‘스포츠 토토’와 게임방식이 유사했다. 양씨 등은 회원 30여 명을 상대로 597회에 걸쳐 1억6000여만 원 상당의 국민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했다. 양씨 등은 회원들의 당첨금 1억3000여만 원을 제외한 3200여만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지위 활용, 건설업자에 돈 뜯어내

양씨는 수의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했다. 양씨는 관내 건설업자 20여 명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독촉했다. 최저 70만 원부터 최고 4500만 원까지 무상으로 약 30회에 걸쳐 돈을 받아냈다. 양씨는 건설업자 20여 명에게 총 1억6000여만 원을 받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

경찰관계자는 “양씨가 건설업자들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뇌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씨의 행각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범행과 공무원 신분을 숨기기 위한 각양각색의 방법을 다 동원했다. 양씨는 자신의 통장 대신 동료 공무원에게 통장을 빌려 사용했다. 경찰관계자는 “동료 공무원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이용해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빌린 4개의 통장을 차명계좌로 활용해 서버관리자 및 건설업자 등과 자금을 거래했다. 또 건설업자의 휴대전화를 빌려 사용하는 방법으로 서버관리자와 건설업자 등과 연락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문서 허위작성해 지방예산 횡령

양씨의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사과정에서 양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난 것.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서귀포 모 읍사무소에 재직하던 2008년 3월 5일부터 지난해 8월 4일까지 하천사업정비사업 관련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 양씨는 실제 출석한 사역인부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허위의 출역확인서를 작성해 인건비 50여만 원, 시청사 등 조경수 가지치기 관련 인건비 150여만 원 등 총 2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제주 서귀포시내 아파트 가정집에서 조직폭력배가 운영하고 공무원이 운영자금을 대는 형태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계좌추적 및 탐문수사를 벌여 양씨와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에게 돈을 건넨 건설업자를 상대로 뇌물공여 부분에 대해 수사 중이다”며 “건설업자에게 수수된 억대의 돈이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 외에 다른 곳으로 흘러 간 곳이 있는 곳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 30여 명에 대해서도 도박혐의로 추가 입건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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