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공직자 성범죄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범죄 중의 하나이지만 공직자가 이를 범했을 경우에는 언론에서 더욱 주목받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유독 공직자들이 성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직자는 말 그대로 ‘공직’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히 조심하고 국민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직자들은 왜 이렇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일반 공무원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인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학생들은 잘 지도해야할 교사들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정서에도 불과하도 심지어 성추행이나 과거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버젓이 학교에 복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혹시 공직자들에게 성범죄가 많은 또 다른 이유라는 것이 있을까?

시민들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는 공직자들의 성범죄에 대해서 극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모범을 보여야할 사람들이 성추행, 성폭행을 일삼는다는 것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넷에 성범죄라고 치면 거의 죄다 공직자들이 연루된 사건들이 등장한다. 물론 일반 사람이 하는 성범죄가 모두가 언론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공직자니까 더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관련 뉴스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른 공직자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반면교사라도 삼아서 뭔가 좀 자정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공직자의 자리인데, 그 자리에 앉아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하루 빨리 공직사회가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파렴치한 성범죄에서만큼은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구나가 다 인정하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만 해도 적지 않은 공직자, 특히 정치인들이 성추행 추문에 휩싸였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물론 모두들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그냥 예뻐서 한 소리’라고 말하지만 그럴 여지가 없는데 상대 여성이 무고하게 상대를 비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무고죄’라는 것이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힘없는 서민들이 공직자나 정치인들을 상대로 그런 일을 쉽게 벌이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이 이러한 성범죄에 쉽게 흔들리는 것은 자체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직사회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공직사회에 있는 여성들 스스로가 철저하게 상관에 복종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에 공직에 있는 남성들이 ‘여자는 쉬운 것’이라는 잘못된 착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 공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직사회에도 이제는 여자가 참 많다. 인턴에서부터 9급, 8급 등에는 젊은 여자들이 적지 않다. 물론 미혼인 여성도 있다. 그런 여성들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상관이 해고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한번 찍히기 시작하면 일상생활 자체가 너무도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이러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아래도 낮춰보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다.”

특히 일부 여성 공직자들의 경우 상관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음담패설에도 서슴없이 가담하는가 하면 어느 정도의 성추행은 그냥 눈감고 가는 경우도 많다. 또 실제 과도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나치게 문제 삼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발설을 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성추행이 만연하게 되고 이것이 오히려 남성 공직자들에게 더 큰 환상과 착각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실제 한 공직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을 당하면 여성으로서는 수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 여성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걸 까발리고 주변에 알려서 좋은 것도 없다. 강간도 아닌 상황에서 몸을 좀 만지거나 술자리에서 과도한 스킨쉽을 해도 그 뿐인 경우가 많다. 또 실제로 주변에서는 그런 일을 알리려고 하다가도 오히려 주변의 만류 때문에 그만 두는 경우도 많다. 시끄러워지면 모두 다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해당 사안의 두 사람도 문제가 되겠지만 조직단위에서 감사가 나오거나 그러면 어차피 다들 골치 아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직차원에서 아예 그런 발설을 하거나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만류하는 것이다.”

결국 공직사회의 계급적 성격이 성추행을 만연하게 한다는 이야기. 또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불륜 관계를 맺고 있거나 혹은 좋은 평가나 보직을 위해서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여성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일반 직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더 많으니 꼭 공직사회라는 이유만으로 탓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존의 계급적 성격과 ‘누구는 몸을 줬더라’는 식의 풍문이 떠돌면서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더욱 부추킨다는 이야기가.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함부로 자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실제로 여성들의 경우 권력이 있는 남성들에게 쉽사리 항변하거나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중에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갖은 협박과 회유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약 법정에 까지 가게 되면 자신의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곧 생계의 압박으로 이어진다. 여성들이 결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용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이 생기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현실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자신들 안에서만 쉬쉬하게 되면 딱히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에 감싸주고 또한 그에 응분의 사례를 하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기에서의 사례란 꼭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물이나 여행 등 기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끼리끼리’ 문제를 무마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피해여성에 대한 회유도 당연히 함께 하게 된다. 보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옮겨둔다든지 하는 방법을 통해 이익을 주고 문제를 덮는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끼리만 문제가 덮히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취재진은 또 다른 공직자를 통해 이러한 문화의 폐해를 직접 들어봤다.

“솔직히 일반인들은 우리들의 업무를 잘 모르지 않는가. 행정적인 절차도 모르고 법적인 규제도 잘 모르지 우리들의 내부 업무를 속속들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이라는 것은 뭔가 좀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가. 내가 잘못해서 나중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상대방도 미리 감싸주면 나도 나중에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문화가 강하다.”

뿐만 아니라 공직자들의 업무나 지나치게 들에 박혀 있고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성취감이나 즐거움
을 성적인 것에 찾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 물론 이렇게 업무의 성격과 성추행과의 문제를 직접 연결시키기는 힘든 면이 있지만 공무라는 것이 따분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 따라서 저녁때의 회식 자리나 노래방 등등의 유흥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여자’에게 손이 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또다른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솔직히 우리가 하는 업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중앙부처라면 일 때문에 엄청 고생은 하겠지만 지방이나 지역의 소규모 공직사회에서는 그리 할 일이 많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일 자체는 무척 따분하고 재미가 없는 것이다. 특별히 자기계발을 해야 할 동기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보니 먹는 것, 마시는 것에 엄청 민감한 사람들이 가끔씩 있다. 특히 일부는 공금에서도 할당된 금액이 있다 보니 어차피 놀 거 제대로 놀아보자는 그런 심산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공직자만이 성추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말처럼 공직자, 혹은 공무원들은 각별한 도덕심을 가지고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공직 사회가 하루 빨리 좀 더 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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