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외교적 자해 행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외교적 자해 행보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5-08-28 14:04
  • 승인 2015.08.28 14:04
  • 호수 1113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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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에 참석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서방국들은 중국의 ‘군사굴기’에 손뼉을 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직 미국의 혈맹으로선 박 대통령만 간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과 관련,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국가이자 북한·북핵 문제를 푸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북핵 문제를 푸는 ‘지렛대 역할’ 국가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 북핵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대북 ‘지렛대 역할’ 대신 대북 ‘옹호 역할’만 해왔다.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북한의 6·25 남침을 지원했고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는 우리의 잠재적 적대국가이다.

둘째,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이유로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국”임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본의 중국 무역 의존도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높다.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은 22.50%이고 일본은 20.35%로 우리와 별 차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경제문제를 핑계로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지 않는다. 미국도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크지만 참석치 않는다.

셋째, 청와대 측은 중국이 “북한·북핵 문제를 푸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확성기 포격 도발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북한을 옹호하고 나섰다. 중국은 탱크들을 북한 접경지대로 공개 이동하면서 북한 뒤에는 중국 군사력이 떠받치고 있음을 과시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말과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경고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북한은 도발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의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그 어떤 (남북한의) 긴장 조장 조성 행위도 반대한다”며 남한의 대북 응징을 견제하며 북한을 싸고돌았다.

넷째, 박 대통령은 중국이 전승절을 “항일전쟁 승리” 기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중국의 항일전은 공산당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다. 1949년 대만으로 쫓겨난 국민당 정부군이 대부분 맡았다. 당시 공산군은 항일전을 피하면서 항일전에 묶여있었고 지쳐있었던 국민당 정부군을 공략, 중국 공산화의 기반을 다졌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허구적인 “항일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박수를 쳐서는 아니 된다.

다섯째,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중국의 한미 이간 책동에 빠져드는 결과밖에 안 된다. 중국은 박 대통령을 전승절에 끌어들임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증폭시키려고 한다.

지난 5월7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일본을 신뢰한다는 데 68%나 응답했는데 반해, 한국에 대한 신뢰는 49%로 그쳤다. 중국을 의식한 박근혜 정부의 미군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한국배치 반대 등 중국 경도(傾倒)가 빚어낸 불신 표출이다.

미국은 북한의 8월 확성기 도발 때도 전투기를 띄워 한국공군과 함께 적의 핵심지역 폭격 훈련을 하며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었다. 박 대통령이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다는 것은 중국의 한미 이간 책동에 휘말리며 신의 없는 짓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한국 외교의 국제적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자해(自害)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