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민원창구…대출상담 유인 했나

[소비자고발|박시은 기자] OK저축은행(대표 최윤)이 ‘인터넷 접수’로 보이는 팝업창으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원창구접수처럼 보이는 대출영업 웹페이지를 운영해 소비자들의 의심은 피하고, 수집한 개인정보로 대출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TV광고 규제가 시작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 같은 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다. 또 제2의 정보유출사태를 부를 수 있는 모집인 확대에 대한 우려도 업계 전반에 걸쳐 형성되고 있다.

▲ '자세히 보기'를 클릭하기 전과 후

팝업창 이용…소비자들 혼란 느낄 수 있어
TV광고 규제…꼼수 마케팅 업계 문제 되나

문제가 된 팝업창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 계열 OK저축은행 홈페이지를 닫았을 때 열린다.

이 팝업창에는 ‘인터넷 접수가 불편하셨나요?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상담원이 쉽고 빠르게 안내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단순한 민원 접수창구인 것처럼 오해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문구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동의서에 ‘이 대출 상담 신청과 관련해 귀사가 본인으로부터 취득한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에 본인은 귀사가 본인의 개인정보를 아래와 같이 수집·이용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고 써있다.

문제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서, 자세히 보기’를 눌렀을 때에야 대출상담신청에 관한 개인정보 수집·이용임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대출상담이 명시돼 있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고객센터 연결이나 민원 접수로 오인할 수 있다.

게다가 OK저축은행 홈페이지에는 민원접수를 할 수 있는 ‘초간편 상담신청’ 게시판이 존재한다. 대출상담을 위해 팝업창을 따로 만들어 개인정보 수집을 한다는 의심을 산 또 다른 배경이다.

이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소비자가 상담신청을 할 경우 대출 권유 전화에 시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은 꼼수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소비자들을 유인한다는 시선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설명으로 민원접수를 미끼로 이용하고,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지 못한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단순 민원 등 목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제2 정보유출사태 우려도

이 같은 우려는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과 TV광고 규제가 시작되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TV광고 제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 같은 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부터 “건전한 금융관념 형성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저축은행 방송광고 송출을 평일은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1시부터 10시, 주말 및 공휴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에 제한했다.

또 ‘쉽게’, ‘편하게’ 등의 문구나 모바일, 온라인 등에서 신속성과 편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위도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 업계 내에는 TV 광고보다 온라인 광고로 홍보 방안을 찾는 분위기다. TV광고가 가능한 시간대에는 경쟁이 치열해 광고 단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광고 전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광고의 비중이 높아지면 대출상담을 목적으로 한 개인정보 수집 활동도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도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제2의 정보유출사태를 부를 수 있는 모집인 확대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업계에는 TV광고 규제로 인해 OK저축은행이 온라인을 활용한 광고를 늘리는 동시에 ‘에이전트’를 통한 영업력 확대를 모색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TV광고 비용이 빠지는 만큼 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저축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위축된 영업력을 대출모집업자와의 협업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다는 후문이 돌면서 이 같은 문제는 저축은행 업계 전반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대부모집업자는 모집인을 통해 대출 수요자 정보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 제공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다. 이들은 보통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돈을 빌리라고 권유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정보유출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을 보낸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유출 사태와 같은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벌어진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이후 개인정보의 불법유통과 활용 차단 조치가 내려진 것이 풀린 후 대부중개업황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중개금액은 1조6130억 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42% 늘어났다. 건수도 상반기 24만건과 비교해 하반기에는 2배가량(41만 건) 증가했다. 중개수수료 수입도 상반기 398억 원에서 40% 증가한 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 측은 몇 차례 OK저축은행 측으로 문의를 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편, OK저축은행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한 뒤 출범한 저축은행이다. OK저축은행은 출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총 자산 규모를 3배 이상 늘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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