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당장 7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승리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호전시키고 중국과의 관계도 진전시키면서 국정 지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와 4대 개혁에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적극 돕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불가론’에 신당창당·분당설에 휩싸여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차라리 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내주더라도 2017년 대권을 잡기 위한 필승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1, 2위를 다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까지 ‘총동원’을 해서라도 중앙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문재인-안철수 구도 안돼!" 잠룡 총동원령
- 20대 총선 넘어 신9룡시대 2017 정권교체 ‘올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가 암울하다. 최근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1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위 문재인 대표를 10%p 가까이 앞서고 있다. 문 대표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뒤로 야권 주자 순위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에서는 김 대표 한참 뒤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이 뒤를 잇고 있다.

차기대권 일대일 김무성, 연합전선 野 ‘우세’

여야 후보군을 망라해 대선후보 지지도조사에선 김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당 후보군과 야당 후보군 지지도 총합을 비교하면 야권 대선주자군이 거꾸로 10%p 정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야당이 차기 대선에서 자신감을 표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여당은 김 대표를 제외한 기타 후보군의 지지도가 매우 미약하지만 야당 잠룡군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현재 당내 문재인 안철수 구도로는 총선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가 요원한 만큼 야권 내 잠룡을 총동원해서라도 중앙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단 문 대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2017년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야당에서는 높게 보고 있다.

박 시장의 공식입장은 “서울시장을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차하면 출마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건은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의원과의 ‘빚청산’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더블스코어로 안 의원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한 박 시장의 ‘대권 차출론’은 대선이 가까울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간파한 집권 여당에서는 대권이 2년 넘게 남았지만 박 시장 견제에 들어갔다. 일단 검찰이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난 박 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다시 고발이 들어오자 수사에 착수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인 ‘박주신 병역법 위반 고발시민모임’이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에 최근 배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 국감을 준비하는 여당 국토교통위와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박 시장 공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다른 잠룡군인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총선은 문 대표 체제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상황에서 손 대표의 역할론은 대선 일정에 맞춰져 있다. 이를 간파한 박영선 의원은 ‘손학규 복귀’를 위한 군불때기에 나섰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손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저는 50대 50이라고 보고 있는데 복귀론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계복귀 여부는 손 전 대표의 개인의 결정이지만 어떤 국민적 바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손 전 대표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대권 차출론에 빠질 공산이 높다. 문재인이라는 친노 대표주자가 안 지사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거꾸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표는 현재 세 가지 난제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정치적 생명을 걸면서 출범시킨 혁신위의 성공 여부다. 두 번째는 호남에서 번지고 있는 ‘문재인 불가론’이다. 마지막으로 두 산을 넘었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문재인 대망론은 삽시간에 사그라들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문 대표는 차기 대선에 나서더라도 자신의 낙마를 대비해 안 지사를 대안카드로 삼을 공산이 높다. 친노 진영에서 ‘포스트 문재인’ 카드로 안 지사만 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결국 안 지사의 의사와는 별개로 당내 주류인 친노 진영에서 2017년 대선에서 안 지사의 출마를 강력히 요구할 공산이 높다.

여기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 박영선 전 원내대표, 그리고 신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김부겸 전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가세할 경우 야당은 그야말로 대권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결국 ‘잠룡 차출론’은 현 문재인 안철수로 대표되는 대선 후보군으로 정권교체가 요원하니 외연 확대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야권 내 열망이 낳은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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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가 보수 대 진보 비율이 5.5:4.5에서 고령화, 2030세대의 보수화 현상까지 가세해 야당이 기울어진 대권 운동장에 서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9룡, 10룡이 나와서 치열하게 경선을 치러야 본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이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이 인사는 “박 시장이나 안 지사가 광역단체장을 한 번 더 하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대한민국에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 “오히려 지방권력보다는 중앙권력을 잡는 게 국민들과 호남이 바라는 것”이라고 광역단체장 차출론에 찬성했다.

관건은 문 대표와 안철수 두 의원의 입장 정리다. 문 대표로선 안 지사의 등장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고 안 의원 입장에서는 박 시장이 그런 존재다. 그러나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긴 야권 지지자들은 문·안의 개인적 대권 욕심보다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한 상황이다. ‘2017 잠룡 총동원령’은 이런 정권교체 열망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현실화될 공산이 높다. 아직 차기 대선은 2년이나 남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권 교체 시도는 벌써부터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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