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국정원 황당 실수 제보한 이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원 직원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정원은 국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피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을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이 없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국정원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의문투성이다. 특히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믿기 힘들 정도로 어설프게 첩보활동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국정원 내부 권력다툼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여권 실세의 노림수에 따른 고의적 사건 유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의를 표명한 원세훈 원장의 교체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사건 발생 초기 정치권에서는 원세훈 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정원은 일단 일이 터지면 무조건 침묵하는 ‘원세훈식’ 대처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내부에 권력다툼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을 세워 권력다툼의 우위를 점하려는 무리한 욕심이 부른 화근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정원-국방부 간의 감정 싸움에 대한 말도 나오고 있다.

해외 무기 수입 관련 업무는 방위사업청 획득과에서 담당하던 업무였으나 지난 참여정부 때부터는 이 업무를 국정원에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해외 무기 구입 관련 업무는 국정원이 주관해 왔다. 2009년 문제가 됐던 무인정찰기 구입 사업을 국정원이 추진해 왔던 것도 그래서다.

해외 무기 판매는 기무사의 영역이다. 그러나 국산무기의 해외 수출이 정부의 주요 현안으로 취급되면서 이 영역에 국정원이 일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무사에서 불만을 품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큰 성과를 세울 수 있는 부분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 사건을 국방부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 데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차기 국정원장 누구?

이와 함께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인사가 은밀히 조선일보에 사건 정보를 넘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언론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L씨가 모종의 노림수를 품고 사건을 흘렸다는 소문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건의 성격으로 볼 때 고위 인사가 아니면 관련 내용을 알고 있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정보제공자의 사회적 지위가 담보되지 않으면 정보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왜 정보를 흘렸는지 그 의도를 둘러싼 분석도 분분하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여권 실세들 간의 파워게임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MB정부와 코드가 같은 조선일보가 국정원에 치명상을 입힌 것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조선일보가 종편 사업 개시를 앞두고 광고수주를 위해 강도 높은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원세훈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차기 국정원장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원세훈 원장 후임으로 가장 유력시 되고 있는 인물은 류우익 주중 대사다. 일부에서는 이미 류 대사에 이같은 내용이 통보됐으며, 빠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 중에 류 대사가 한국으로 들어 올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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