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신동빈-신동주’ 롯데 형제의 난이 여의도 가을 국감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그 불씨는 이명박 정권 심장부를 향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 5위인 롯데의 경우 이명박 정권 하에서 승승장구했다. 5년 임기 동안 계열사가 두 배로 늘어났고 자산총액도 두 배로 뛰었다. 그러나 서울 제2롯데월드 허가, 부산 롯데타운 허가, 맥주사업 진출, AK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과정에 각종 특혜의혹이 일면서 국정감사 기간에 여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이미 국감초반부터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서 이명박 정권과 정경유착을 여야 의원들은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여의도의 창과 전 정권 인사들을 방어할려는 롯데 방패가 한치 양보없는 공방에 들어갔다.

- 오세훈·맹형규 측근 롯데行…구설수 올라
- 고대 ‘61회’ 동기 장경작 전 사장 역할 ‘주목’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123층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근방에 위치한 공군시설인 성남공항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하며 허가받은 것이 문제가 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공군은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불과 5km 떨어진 성남공항(공군기지)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해 반대했다. 공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활주로 각도를 7도 이상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소요되는 추정 비용은 총1조2000억원. 노무현 정부가 제2롯데월드 사업을 불허한 배경이기도 하다.

제2롯데월드 ‘이중특혜’ 논란 ‘집중 감사’

그러나 2008년 9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제2롯데월드 건축을 반대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해임하고 이계훈 총장을 임명하면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국방부와 공군은 “성남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변경하면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롯데는 저층부 건축허가를 받은 뒤 민관합동회의와 행정조정협의를 거쳐 2009년 3월 초고층건물 건축 승인을 받았다. 롯데는 활주로를 7도 트는 비용 대신 3도만 틀어 약 3천억 원만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떠안았다.

이로 인해 롯데가 이명박 정부로부터 ‘이중특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불허하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받은 데다 9천억 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이중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롯데와 이명박 정권의 유착의혹이 일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당선된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을 집무실처럼 이용했다. 이곳에서 부처 조각과 청와대 비서진 구상이 이뤄졌고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부터 가족까지 주말에 이용하면서 ‘제2의 청와대’로도 불렸다.

특히 이 당선인이 머물던 롯데호텔은 당시 장경작 총괄사장 체제였다. 장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사석에서 반말하던 사이에다 대통령 최측근 그룹으로 알려진 ‘고대 61회’ 멤버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에 2008년 2월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을 모두 맡는 총괄사장으로 장 사장을 승진시키기도 했다. 당연히 대통령과 친구라는 점이 적극 고려됐다는 말이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는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의 측근들을 롯데 계열사로 영입해 MB 정권의 롯데 봐주기에 대한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 대표적 인물이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데리고 있던 보좌관을 롯데 계열사 고위직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MB정권 시절 마지막 행안부 장관을 지낸 맹 전 장관은 MB정권 시작과 끝을 같이한 인사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조정위 간사로 활동했고 2008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는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임기말 장관에 오르기 전까지는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실세였다. 맹 전 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이모씨는 MB정권 마지막 춘추관장을 지냈고 정권이 바뀐 직후 바로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 세븐 CSR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이씨는 롯데 쇼핑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 홍보팀 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홍보팀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당연히 야당에서 제2롯데월드 특혜의혹을 제기하면서 ‘보은성 인사’로 꼽는 인물이다. 특히 이씨는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가기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밑에서 부대변인, 공보특보, 대변인을 지내면서 오 전 시장의 핵심 측근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맹 전 장관의 또 다른 보좌관 출신인 강 씨 역시 롯데 이사로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맹 전 의원이 장관시절 정책보좌관을 지낸 인사다.

롯데 관련 국감을 준비하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MB뿐만 아니라 MB정권 실세 측근들을 롯데가 영입한 배경에 제2롯데월드 특혜의혹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당 정무위원실 한 인사는 “MB정권과 롯데의 정경유착과 각종 특혜로 인한 보은성 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롯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맹형규 전직 보좌관, 보은성 인사?

지난 국방위 감사에서는 야당 윤후덕 의원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MB정권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한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한 배경에 이 전 대통령과 롯데 간 모종의 검은 커넥션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다. 이에 롯데는 국정감사 전 야당의 공세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고위 당직자 출신인 J씨를 롯데 홈쇼핑 고위간부로 영입해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롯데의 방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까지 제2롯데월드 특혜의혹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첫날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행정부가 2008~2009년 제2롯데월드 건축 인허가 과정의 문제에 대해 감사·조사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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