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모처럼 정치적 고향 대구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가 노동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상생의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더 이상 지체하거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산을 오르다 보면 마지막 한고비, 흔히 깔딱 고개라고 한다”며 지금의 힘든 사정을 이 깔딱 고개에 비유했다.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버지 대통령은 국민이 해마다 넘어야 할 ‘보릿고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집념을 불태워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분 서거하시고 34년 만에 그 자리에 오른 그 따님은 보릿고개 넘기고 40여년 된 시점에 ‘깔딱 고개’를 마지막 넘을 과제로 표현한 것이다. 그 자리에 대구출신 국회의원은 한사람도 없었다. 오직 지역주민 100여명을 주빈으로 한 오찬 자리에서 “이 깔딱 고개 고비만 잘 넘기면 우리는 반드시 더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자리에 왜 지역출신 국회의원 한사람도 참석치 못했는가에 대한 온갖 말들이 무성하나 그 답은 아주 명료해 보인다. 변화를 부르짖고 있는 국회가 변화는커녕 더욱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려서 점점 더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구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엄중한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니 경고이상의 강한 질책이란 말이 옳다.

이런 면에서 많은 국민들이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고, 60%대로 육박해 가는 박 대통령 지지율은 강한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놀라운 점은 호남지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불과 8%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순천 곡성지역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의원이 압승하고부터 호남 민심의 변화가 감지되긴 했으나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미쳐 예상치 못했다.

지난번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그간의 휴전선 긴장상태를 풀면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70주년’ 참석 효과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맞지만 야당의 호남 텃밭까지 흔들어 놓은 큰 변화가 박 대통령 임기 내에 영호남 갈등이 거의 종말을 고할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한다. 다만 박 대통령 임기 반환점의 괄목할만한 이 외치(外治) 성공이 내치(內治)에는 큰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민심을 어떻게 되돌려 놓을지가 관건이다.

잇단 사고로 민심이 잠시 등을 돌린 것으로 판단되나, 이를 회복할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되살아나기는 앞으로 박 대통령의 하기 나름일 것이다. 일단 지지율 상승으로 국정운영에 동력이 생긴 만큼 앞으로의 내치문제는 ‘팀워크정치’의 부활에 달렸다고 본다. 총선을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자칫 국정운영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최대 국정과제인 경제 살리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꽉짜여진 팀워크정치와 박 대통령 특유의 당찬 정치로 대응치 않으면 안 될 시기다. 그래야 ‘조기 레임덕’ 같은 엉뚱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깔딱 고개’를 무난히 넘을 힘은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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