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회장이 6월16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8월말 현재 그의 지지율은 57%로 다른 공화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 중 하나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가상 대선 대결에서도 45%대 40%로 앞섰다.
트럼프는 1946년 뉴욕에서 부동산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펜실베이니어 대학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재산은 40억 달러(4조7000억 원)다. 이혼 두 번에 결혼 세 번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ABC 방송에서 10년 넘게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면서 대중적 지명도와 정치적 감각을 익혔다. 그러나 그가 마구 토해내는 막말과 독설은 자기도취의 나르시시즘(Narcissim)으로 폄훼된다.

그는 경제정책으로 ‘경제계획 5’를 제시했다. ‘중산층 구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이라며 부자 증세, 기업의 해외도피 예방, 연방정부 부채한도 축소, 오바마케어 폐지, 관세 인상, 등을 열거했다. 부자 증세는 공화당의 기본 노선에 정면 위배된다. 기업 본사의 해외 이전 예방, 자동차 관세 35% 인상, 일반 물품 관세 29% 인상, 미국기업의 해외기지 생산 물품 15% 관세 부과 등을 주장, 자유무역과 자본주의 시장경쟁 원리를 부정한다.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그의 경제정책을 ”웃기는 경제학“ 또는 ”무지한 허풍선이“라며 뭉개버렸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했다. “멕시코인들은 국경 근처에서 미국인을 살해하고 미국의 무역도 고사시키고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불법 이민자 1명 당 1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씩 벌면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도 그렇다. 그들은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간다. 한국은 미쳤다.”고 했다. 작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50억 달러였던 것을 마음에 둔 독설이었다. 그는 또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 군대를 보내고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얻는 게 하나도 없다. 말도 안 된다. 미친 일이다.”고 했다.

트럼프의 공화당 내 지지세력은 놀랍게도 여성, 복음주의 기독교계, 온건 계층, 대학교육을 받은 유권자, 투표에 착실히 참여하는 유권자 등이 주류를 이룬다. 다양한 정치이념을 초월해 분포되어 있다. 다만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정치적 본질 문제 보다는 워싱턴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기, 독설, 튀는 개성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기반한다. 99%대 1%의 빈부격차와 장기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과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의 돌풍은 타고난 정치적 천재 덕인가, 아니면 광기 서린 독설 탓인가 궁금하다. 정치적 천재는 아니다. “가벼운 광기(Hypomania)” 덕분으로 보인다. 8년 전 리얼리티쇼로 트럼프의 인기가 치솟았을 때 미국 ABC방송은 심리학 교수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트럼프를 비롯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등의 성공은 “가벼운 광기”에 연원한다고 했다. 가벼운 광기는 창조성을 끌어올리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매우 의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독설과 막말 돌풍이 내년 11월 대선 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공화당 예선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과 내뱉은 독설은 전문가들의 냉혹한 비판대 위에 서게 된다. 그의 막말과 독설은 유권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수는 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믿음을 줄 수는 없다. 미국은 1789년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이후 “웃기는 경제학” “무지한 허풍선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적이 결코 없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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