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3년 동안 '잠잠' 경찰 DNA 감식에 '덜미'

고교 1학년 때부터 무려 3년 동안 원룸과 주택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하고 강도행각을 벌인 ‘10대 발바리’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낮에는 모범생이었던 김모(18)군은 새벽과 심야시간에는 성폭행범으로 돌변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부산 사상구와 금정구 일대에서 여성이 홀로 사는 원룸이나 주택을 사전 답사해 범행대상을 물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로 10명의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김군의 범행을 재구성해봤다.

170cm의 키에 100kg이 훨씬 넘는 거구인 김군은 “비만 때문에 단 한 차례도 이성교제를 하지 못했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이 콤플렉스는 김군을 음란 동영상과 음란 잡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가족들의 눈을 피해 음란물을 보며 성적 만족을 느꼈던 김군은 그릇된 욕망을 품게 됐다.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

김군의 범죄행각은 2008년 12월경부터 시작됐다. 외모 콤플렉스가 여성에 대한 콤플렉스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열등감에 시달렸던 김군은 성폭행을 결심하게 된다.

원룸에 홀로 들어가는 한 여성을 본 김군의 머릿속에는 음란물의 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음란물 속의 범죄수법을 모방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김군은 결국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게 됐다.

김군은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 금정구 일대의 원룸촌과 주택가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또 ‘여성이 혼자 거주하고 있는 곳, 1층에 위치한 곳, 현관문이 열려 있는 곳’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 곳을 물색했다. 비만으로 인해 행동이 둔했던 김군은 담을 넘거나 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뜯고 침입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역부족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인상착의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장갑과 모자, 마스크를 마련하는 등 완벽 범죄를 꿈꿨다.


혼자 사는 여성이 타깃

한 차례 범행에 성공하자 자신감이 붙은 김군은 습관적으로 성폭행을 일삼게 됐다. 김군은 주로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

가족들에게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고 오겠다’고 둘러댔다. 때문에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범행을 눈치 채지 못했다. 때문에 김군의 이중생활은 3년 동안 이어졌고 부산 사상구와 금정구 일대 혼자 사는 여성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부산 사상구와 금정구 일대의 지리에 훤했던 김군은 혼자 사는 여성 김모(22)씨를 타깃으로 삼고 김씨의 집과 동선을 파악했다. 김군은 2009년 1월 12일 오전 1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위치한 김씨의 집을 찾았다. 때마침 열려있었던 현관문을 은밀하게 연 후 현관부터 살폈다. 현관에 여성용 신발만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주방에 놓인 흉기를 집어 들었다.

이성을 잃은 김군은 욕실에서 샤워하고 나오던 김씨를 위협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괴한의 침입을 당한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김군은 흉기를 들고 겁을 준 뒤 이불 등으로 김씨의 시야를 차단했다. 자신의 신상이 발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김씨를 성폭행 한 뒤 현금 25만 원과 55달러를 빼앗아 달아났다.


3년간 여성 10명 성폭행

김군은 같은 수법으로 지난 3년간 부산 사상구와 금정구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성폭행하고 26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은 주로 범행 현장에 있는 흉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신문지를 말아 칼처럼 보이게 하거나, 심지어 장난감 칼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 범행은 30분 이내로 이뤄졌으며, 반복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범행이 반복될수록 성폭행은 물론 금품까지 훔치는 등 대담한 행각을 보였다. 피해 여성 중에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현관문 잠금장치 사용에 미숙, 문이 열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변을 당한 여성도 있었다.

김군은 침입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면 들킬 것을 우려해 범행을 포기하고 달아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은 침입 후 피해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등 극도의 저항을 하면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며 “한 번은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일반 주택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여성의 비명소리에 부모가 뛰쳐나오자 혼비백산 도망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내성적 성격에 모범생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김군의 그릇된 범행은 결국 지난 1월 27일 급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경찰은 새벽과 심야시간에 성폭행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잠복수사를 하게 됐다. 부산 사상구와 금정구 일대에 8건의 피해신고가 들어온 것. 잠복 수사를 하던 경찰의 눈에 김군이 포착됐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부산대 인근 원룸촌을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리는 김군이 수상쩍게 느껴진 것이다.

경찰은 임의 동행해 채취한 김군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2009년 8월 사상구 주례동의 성폭행 사건 용의자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김군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성실한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은 수사진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김군은 수시로 4년제 대학에 합격한 신입생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행동이 어눌하고 둔해서 처음에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외모만 보고는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 3월 16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의 혐의로 김군을 구속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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