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청장, 모 기업이 전 검찰총장에 자금지원 사실도 조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개인비리 의혹이 줄줄이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그림 로비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으나 최근 한 전 청장 개인 비리 의혹도 같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 입국 직후 검찰 주변에서는 한 전 청장의 개인비리 의혹도 조사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그 개인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검찰은 말을 아껴 추측만 무성히 나돌았다. 그러나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의 사생활을 뒷조사 하는 등 여러 비리들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하고 4대 의혹과 더불어 이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개인비리 의혹은 6가지에 이른다. 이 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한 전 청장의 X파일 존재 여부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고위 인사들을 뒷조사 한 뒤 이를 파일형태로 기록해 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파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첩보에 따르면 파일에는 TK인사들과 전 검찰 총장에 대한 뒷조사 내용도 포함돼 있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파일이 실존하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X파일은 아니지만 한 전 청장이 정관계 고위 인사를 뒷조사하고 기록한 자료 일부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은 이를 미뤄 한 전 청장이 뒷조사 내용을 별도의 파일로 만들어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파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 전 청장은 재직시절 국세청을 사유화하고 직원들을 개인수하로 활용했다. 이는 한 전 청장의 6가지 개인비리 의혹을 살펴보면 선명히 드러난다.

한 전 청장의 6대 개인 비리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조사를 직접 지시한 의혹 ▲신성해운 조사와 관련한 빅딜 의혹 ▲국제화랑 조사 후 그림 편취 의혹 ▲강남 5성급호텔로부터 금품 상납받은 의혹 ▲승진 등 인사를 통해 직원들에 금품수수 의혹 ▲국세청 고위인사 뒷조사 지시 등이다.


ㅇ MB 친인척 재산조사 -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06년 9월 MB친인척 재산조사 당시 차장이던 한 전 청장은 세원정보과의 A씨와 조사1과에 있던 B씨에 조사를 직접 지시하고 지휘했다.
그러나 국세청장이 된 이후 한 전 청장은 이 사실이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2006년 당시 전군표 전 청장이 지시하여 세원정보 K씨, P씨 등이 한 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한 국세청 직원은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이 대통령 친인척 조사 당시 한 전 청장이 진두지휘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내용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전 청장은 이 대통령 친인척을 조사한 뒤 그 내용을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이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하자 한 전 청장은 거꾸로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의 뒤를 캐고 다닌다며 이상득 의원에게 보고하는 이간책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이 전해철 전 비서관에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직접 조사를 지휘하고 그 내용을 민정실에 전달했을 뿐 아니라 이 사실이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우려했다는 점을 미루어 이 대통령 친인척 재산의 차명 가능성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보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ㅇ 신성해운 조사 - 한 전 청장은 조사4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신성해운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한 전 청장은 5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비자금 조성을 눈감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더듬고 있다.
당시 한 전 청장이 청와대 근무를 제안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조사 이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한 전 청장이 청와대 근무를 하는 게 어떨지를 여러 군데 물어보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를 미루어 정 전 비서관이 한 전 청장에게 청와대근무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같은 시기 한 전 청장은 T사 세무조사과정에서 T사가 ○○○ 전 검찰총장에게 자금지원을 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 전 검찰총장과 빅딜을 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T사의 사장과 ○○○ 전 총장은 대학원 동기여서 개연성이 다분하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의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국세청 관계자의 전언을 들어 보면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의 한 인사는 “T사를 조사한 당시 서울청 조사4국 직원이 조사 직후 ‘한 국장(한 전 청장)이 청장으로 올라가면 나도 승진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한 전 청장이 그 직원을 승진시켰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승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ㅇ 모 갤러리 조사 - 한 전 청장은 서울청 조사4국장 시절 소격동 모 갤러리를 조사한 후 갤러리로부터 5점의 그림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한 전 청장이 전 전 청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은 이 갤러리에서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또 한 전 청장은 유명 호텔도 세무조사하고 뇌물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역시 서울청 조사4국장 때 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조사 당시 퇴직 세무사 출신인 이 호텔의 과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의혹이 있다. 과장과 한 전 청장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퇴직 국세청 직원이 운영하는 세무법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ㅇ 승진 등 인사를 통해 직원들로부터 금품수수 -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납세자신뢰도제고를 위한 교육을 명분으로 전국을 돌며, 인사청탁을 하는 직원들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있다. 당시 김모 과장이 그 창구였다는 소문이 있으나 아직 사실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수금을 책임진 공로로 김 과장은 사무관에서 부이사관(3급)까지 4년 만에 초고속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승진 시 필요한 법정소요 년 수 등을 채워주기 위해 사임 당일까지 승진인사를 했다.
이 관계자는 “김 과장의 승진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인사도 사임 전날까지 마무리하고 나갔다”고 전했다.
국세청에는 한 전 청장의 특혜를 입은 이들이 아직도 건재하다. 국세청 개혁이 쉽지 않은 것은 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비리의 연결고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도 한 전 청장의 주구노릇을 하던 직원들이 그들만의 영역을 지키며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며 “한상률 사단의 모임까지 만들어져서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전 청장의 당시 입김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ㅇ 국세청 조직을 개인 사조직화 -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새 정부에서 재신임을 위해 무리한 조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조사 시에는 반드시 상대편의 뒷조사도 동시에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청장은 개인적으로 필요할 때 이 자료들을 이용했으며, 이런 방법은 국세청 내부 관계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재신임에 걸림돌이 되는 TK출신 선배들에게는 국세청 감찰조직을 동원하여 뒷조사를 자행했다. 심지어 개인의 사생활인 주점출입내용까지 확인한 뒤 파일로 만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 지방국세청장의 경우 특별감찰팀에 지시해 부산룸살롱에서 2차 나간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정보기관 못지않은 첩보수집 활동을 벌였다.
전직 국세청 직원인 H씨는 “한 전 청장은 라이벌로 꼽히는 이들을 사전에 철저히 제거했다”며 “후배들 중에도 능력 있어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제거했다. 특히 TK출신 후배는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여 갖은 방법으로 음해한 인물이 바로 한 전 청장”이라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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