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4번째로 강한 9.0의 강진에 이어, 거대한 해일, 원전 폭발의 공포가 일본열도를 덮쳤다.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일본TV 앵커의 참담한 멘트에 세계인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 대지진과 화산폭발을 경고했던 필자로서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미야기현, 이와테현의 해변가 마을들이 거대한 쓰나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순 없다. 일본이나 중국보다 지진발생율이 낮았던 것만은 사실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금지타사(今之他事)는 후지아사(後之我事)란 말이 있다. 오늘의 남의 일이 훗날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공개된 이야기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하여 세계최대급의 원전을 건설했다. 그런데 불시에 비상 훈련을 하게 되었다. 이때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디젤 예비 냉각 모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알고 보니 원전에 무슨 고리타분한 디젤 모터를 쓸 일이 있나 싶어 관계자들이 디젤연료를 빼돌렸다는 것.

이번 일본의 원전 폭발도 유사했다. 철저하기로 소문난 일본이 디젤 연료를 빼돌릴 일은 없었지만, 일본 과학자들은 지진만 고려했을 뿐 해일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연료에 유입된 해수와 지진의 충격으로 인한 균열 때문에 예비 냉각기가 작동하지 않아 폭발에 이른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만 년 전 일본 같은 대륙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지층이 이동해 일본은 한반도에서 분리돼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가 됐다. 여기에 단위 면적당 원전수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이를 감안한다면 일본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발생할 시 한반도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구 곳곳에 발생하는 대지진으로 지구멸망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축이 변하고 빙하가 녹고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빙하기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겐 그 어떤 대재앙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우리에겐 공룡도 괴멸시켰던 빙하기를 이겨낸 놀라운 적응력 DNA가 있지 않은가. 이 DNA 때문에 인간은 지금까지 생존에 생존을 거듭하며 발전해올 수 있었다.

역병을 이겨내는 면역력도 이러한 적응력 DNA의 일종이다. 미국 아메리카 인디언이 멸족하고 황금의 제국 잉카가 사라진 것은 비단 인디언사냥 때문만은 아니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유럽인들을 통해 인플루엔자와 천연두 등이 청정지역이던 아메리카대륙을 강타했다. 이 병으로 인디언들의 90%이상이 병원균에 감염돼 죽었지만 나머지 10%는 이겨냈고 다시는 걸리지 않았다. 바로 면역력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처참한 재난현장 속에서도 놀라운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국민여러분께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디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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