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본, 원전 사고 실제 수치 은폐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잇단 폭발과 방사능 수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시나리오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원전 안전성 검사를 축소 은폐하고 부실한 관리감독을 했던 도쿄전력의 과거 전력도 이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일본정부는 1978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1996년 이바라키현 원전사고 피해를 축소·은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만이 방사능 유출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지리적으로 한국이 방사선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80km 이상 멀리 대피하라는 권고만 내놓고 있어 각종 안전대책 마련에 부심하며 대피령을 내놓고 있는 세계각국의 모습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외교적 '마이너스'가 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조치를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쏠리고 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등 유럽사회는 “일본이 원전 사고의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며 정보공개 촉구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일본 원전 사고 등급을 6단계로 조정했다. 이는 국제 원자력 사고척도(INES) 등급 중 가장 높은 7등급 바로 아래 단계로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사고’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정부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재난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입장과 대비된다.

지난 3월 16일 재즈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장이 “4호기 물이 끓어올라 바닥이 드러났으며 방사능 수치가 극히 높다”고 견해를 밝혔으나 일본 자위대는 “4호기 저수조의 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사실 은폐를 하고 있다’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부분적으로 노심용해가 이뤄졌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독일 민간단체 휴메디카 슈테펜 리히터 대변인도 지난 3월 15일 “일본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고 과소평가 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라며 독일 민간단체 ‘후메디카’의 구호팀 5명의 조기귀국 배경을 밝혔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인접국인 러시아, 벨라루스까지 방사능 낙진이 이동해 피해를 입힌 것을 고려할 때 한반도도 방사능 낙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8000km가 떨어진 지역에서도 방사능 낙진 피해가 발생하는 등 동유럽, 중부유럽, 북유럽 등 유럽대륙의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 오염 피해를 당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경우 한국과 중국, 러시아, 남동 아시아 등지에 방사능 낙진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17일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일본 방사능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로 불지 예측할 수 없는 지상풍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같은날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오염량은 1000km 떨어진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남부, 영국에서도 발견됐다. 지상풍은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방사선 물질이 주변에 흩어졌을 때 바람 방향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로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경우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의 서쪽에 위치한 폴란드 등 인접국가 중 일부는 체르노빌과 거의 동일한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편서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방사성물질이 날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며 ‘방사능 국내상륙’ 유언비어 유포 수사에 나섰다. 기상청 역시 “일본과 우리나라가 1000km 이상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지표면 가까운 곳에 부는 지상풍을 통해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주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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