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정아 자전 에세이 4001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정아 전 교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4001'번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과 이제는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살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냈습니다."

자전 에세이집 '4001'을 펴낸 신정아(39)씨는 22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책 제목 '4001'은 수감 시절 신씨의 번호다. 책에는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겼다. 예일대 박사학위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과 정치권 배후설에 대한 진실, 문화일보 보도의 전말 등이다.

-책을 낸 소회는.

"2007년 7월16일 뉴욕에 도착한 날부터 최근까지 수감된 시간 1년6개월을 포함해 근 4년의 시간을 담았다. 그 동안 누구하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지금까지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책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법률적인 검토를 했다.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불어 이 책이 4001번으로 살아온 시간과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살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명과 이니셜로 기재한 부분과 이유는.

"매일매일 적은 일기에는 실명이 적혀 있다. 이 책은 일기를 재편집한 것이다.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이니셜로 처리한 것은 법률적인 부분 때문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책을 내면서 감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표현이 거칠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숨겨지게 되면 지난 4년의 세월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실명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출발을 한다고 했는데 미술계에 복귀할 생각인가.

"지금까지 고민하는 부분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다. 미술계에 내 사건의 파장이 커 많은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쳤기 때문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 좋은 자리가 있으면 가서 최선을 다해서 일해볼 생각이다.

-책 표지의 의미는.

"1994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에 있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버지다. 아버지에게 죄송하다."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도 있는데, 더 언급할 것은.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책의 내용 외에는 더 말할 수 없다."

-MBC에서 당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아직 드라마가 시작하지 않아서 봐야 알 것 같다. 내가 드라마 소재로 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얽힌 배후설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을) 언급하는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죄송하다. 내 처지가 좋은 입장이라면 모를까. 과연 이렇게 인간적으로 신뢰를 하고 믿고 격려를 해주는 분들이 배후설이라고 하면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인간적인 부분을 표현했다. 사실 위주로 말을 아끼는 입장에서 썼다."

-학력 위조를 브로커의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필적 고의일 수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다만 섭섭한 부분이 있다. 속죄를 해야 하는 부분은 당연하지만 다만 도덕적으로 위조를 하거나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5월말에 동국대와 예일대 소송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 제대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자들과의 관계는.

"서운한 것도 있고 고마운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고 언니동생처럼 지냈는데 좋지 않은 기사로 돌아오니 상처도 입었다. 책을 쓰면서 서운한 것은 서운하다 말하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조선일보 C기자(전직)가 성추행했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소송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니셜 처리를 하는 등 몇개월 정도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출감 후의 일상.

"너무 고생을 했다. 2009년 4월10일 출소해서 2~3개월간은 몸에 열꽃이 피는 등 힘들었다. 내가 고생한 시간이 사람들이 보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버텼다. 그 시간들을 씻어 내느라 힘들었다. 누구에 대한 원망이나 섭섭함, 후회 이런 것들을 다 쓸어내려고 노력했다. 비교적 지금은 마음과 몸이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

-출감 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났는가.

"(변 전 실장과의) 부분을 책에 담을지 정말 심사숙고했다. 감추는 것이 구차한 것 같아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고자 했다. 잊고 싶다는 것이 꼭 나쁜 기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을 놓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사실은 이랬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연이라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는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실을 밝혔다. 글 그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문화일보 누드사진 보도소송은 어떻게 된 건가.

"누드 사진이 보도됐을 때 당시는 당황하지 않았다. 작가의 창작작품은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성 로비 기사가 나가고 나서 가까운 분들이 연락이 왔다. 다른 부분들을 잘 모르겠지만 성로비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 얼굴로 어떻게 성로비를 했냐고 창피를 준 적이 있다. 당시로는 큰 상처였다. 지금도 내 스스로 콤플렉스가 생긴 것 같다. 변 실장과의 관계도 거기에 포함됐다. 괜히 사람들 눈을 의식하고 기피했다. 굉장히 수치스러운 부분이었고 사회 생활하는데 제일 힘들었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고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사도 못하게 됐다. 여성으로 최소한의 가치를 까발리고 수치를 당하는 것이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의식이 생겼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털어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오늘을 4001번과 헤어지는 날로 축하의 의미로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여러분들이 마음고생을 했는데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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