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수치 속에 도사린 국제결혼의 폐해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0’ 자료에 따르면 국제결혼의 수가 대폭 늘어났다. 2004년 이후 매년 전체 10%를 상회할 정도로 국가와 연령도 다양해졌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지자체의 지원 아래 절대적으로 부족한 배우자를 국제결혼을 통해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국제결혼을 생각하는 의식은 여전히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남성 때문에 국제결혼 중개를 금지한 캄보디아와 아내 살인사건으로 한국행을 기피한 베트남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제결혼은 한 걸음 더 우리와 가까워졌지만 이로 인한 사회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결혼 실상을 살펴봤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은 국제결혼 비율이 2000년 3.5%에서 2009년 10.8%로 올랐다고 밝혔다. 연령차도 평균 11.1세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수치 변화는 결혼을 앞둔 당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해 실시한 ‘2010 청소년 통계’에서는 청소년 66%가 “국제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늘고 편견이 줄면서 외국인을 배우자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농어촌에 국한된 국제결혼이 도시로, 젊은 세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호도와 결과는 별개

지난해 10월 서울출입국관리소가 마련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에는 405명의 남성들이 참석했는데, 이중 121명이 서울 거주자였다. 경기 인천까지 합치면 수도권 거주자는 162명이었으며 30대 회사원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한국여성의 빈번한 퇴짜와 전 아내와의 경제적 다툼, 한국여성과의 조건 불일치를 이유로 국제결혼을 희망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국제결혼정보업체에 따르면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선호하는 이유로 2개 국어에 능통한 자녀를 얻을 수 있는 점과 결혼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한 점, 외국 문화 수용의 장점 등이 있다.

농어촌 역시 국제결혼에 여전한 관심을 보냈다. 올 들어 철원군, 남해군, 부안군, 보은군, 영동군, 화천군 등은 국제결혼 성사를 위해 300~600만 원의 결혼비용 보조금을 지원해 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자체는 국제결혼이 젊은 농촌인력의 정착과 안정적 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결혼이민자 현황 18만1671명 중에서 여성이 16만1999명에 달하는 것도 농어촌 남성들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제 결혼중개업체는 125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결혼 호황에 힘입어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결혼의 과정과 결과에 관한 어두운 측면은 여전하다. 시간이 짧은 국제결혼의 특성과 돈을 주고받는 결혼이란 인식 때문에 빚어진 문제들이 만연한 것.

배우자의 경제 상황과 건강상태, 범죄전력 등을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편하게 빨리 결혼하려는 마음을 이용한 브로커들의 사기, 횡령도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힌다.


머나먼 코리안 드림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자 하는 국내 남성들 중 대부분은 경제상황이 어렵다. 그러나 저개발국가 출신인 여성들은 자신의 집안 가정 형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채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2009년 국제결혼 커플의 이혼 수는 1만1692건에 달해 국제결혼의 폐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사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 1]
2008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A씨(49)와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 B(24)씨는 한국 땅을 밟는 것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B씨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누이가 운영하는 식당일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 매번 남편의 폭행에 시달렸다. B씨는 이런 남편을 피해 종교단체가 운영한 ‘쉼터’에 머물면서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가 A씨의 과거를 듣게 됐다. A씨가 이전에도 다른 베트남 여성과 결혼 했다가 이혼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례 2]
2005년 한국인 C씨와 결혼한 중국인 여성 D씨는(34)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과 시부모의 멸시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이혼했다.
D씨는 “남편이 ‘너 같은 외국 여자랑 사는 게 창피하다’며 쌍욕을 하면서 때렸고, 시아버지도 ‘주위에서 없이 본다’며 바깥에도 못 나가게 했다”며 울분을 표했다.
D씨는 가까스로 위자료 3000만 원을 받았고 다섯 살 난 아들의 양육권을 얻어냈다. 하지만 D씨는 “이혼하더라도 C씨가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나라의 지원과 어린이집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안 해준다”면서 미래를 걱정했다.

[사례 3]
베트남 여성 G(24)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인 H(48)씨를 만났다. G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제적 어려움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H씨의 폭력은 G씨를 가장 힘들게 했다. G씨는 “나중에는 집 밖에도 나가지 못했고 폭력도 심해졌다”고 말했다. G씨는 H씨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았지만 H씨는 G씨를 아들과 같이 감금했다.
이후 이웃의 신고로 구조된 G씨와 G씨의 아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채 발견 돼 주위에 충격을 줬다.


두 번 우는 한국 남성도 많아

이처럼 그 사례도 각양각색이었다. 지난해 8월 실시된 경찰 단속에서도 국제결혼을 알선한 결혼중개업소들의 폐해가 드러났다. 불법 결혼 중개 혐의로 한 달 동안 무려 761명이 적발된 것이다. 이는 국제결혼의 사회문제가 다방면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적발된 이들 업소들의 행태는 상상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즈(HIV)와 폐결핵에 감염된 여성을 배우자로 알선시켜 주는가 하면 성병(매독)보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알선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 배우자가 농아인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알선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불량결혼중개업소들의 무분별한 중개가 많은 이들의 갈등과 이혼을 조성한 것이다.

국제결혼 문제는 지난해 베트남 탓티화앙응옥(여·20)씨가 살해당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탓티화앙응옥씨가 결혼 일주일 만에 남편이 찌른 흉기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남편은 정신 병력을 앓고 있었다.

이에 베트남 언론사 ‘베트남 넷’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100명 가운데 만족할만한 수준은 2∼3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기사를 실으면서 몇 시간 만에 100명 이상의 베트남 여성을 소개받는 한국 남성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정부, 대응책 마련 시급

이처럼 국제결혼을 통한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자 지난해부터 정부는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브로커들을 통한 속성결혼과 국제결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국제결혼 사증 심사기준을 강화한 개정 출입국 관리법 시행 조치안’을 통해 ‘국제결혼 비자 발급심사 항목과 기준 설정’, ‘국제결혼 숙려기간 도입’, ‘안내 프로그램 제도화’ 등 개선책을 공표했다.

국제결혼 비자 발급심사는 비자 발급 때 국제결혼 경력이 있는지를 비롯해 경제적 부양 능력, 범죄전력, 건강상태 등의 신상 정보를 서로 교환했는지 확인 하도록 바꿨다.

‘숙려기간 도입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비자 발급심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된 이들에게 6개월 간 재신청을 불허하는 규정이다. 결혼에 대한 진정성을 찾고 무분별한 신청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또한 안내프로그램을 통해 비자를 발급 받기 직전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게 했다. 특히 중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몽골·우즈벡·태국 등 한국과의 교류가 많은 국가를 우선시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간의 문화와 예절의 차이를 이수하게 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한 국제결혼 문제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혼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 실태 개선이 쉽지 만은 않다”며 “몇 차례 안내프로그램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며 개인 브로커들의 문서 위조와 알선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중개업소들 역시 “국제결혼을 진행할 때 중개업소의 사업자등록증, 결혼비용, 사이트 활성도 등의 항목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길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전화보단 문서를 통한 계약을 진행하고 메일을 통해 수시로 답변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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