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어설픈 스파이 활동 “이유 있었다”

리비아 활동 국정원 직원 추방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등으로 망신을 당한 국정원이 최근 잘못된 인사정책으로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월간조선은 4월호에서 전직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니 특사단 숙소 침입 등 국정원의 실수는 잘못된 인사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국정원의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한 지적은 새삼스럽게 불거진 것이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원장으로 임명된 순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였다. [일요서울]은 2009년 12월 제 816호에서 국정원 인사정책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이때 [일요서울]은 “국정원에 대해 잦은 인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또 인사를 거듭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국정원은 같은 해 3월에 인사를 단행하고 다시 10월에 인사를 냈다. 문제는 3월에 움직인 이들 상당수가 10월에 다시 인사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10월 인사 이후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세훈 원장의 조직개편은 효율성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국정원 인사가 너무 자주 이뤄져 분야별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특정인맥 중용으로 조직 내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세훈식 인사와 관련해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전문성의 결여다.

국정원 업무는 특성상 전문화·세분화 돼 있다. 이런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인력을 무작위로 배치해 업무의 비전문성을 초래했다는 것이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원세훈 원장의 인사정책 실패 증상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리비아의 국정원 직원 추방사건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이 그 예다.

[일요서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에 발각돼 추방당한 국정원 직원은 베테랑 정보원이 아니다. 국내 업무를 주로 한 직원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국정원은 매우 중요한 자리에 전문성도 없는 엉뚱한 사람을 앉히는 인사를 반복해 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리비아 추방 사건 때 문제가 됐던 해당 직원은 아랍어에 능통하지도 않고 해외 공작 경험도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그 직원은 현지 사정에 어두워 활동시 통역 역할을 하는 가이드를 대동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첩보 활동에 능숙하지 않기는 특사단 숙소 침입에 투입됐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방에 침입했던 이들은 침투나 정보 수집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아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사가 잘못된 예는 또 있다. 국정원 직원 A씨는 국내파트에서만 일을 해왔고 영어 등 외국어 특기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2009년 유럽으로 파견됐다. B씨는 일본통으로 불릴 만큼 일본에 정통한 인사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한직으로 파견근무 중이다. 같은 해 B씨 대신 일본으로 간 직원은 일본어조차 잘 모르는 D씨였다.

한 전직 국정원 직원은 “원세훈 원장은 국정원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저렇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는데도 현 정권이 계속 저 자리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