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위조·고위직 자녀폭행…사실이면 ‘뭇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자율형사립고 하나고등학교 전경원 교사(사진)의 폭로로 촉발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학교 당국은 담임교사 지위 박탈로 교사를 압박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총체적으로 감사중이다.

하나고 문제를 외부에 알린 전 교사에 반발하는 내부 여론도 비등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학교가 문을 열기 전 부지 매입 과정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해묵은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이 모든 중심에는 학교 이사장인 김승유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그의 절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연결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전경원 교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진상을 파헤쳐본다.

내부고발로 촉발, 개교 이래 최대 위기…현장감사 돌입

하나고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은 지난 4월부터 언론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비리 의혹들

<캡쳐=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 모임>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지난 4월 하나고 특위를 구성하고, 하나고를 둘러싼 각종 추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고에 재직 중인 전 교사는, 학교의 신입생 선발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전 교사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남녀 입학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학생에게 보정 점수를 부여해 합격시켰다”고 증언했다. 남녀 학생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입학 점수에 미달하는 남학생을 뽑았다는 것.
하나고는 서류평가와 면접점수를 합산하는 일반전형으로 120명을 선발하고, 하나금융 자녀 전형 40명,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학생 40명을 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합격선 당락의 주변에 위치한 학생들의 성비를 보고, 남학생들을 추가 합격시키기 위한 조작이 있었다는 것.
입시전형에서는 성별분리 선발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승유 이사장이 “남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학교에 도움이 더 된다”며 전형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승유 이사장과 학교 측은 기숙사 배정 문제 때문에 성비 ‘조정’을 위한 ‘보정’ 점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 자녀가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학교폭력을 다수에게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은폐하고 전학시켰다.
또 시의회는 하나고가 올해 3명의 교사를 채용하면서도 채용공고나 서류심사, 면접 등의 통상적인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장이 직권으로 채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서울교육청의 지침은 물론 공개채용을 의무화한 현행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다.

학교가 서울시의회에서 신입생 선발 문제를 제기한 전모 교사를, 담임에서 배제한 사실도 논란거리다.
전 교사는 학교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담임교사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전 교사가 지난 1학기부터 대학 겸임교수를 맡아 교내에서 징계위 회부가 논의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는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처벌에 반대했고, 가해 학생은 전학을 보냈다”고 밝혔다.
2009년 서울시의 땅을 빌려 학교를 지은 과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돼왔다. 하나고는 당시 공보에 게재됐던 임차기간 20년에 5.0%의 요율이 아니라 임차기간 50년, 0.5% 요율의 파격적인 계약을 서울시와 맺었다.

김 이사장은 행정사무조사 증인으로 출석해 설립 당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도 나섰다. 하나고 학부모 250여 명은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아픕니다’, ‘아이들을 혼돈에서 구해주세요’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의혹 제기에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교육현장의 갈등이나, 사건이 아니다”며 “‘교육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과대포장되던 자사고가 사실은 사교육을 유발하고 교육 대물림의 주범이 돼버렸다는 명백한 증거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노동당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하나고 사태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하나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대상이 된다. 자사고의 법적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 4항을 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한 경우나 거짓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이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룹으로 불똥

한편 하나고 논란은 하나금융그룹으로도 불똥을 튀었다.
서울시의회는 27일 특별위원회를 열고 하나학원 이사장인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신입생 선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이 하나고를 설립했으나 현재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어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MB의 고대 경영학과 동기로 MB정권 시절 ‘금융계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불렸으며, MB정권 때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때문에 하나고와 관련된 각종 특혜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는 형세다.

skycros@ilyoseoul.co.kr

  미니인터뷰 - 전경원 교사
“이사장의 압박, 우회적으로 전달해”


- 성비논란, 공직자 자녀 학교폭력문제 폭로 그 이후 상황은?
▲ 서울시의회 청문회에서 내부문제에 대해 공익제보를 했고,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익제보자로 등록이 된 상태다.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가장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3 자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아울러 동료 교사들 가운데서도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분들의 경우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지만 대다수 선생님들은 심정적으로 지지를 표하고 싶어한다. 재단의 서슬 퍼런 위세 앞에서 적극적 지지를 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담임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지난 11일 교육청에서 공익제보자 보호에 관한 법령에 따라 더 이상의 압박을 자제하라는 교육청 공문이 도착한 날, 학부모들의 연서를 근거로 담임에서 배제됐다.

- 증언을 후회하지는 않았나요?
▲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후회한다는 말은 대단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다. 공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고등학교가 위대한 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입시결과만 좋은 학교가 아니라 그 이면을 들여다봐도 건강하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지지자도 있지만 퇴출시위 학부모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학부모님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자녀의 대학진학은 거의 종교적 신성성의 경지와 유사한 정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러나)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재단의 이런 문제를 가지고 수험생들에게 영향을 줄 일은 없다.  학교의 부조리와 병폐를 학생들의 탓으로 돌릴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확신한다.

- 김승유 이사장의 압박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실인가
▲ 직접적인 압박은 없지만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ㄱ교사가 저를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ㄴ교사에게 이런 말을 전하라고 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의 명의가 제 이름으로 되어 있다면 서둘러 부인의 명의로 바꿔라. 나중에 소송이 걸리면 그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해결하려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저열한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 평소에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공부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 제자들이 지금까지 성장하는 동안 병원에 많이 다녔을 것이다.
아파서 병원에 갔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으면서 치료를 했고, 때론 수술도 하면서 지금처럼 멋지게 성장한 것이다.
이는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도 우리가 몰랐지만 심각하게 치료가 필요한 부분도 있는 법이다. 잘 치료하고 나면 더 건강한 학교가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학생들에게는 많이 미안하고 힘든 상황이지만 하나고가 위대한 학교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잘 이겨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하고 싶은 말은.
▲ 하나고는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분명 획을 긋고 있는 학교다.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방식이 그랬고, 교육과정이 그랬고, 방과후 1인2기와 같은 활동이 그랬다. 그러나 분명 내부에 곪아터진 문제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을 과감하게 혁신할 수 있을 때, 비로서 하나고가 세계 최고의 명문고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누구보다 하나고가 위대한 학교로 거듭나기를 간곡하게 소원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학교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저기 멀리에서는 다시 모두가 만나야 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