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죄는 처벌할 수 없을까?


단순히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불이행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런 죄를 신설하자는 이유는 고의적으로 돈을 빌려 쓰고 나중에 갚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고소하더라도 사기의 고의를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빌릴 때는 갚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갚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변명하면서 갚지 못한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사기죄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업을 하려고 돈을 빌렸고, 실제 사업을 실제 했는데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갚지 못했다는 주장을 할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는 미칠 지경이지만 처음부터 돈을 편취하려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마땅치 않다.


또, 정상적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교묘하게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 가장 찾아내기 어려운 방법이 허위의 채권자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모든 채권자들의 금전거래내역을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에 여러 명의 허위 채권자들 내세워 가압류를 하도록 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경우에는 채권회수가 곤란해진다. 이러한 경우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한다.


최근 모 재벌의 회장님이 은행에서 예금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이 문제된 적이 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 은행예금을 찾아 현금으로 집에 보관하였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이 변동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예금을 찾아서 집에 보관하고 있었을 뿐 그 돈을 어디 빼돌리거나 숨긴 사실이 없습니다”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현금은 처분이 쉽고 언제든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 예금되어 있는 계좌와 달리 이를 찾아서 현금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강제집행면탈죄가 된다는 하급심 판례가 있다.


강제집행을 면탈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채권을 미리 다른 사람에게 허위로 양도하는 방법이다. 장래 채권자들의 이행요구가 거세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자신이 받을 채권을 아는 허위 채권자들 내세워 압류, 전부 명령을 받도록 하거나 채권양도계약을 하고 양도통지를 해서 채권을 없애는 방법도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한다.


이런 채무자들의 재산 빼돌리기를 밝혀내 형사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채권의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빌려줄 때 확실한 담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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