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매니아들 ‘우후죽순’…“일단 한 번 가보면 중독된다”

최근 모텔을 이용하는 ‘모텔 매니아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는 불륜이나 성욕해소를 목적으로 모텔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소리가 아니다.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모텔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모텔이 팬션 하우스와 같은 개념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남녀의 성욕해소를 위한 곳으로 인식돼 왔던 모텔을 여가를 즐기기 위해 찾는다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모텔 매니아들은 어떤 이들이고 이들이 극찬하는 ‘그들만의 휴양지’ 모텔은 과연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일단한번 가 보세요. 그리고 느껴 보세요. 생각이 확 바뀔 겁니다.”

모텔 매니아들의 말이다. 모텔 매니아들에 있어서 모텔은 찜질방이나 사우나 혹은 영화관과 같이 여가를 위한 공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좋은 모텔을 발굴하고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긴다는 직장인 조 모(32)씨는 “우리가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상한 생각부터 하는데, 그들에게 우리가 발굴한 모텔을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며 “집보다 편한 곳이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런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 집보다 편한 곳(?)

그동안 모텔은 불륜 등 부적절한 행위의 대명사 격으로 인식된 탓에 사회 부정적인 존재로 낙인찍혀 있었다. 주택가까지 파고든 모텔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영업을 못하게 되는 일도 허다했다. 여기에 그 수요 또한 날이 갈수록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경기 불황마저 겹쳐 모텔들은 고사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텔들은 최근 위기극복을 위해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단순히 인테리어를 예쁘게 꾸미고 시설을 확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급호텔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파격적이고 과감한 변신을 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일류호텔의 서비스와 시설 부럽지 않은 매머드급 모텔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속칭 ‘러브호텔’로 불리며 사회 변방에 놓였던 모텔이 꽃단장을 하고 양지로 나와 호텔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기 시작하고 있는 것.

이처럼 모텔들이 이미지 쇄신을 꾀하자 모텔 매니아들은 마치 맛좋은 식당을 찾아다니듯 좋은 모텔을 골라 찾아다니고 있다.

이들이 좋은 모텔을 발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모텔’이라고만 치면 된다. 그러면 모텔 관련 사이트들과 카페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들을 살펴보면 전국 소재의 각종 모텔 소개 사이트, 모텔 이용 단골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 등등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이 가운데 매니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포털 사이트의 카페다. 포털의 모텔관련 카페는 그 회원 수 만해도 수십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매니아들은 카페 회원으로 가입, 모텔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가하면 카페가 개최하는 추첨 이벤트를 통해 모텔 이용 특별할인을 받기도 한다.


매니아들 테마파크 선호

또 카페 내에서 지역별 모임을 만들어 특정 모텔 VIP룸에서 정기모임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들 모텔 매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이른바 테마파크형 모텔이라 불리는 곳이다. 테마파크형 모텔은 모텔을 찾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방을 두루 갖춘 모텔을 말한다. 하나의 모텔에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각기 다른 설비의 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룸의 구성은 이렇다. 성욕해소를 위한 기본형 룸을 비롯해 영화를 감상을 위한 설비를 갖춘 룸, 사우나와 숙면을 위해 꾸며진 룸 그리고 연인들의 생일, 기념일 등 이벤트를 위해 꾸며진 룸 등이 갖춰져 있다.

영화 감상을 위한 룸은 대형 벽걸이 TV와 최신 DVD가 비치돼 있을 뿐 아니라 음향 설비 또한 최고급으로 갖춰져 있고 사우나를 위한 룸은 방안에 사우나 실과 온천욕탕이 있다. 사우나를 즐긴 뒤에는 은은한 조명아래 마련된 고급 침대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숙면을 위해 아로마 향료와 공기 청정기 그리고 음이온 발생기 등이 갖춰져 있다.

이벤트 룸에는 기본적으로 연인과 함께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홈 바가 기본으로 마련돼 있고 서비스로 케이크와 풍선장식 등이 제공된다.

모텔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남긴 모텔 이용 후기에 이런 글이 남겨져 있었다.

“여자친구와 이용하던 모텔을 이번에는 친구 둘과 술 먹고 갔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상한 짓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거기서 사우나하고 영화도 보고하면서 푹 쉬다 오려고 갔었는데, 친구들 모두 돈 3만 원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냐고 좋다고 난리들이었다.”

이 네티즌이 이용했다는 곳은 불광동의 S모텔이었다. 이곳을 검색해본 결과 각 층마다 다른 형태의 룸들이 있고 사람의 체형에 따라 형태를 조절 할 수 있는 침대까지 갖춰져 있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월풀욕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놓았는데 물도 일반 수돗물이 아니라 온천수를 이용한 것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울 시내 고급호텔의 설비와 비교해도 전혀 부럽지 않다. 이런 모텔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4시간에 불과 2만~3만 원선. 이 가격에 이런 설비의 호텔을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모텔 매니아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힘입어 여성들을 위한 모텔까지 생겨나고 있다. 말 그대로 여성 취향의 인테리어와 여성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로 가득한 모텔이다. 지금까지 모텔은 남성의 욕구해소를 위한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여성도 부담 없이 찾고 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성이 자신의 은밀한 방으로 남성을 이끄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도심 속 펜션의 느낌

한편 모텔의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이제 모텔은 ‘도심 속의 팬션’이라거나 ‘신개념 휴양시설’”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텔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변화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모텔의 변화가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모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멀었다는 것이다.

신사동의 A호텔에서 수년째 일해오고 있는 정 모(33)씨는 “아직도 모텔은 모텔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며 “아무리 모텔이 고급화해도 이를 대하는 고객들의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호텔이라면 조심스러운 행동을 모텔서는 서슴없이 저지른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모텔 종업원들에게 막말이나 욕을 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룸 내부에 비치된 각종 기물들을 파손하거나 훔쳐간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욕조나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가거나 헤어드라이기를 켜 놓은 채 방을 나간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는 “호텔에도 별의 별 종류의 손님들이 다 드나들겠지만 모텔은 손님들이 ‘그래봤자 모텔’이라는 식으로 쉽게 보는 경향이 짙다”며 “그렇다고 제재를 가하면 인터넷에 온갖 비방 글을 올려 매출 때문에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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